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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닦고
후지타 사유리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엉뚱하고 발랄하며 조금은 독특한(?) 캐릭터를 가졌지만, 뜻밖에 '개념녀'로 불리는 여자가 쓴 책이다. 바로 그 주인공은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이다. 정작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무개념'이라고 부르는 것도 불편하지만 '개념녀'라고 부르는 것도 똑같이 불편하다고 한다.
나는 TV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사유리'라는 방송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자주 활동하던 커뮤니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서 사장님들에게 맛이 없으면 맛이 없다고 돌직구를 날리는 사유리의 모습이 편집된 게시물이었다. 당시 돌직구를 날리는 캐릭터가 흔하지 않던 터라, 당차고 4차원적인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사유리가 SNS를 통해 한 개념적(정작 그녀는 개념녀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발언이 크게 쟁점이 된 적이 있다. 물론 나도 그녀의 SNS에 올라온 글을 찾아 하나하나 읽어봤다. 내가 누군가를 평가할 주제는 못되지만, 남자 입장에서 참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이 책의 본문에도 실려 있었다.
사유리, 좋은 학교에 다니는 남자를 찾지 말고, 네가 좋은 학교를 다녀.
좋은 차를 가진 남자를 찾지 말고 네가 좋은 차를 가져.
돈 많은 남자를 찾지 말고 스스로 돈을 벌어.
넌 가진 게 없으면서 상대에게 바라지 마.
그리고 네가 상대방보다 하나 더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를 절대 무시하지마.
책을 읽다 보니 그녀가 개념(?)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그녀를 '개념녀'라고 세상에 알리게 한 SNS에 작성한 글 역시 어머니가 그녀에게 해준 말이라고 하니 말이다. 방송으로 볼 때 마냥 엉뚱해 보이던 그녀가 책을 즐겨 읽고, 책까지 집필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특히 <눈물을 닦고>는 그녀의 모국어인 일본어가 아닌 한글로 쓴 첫 번째 책이라 하니 그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책에 이런 글이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관계에서 첫인상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듯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그 사람의 참모습을 알 수는 없다는 말이다. 처음 사유리의 책이라 해서 가볍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땐 방송인 '사유리'라는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 행복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베스트셀러에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800페이지짜리 불쏘시개를 읽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영양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