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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신간리뷰어 활동을 마무리하며,


나는 좋은 독자는 아니었다. 좋은 리뷰어도 아니었다. 공감을 얻을 만한 리뷰를 쓴 것도 아니고, 뭔가 풍부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도 아니다. 

내가 쓴 글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하여 내가 이 글을 풍부하게 읽었느냐 보다, 읽다가 걸리는 허점에 집중한 글이 더 많았다. 어떤 글은 책에 집중하기보다 책 내용이 시사하는 사실에 집중하여 책이 드러내는 바를 잘 잡아내지 못했다. 

스스로가 아직 리뷰같은 글을 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렇게까지 부족한 리뷰를 쓸 줄 몰랐다. 이렇게 리뷰를 쓴 것은 나에 대한 예의도, 작가에 대한 예의도 누군가 내 리뷰를 읽을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던지, 아니면 알고도 글로서 표현해내지 못했던 것인지. 별로인 리뷰들만 올린 것은 단지 생각이 덜 숙성되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객관적이려고 노력했는데 객관적이지도 않았고, 주관적인 부분을 넣으려고 했는데도 겉만 맴돌았던 건지도 모른다. 속이 비어서 뭘 채워넣을 지 몰라 겉껍질만 거대하게 키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잘 쓰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실망스럽다. 

시간에 쫓겨 다급하게 쓴 까닭에 서툰 리뷰가 더 서툴게 쓰여졌다. 책은 오자마자 읽는데도, 시간분배도 최선을 다해서 하여 나름대로는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내놓은 것이 한참 모자란 리뷰다. 서툰데도 신간 리뷰어로 뽑아주셔서 6개월동안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었다. 마냥 죄송하고 감사하다. 


내가 꼽은 나만의 베스트 5는 이렇다. 이것은 절대 다른 작품들이 덜 좋아서가 아니라, 기억에 오래 남아서 나를 괴롭힌 작품들을 위주로 선정했다.


< 신중한 사람 >
왠지 계속 기억에 남아서 책의 문구들이 삶을 방해했다. 나는 책에 반발하여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꺼내놓게 되었는데 … 이 작품이 말하는 논리가 설득력있게 느껴져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 미국의 목가 >

그가 '미국'의 뛰어난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작품이었다. 

< 기 드 모파상 >

짧은 단편들이 전부 매력적이었다. 있을 법한 이야길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좋았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자각도 재미있고, 서사를 놓치지 않았던 게 좋았던 것 같다.

< 무의미의 축제 > 

단순하고 명쾌했다. ‘기호’로서 오래 남아버렸기에… 불가항력으로 선택.

< 비트켄슈타인의 조카 >

신간평가단 하면서 가장 처음에 읽은 책이다. 어떻게 리뷰하면 좋을 지 골치가 아팠다. 그런데 리뷰하다 보니 왜곡된 줄 알았던 화자의 시선이 올곧아서 놀랐던, 그래서 흥미로웠던 소설이다.



< 소년이 온다 > 도, < 투명인간 > 도 너무 좋았다. 소년이 온다와 투명인간은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그들이 찾아낸 깊이, 깊이를 찾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신간평가단을 하며 처음 접한 작가들인데, 앞으로도 찾아읽고 싶었다. 특히 천명관의 <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는 위트가 있어 슬픈 이야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 그의 다른 책 < 고래 >를 꼭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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