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를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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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한권의 시집 속에 쓸쓸하고 고단한 줄로만 알았던 세계가 그렇게 눈부신 똬리를 틀고 들어앉아 있었다니! 게다가 구태어 말을 비비꼬지 않더라도 시가 태어날 수 있으며 한 토막 이야기도 서정을 만나면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새롭게 배웠다.

나는 시집을 자발적으로 사서 읽어본 적이 없다. 나에게 시는 깨알같은 필기로 지저분해질 대로 지저분해진 교과서 속 시가 전부다. 시를 읽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난해한 현대미술을 볼 때 느끼는 당혹감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이 책은 시와 사랑에 빠진 3명의 시인과 1명의 평론가의 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가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첫 번째 주자에게 시는 잊혀졌던 자신의 경험을 불러들이는 도구이다. 시를 통해 별 거 아니던 그 일들이 별 것이 되는 순간 삶은 사랑스럽고 소중한 것이 된다.

두번쨰 주자에게 시는 감탄의 대상이다. 아~ 이렇게도 시가 되구나. 세번째 주자에게 시는 또하나의 시를 탄생시키는 재료이다. 네번째 주자는 좀 더 분석적으로 시를 읽는 듯 했다.

작가들의 배열이 의미있어 보인다. 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시를 읽어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시를 통해 나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시를 친근하게 느끼는 단계가 첫 번쨰 단계일 거다. 그 다음은 그 시의 표현과 서정에 감동하고 세번째는 나만의 시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 그리고 다음엔 좀 더 분석적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그럼.. 나는 첫 번쨰 단계부터 시작해야겠다.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보다 그 시가 내 인생의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키는지 그것부터 생각하는 단계.

나도 시를 사랑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