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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 -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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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 단편선에 실린 31개의 단편소설 중 아직 7개의 단편소설 만 읽었다. 하지만 단편 <감자 깎는 칼>을 읽고 덮었을 때, 아직 650페이지 정도가 넘게 더 남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750페이지 분량의 이 두툼한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소설집은 이제 나의 큰 자산이다.

 

단편소설 하나하나를 읽어나가면서 하나의 세계를 온전히 관통하는 듯한 깊이를 느꼈다. 플래너리 오코너가 25세의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았을 때 솔직히 조금 놀랐다. 이 소설의 화자들은 매우 다양하다.내가 읽은 7편의 단편만 해도 젊은 남성, 어린아이, 젊은 여성,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하지만 모든 단편의 화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낸다.

 

25세의 젊은 여성작가 하니 자연스레 <벨자>의 실비아 플라스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 단편선에 실린 그녀의 단편에는 그런 '젊고 교육받은 여성화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뉴욕에서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실비아 플라스의 모습이 등장하는 소설<벨자>와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소설 <제라늄>에서는 창 건너편 이웃집 창가에 위태롭게 놓여져있는 제라늄 화분을 관찰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할아버지는 제라늄이 활짝 피었던 자신의 고향을 떠나와 딸이 거주하고 있는 뉴욕아파트에서 살고있다. 이웃집 창의 제라늄 화분은 마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가 응시하는 녹색 불빛처럼 '현재의 삶을 추동하게 하는 과거의 불빛'이다.

 

그의 소설 대부분에는 '깜둥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남부에서 태어난 플래너리 오코너는 노예제는 폐지 되었지만, 아직 흑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남아있는 남부의 모습을 잘 묘사해냈다. <제라늄>에서 노인도 그런 차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니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복도에서 유연히 마주친 흑인을 자신의 옆집에 일하러 오는 하인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의 후반부에서 노인은 그 흑인이 실제로 자신의 옆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계단에서 주저앉아버린다.

 

흑인의 부축을 받아 돌아온 자신의 집에서 그는 이웃집 창가에 놓여져 있던 제라늄 화분마저 바닥으로 추락해 깨져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 이 아득한 추락의 순간! 자신이 지탱해오고 의지해오던 진리가 깨어지고 벌어지는 순간 단편소설은 종결된다. 이런 탁월한 단편소설들이 아직 24편이나 더 남아있어 이번 겨울방학은 길지 않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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