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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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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출간 후 한강 작가님은 어느 인터뷰에서 소설을 쓰는 동안 자신의 자의식이 별로 들어가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씀 하신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작가가 소설의 사건, 인물들을 이끌었다기보다는 소설의 사건, 인물들이 작가를 이끌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작가님은 소설을 쓰는동안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셨다고 하는데 나는 그 절제가 이 소설에서 어떤 하나의 새로운 감정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사람이 쓴 사람의 절제된 감정, 절제했지만 절제되지 못한 감정들을 따라 읽다가 슬픔, 분노, 두려움, 등의 감정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어떤 새로운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김애란 작가님이 소설이란 사건의 팩트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복원하는 것이란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그 말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이런 종류의 소설만큼 소설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는 책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소설만큼 줄거리가 중요한 소설 역시 없을 것이라는 생각 역시 해보게 된다. 잠깐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지만 그런 역사적 사건을 소설로 쓸 수밖에 없다는 점,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는 모두 그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줄거리는 그 어떤 허구적인 이야기로 쓰인 소설의 줄거리보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문학동네 팟캐스트에 출연해 작가님은 이 소설의 모든 인물들에 실제 모델이 있다고 하셨다. 불운하게, 나는 그 이야기를 소설을 읽기 전에 들었던 터라 소설을 읽는 내내 누군가의 삶이, 우리의 삶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삶이 너무 아파서 숨을 몇 번이나 가다듬어야 했다.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인간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가. 우리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게 하는 부분은 우리의 어떤 부분인가. 등등 소설을 읽어 나가다 보면 수많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수많은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5.18 그 날의 그 사건의 사실 자체에서도 그 날의 어떤 인간성에서도 그 날의 감정에서도, 그 어떤 것에서도 아직 자유롭지 못하고 그것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날에 수많은 사람을 죽인 것도, 그날에 희생된 사람들도 모두 현재 살아있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앞으로도 계속 그날의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자연스레 이런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소년이 오는 시점은 어제도, 앞으로도 아닌, 오늘 지금 바로 현재이다. 위에서 말한 질문과 함께 소년은 계속해서 우리를 마주보고 오고 있다. 어쩌면 그 소년을 어떻게 맞이하는가는 살아있는 개개인의 몫, 개개인의 선택일지 모른다. 이 소설을 읽고 무엇을 생각하느냐, 어떤 행동을 하느냐 역시 개개인의 몫이고 선택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대학생 진수는 그날의 사건으로 고문을 받다가 살아서 밖으로 나왔지만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실제 이 사건을 겪은 인물들 중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고 들었다.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자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육체의 생명은 스스로 끊은 것일지 몰라도 영혼의 생명은 이미 고문을 받던 그 당시 타살당했을 것이다. 어쩌면 육체 역시 그날 대부분이 죽었을 것이다. 그들이 미처 살지 못한 삶을, 인생을 우리는 현재 살고 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살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무기력하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만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 역시 하게 된다.

  이 소설의 끝에 에필로그 부분을 보면 마치 작가님 본인이 이 소설을 쓰기 전의 과정을 소설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며 이 소설을 읽는 우리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각자 개인의 방식으로 에필로그를 붙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굳이 글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누구는 그림일 수도, 누구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일 수도, 누구는 그냥 일상 그 자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개인마다 어떤 방식으로든 에필로그를 붙여야, 아니 그렇게 소설을 이어나가야 이 소설을 진정으로 완성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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