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아버지들 -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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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아버지'라는 이름은 꽤나 복잡다단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단어는 존경의 대상이자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처가 되는 말이기도 하고 심지어 지긋지긋한 단어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아버지가 다르기에 복잡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부자관계만을 살펴보더라도 여전히 복잡한 게 사실이다. 사실 나만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어릴 때에는 종종 아버지와 충돌했다. 특히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도 노년에 접어들기 시작했고, 나도 40에 가까워지면서 정면 충돌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이제 시골로 돌아가셔서 농사를 짓고 불을 때는 아버지를 보노라면, 이전과는 다르게 아버지를 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감사하고 짠한 감정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여전히 짜증이 날 때도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다행히(?) 그 짜증이 나의 부족함 때문이기에, 나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께 상처를 드렸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그야말로 '무난한' 관계로 접어들고 있다.


어쨌거나 개인차를 고려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아버지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2017년의 아버지는 어떤 단어인가? 여전히 '권위'라는 단어는 떼어놓기 힘들 것이다. 다만 그 권위의 맥락이 단어 그대로가 아닌, 부정적인 의미에서 쓰일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오늘날 아버지들의 어깨는 항상 무언가에 짓눌려 있는 것 같고, 그러면서도 가정 안에서조차 존경을 받고 있지 못하는듯 하다. 자식을 따뜻하게 안는 법,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는 법을 배울 수 없었던 많은 아버지들은, 외롭다. 그렇다. 오늘날 아버지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가장 대표적인 감정은 '외로움'일 것이다. 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자주 드리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아버지께는 그만큼 연락을 드리진 못한다. 대체 왜?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가부장제의 권위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그 이야기는 다시 또 조선의 부자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교 사회의 엄격한 수직적 부자관계. 그 '전통'이 현대사회의 아버지들을 외롭게 만들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아버지라고 해서 무조건 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인간이었기에, 형식은 조금 다르다하더라도 자식 걱정을 하고, 또 자식의 모범이 되기 위해 나름 몸가짐을 바로 잡았다. 이 책은 조선 시대 12명의 아버지를 살펴본다. 우리의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의 아버지들이 등장한다. 잔소리꾼이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걱정이 많기도 한 조선의 아버지들을 보면서, 아버지란 존재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저자의 내공 덕에 생각보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매우 쉽고 재미있게 조선의 아버지들과 만날 수 있다. 꼭 아버지라는 키워드가 아니더라도, 조선시대 양반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접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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