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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 15 : 에스파냐 ㅣ 먼나라 이웃나라 15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영미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한국에 에스파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다. 하지만 미국 남쪽의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의 나라들이 브라질을 제외하고 에스파냐어를 쓴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에스파냐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지금은 유럽 서쪽의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한나라지만, 에스파냐는 19세기 초까지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보유하는 대제국을 이루었던 나라다. 에스파냐는 왜 대제국이 될 수 있었고, 또 왜 그 제국은 오래가진 못했을까.
에스파냐는 지금처럼 하나의 통일된 국가로 시작하지 않았다. 고대부터 이베리아 반도에는 여러 부족이 잔존해 있었다. 서기1세기에 로마에 의해 정벌 당하고 이베리아 반도에는 로마의 여러개의 속주가 설치된다. 로마가 멸망한 후에는 서고트 왕국이 건립되나 711년에 북아프리카의 이슬람세력이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 쳐들어오고 가톨릭 세력은 이베리아 반도의 북서쪽으로 쫓겨나게 된다. 가톨릭 세력과 이슬람 세력의 대결이 800년가량 끊임없이 이어지고 대결은 1492년에 레콘키스타(재정복)가 완료되면서 가톨릭 세력의 승리로 끝난다.
국내가 안정되자 에스파냐는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 아메리카라는 신대륙 발견, 세계적인 교역망 형성,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건설, 신성로마제국의 병합에 힘입어 16세기에 이르러서는 해가지지 않는 대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에스파냐의 성공은 단순히 모험심 때문이라고 할 수 없었다. 포르투갈이 인도항로를 개척할 수 있었던 건 화포, 화승총과 같은 강력한 군사력 덕분이었던 것처럼 에스파냐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었다.
중앙집권적인 통치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쟁이 길어지면 군사력의 동원과 세금 징수를 위해 강력한 정부를 요하면서 자연히 왕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의 권력이 강해진다. 중앙권력은 대형사업을 할 수 있는 군사력, 경제력을 동원할 수 있게 된다. 콜럼버스의 항해도, 마젤란 함대의 세계일주도 왕실의 후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를5세·펠리페2세의 치세를 지나며 서서히 에스파냐는 몰락한다. 재정부족, 무적함대의 몰락, 네덜란드의 독립, 프랑스의 간섭과 지배, 식민지의 독립, 내전, 독재라는 축소와 고난의 역사가 16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에스파냐의 쇠퇴의 원인이 이슬람 세력의 배제를 위한 순혈주의, 가톨릭 신앙중심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의 분석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에스파냐의 그런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해가 간다. 800년동안 지속적으로 싸우다보면 쌓인 증오심도 만만찮을 것이고, 혹시라도 모를 반란의 불씨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배제’는 숙명적이었다. 다만 정도가 지나치긴 했지만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건 역사를 정치·전쟁을 중심으로 다루다보니 에스파냐의 쇠퇴의 원인으로 가격혁명을 상세히 다루지 않은 것이다. 에스파냐가 쇠퇴한데는 아메리카에서 유입되는 막대한 양의 금과 은을 국내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사용하지 않고 상품을 구입한데만 주로 사용한 요인도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스파냐의 쇠퇴의 원인에 대해 하나 더 말한다면 로마제국과 달리 에스파냐는 오스만제국외에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베네치아 해양세력 등 견제세력이 상당히 많았다. 넓은 영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국력으로 숱하게 전쟁을 치렀기에 자연히 한계가 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자가 중국편을 저술한 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충실해졌다. 사진, 그림, 도표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적절하게 에스파냐의 역사를 설명해나가는 걸 보면 확실히 20년이 넘는 내공이 보통은 아니라고 새삼 깨닫게 된다. 20년 넘게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 먼나라 이웃나라를 완결시킨 저자의 노력에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