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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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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차별받기도 하고, 무시당하기도 하는 사회적 현실이다. 그 슬픔은 아랫대로 내려가고, 물려받는다. 사회에 기대어 살아야만 하는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현실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자급자족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럴 능력을 박탈당했는가. 

로레타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기 전에도, 앞날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았다. 과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가난을 선택하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가난했고, 그렇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도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꿈을 꾸기 위하여 살지 않았다. 어머니는 일찍 죽고, 아버지도 술병이 나 있다. 열심히 일할 만한 자리도 없거니와, 일한다 해도 상황이 극복될 만한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오빠는 돈때문에 밖으로 나돌고, 로레타가 처음으로 열렬하게 사랑했던 사람은 일어나보니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오빠가 그를 죽였다고 믿는다. 그녀를 사모해왔던 경찰이 그 시체를 보고서, 로레타에게 그녀를 사랑한다고 하고, 그녀의 의사도 묻지 않고 그녀와 섹스를 한다. 그 이후 그녀는 그와 결혼한다. 그가 그녀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가 나타났기에 자신의 정서적 충격과 혼란을 모두 해결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로레타는 그날 이후 자신을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감정에 무감하게 된다. 일상 속에 스며든 폭력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내가 폭력을 당하는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내가 폭력을 행하는지도 인지하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하루를 버텨내고 살아갈 뿐. 그건 정말 ‘돈’ 때문일까. ‘돈’ 이외의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일까. 아니면 ‘돈’이외의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는 사회적 환경 때문일까. ‘돈’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 때문일까. 어떤 상상력도 이 사이에 끼어들지 않고, 그들은 삶이 닥쳐오는대로 그대로 그 삶을 살아낼 수밖에 없다. 로레타가 사는 이 세계에서는, 돈이 없는 자에게 돈이 없어도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돈이 없어도 인간다운 삶을 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완충작용을 할만한 시스템도 없다. 어딘지 모르게, 생계 수단은 전부 ‘돈’이고, ‘돈’이 없거나 벌기 힘든 사람은 여성인 사회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지, 의문을 품을 겨를조차 없어 보인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면서 결혼하고 하는 생각은,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 그것으로 무엇을 살지 꿈꾸는 것 뿐이다. 그녀의 딸중 하나인 모린도, 오로지 ‘돈’을 위해서 남자에게 몸을 파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녀에게 돈은 돈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지, 무엇을 하고 싶어서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돈을 모아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을 것이라 여긴다. 실재로 그녀는 처음에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어했으니까. 하지만 로레타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모린이 어떤 일을 해도 싫어했다. 그녀의 손 안에서 벗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의존하고, 그녀에게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얻고 싶어했다. 그녀의 삶은 통제되지 않았기에, 모린을 통제하여 얻을 수 없는 충족감을 얻고 싶어했다. 원하는 것은 질서에 맞게 행복한 방향으로, 상상되지 않고, 누군가가 원했던 것을 자신이 원한다고 착각하거나, 질서를 어그러뜨려 통제되지 않는 것들을 통제한다고 착각하면서만 가능했다. 구조가 바르지 않으면 수정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없었다. 로레타의 이런 혼란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자란 로레타의 아이들은 로레타와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겉모양으로는 다른 삶을 이루어낸 것처럼 보이며, 로레타와 달리 그것을 실재적으로 만드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줄스는 질문한다. 


“평범한 일상과 폭력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중략) 모두들 그것을 살아내고 또 살아내고, 도무지 끝나질 않아요. 갈 곳도 없고, 도시 한복판에 공터도 없고……도시 한복판에 공원이 있는 걸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공원은 불에 타지 않아요!(중략) 그건 상처를 입히지 못해요. (중략) 강간범과 강간 피해자가 동틀 무렵에 마침내 폐허에서 일어나 각자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식당을 향해 걸어갑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열정은 오래가지 않아요! 열정이 다시 찾아오기야 하겠지만 오래가지 않습니다!”p698<그들>


사람들이 불을 지르고,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을 한쪽에서는 ‘폭동’이라고, 한쪽에서는 혁명이라 부른다. 줄스는 왜 저렇게 말했을까? 누가 적이고 적이 아니고, 구분하는 게 중요한 게아니라. 각자에게는 각자의 ‘일상’이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그저 평범한 행복을 누리고 싶을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누구에게도 그들의 삶을 침범당하지 않고. 모린도 마찬가지다. 그녀도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결혼했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가족들을 외면한다. 그런 모린에게 줄스가 와서 말한다. 


“하지만 모린, 너도 ‘그 사람들’중 하나가 아니야?”p706


모린은 줄스의 말을 외면하지만, 줄스가 그렇게 말할 수 있던 것은, 자신의 삶을 이루고 있던 것에 냉소를 가지고, 가능할 것 같은 상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냥 살아있고 싶은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있고 싶다.”는, 인간이라면 모두 가진 소망을 실현하고 싶어서,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일은 자신을 이루고 있는 환경을 외면해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걸 알기에 줄스는 그렇게 모린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정말 읽기 힘들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잔인한 부분은 오히려 가볍게 처리되었는데도. 일단 분량과,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인물들의 뒤틀린 내면묘사때문에 읽는 것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며 다시금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헷갈리지 않고 바르게 잘 살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시간내서 천천히 읽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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