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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말을 걸다 - 밥상에서 건져 올린 맛있는 인생찬가
권순이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3월
평점 :
자취만 8년째 하고 있으면서도 변변한 음식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지만, 친구들이 집에 오는 날이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 간혹 요리를 하곤 한다.
우리 엄마가 자주 하는 말로 "먹는 게 일"일 수도 있지만, 가끔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을 상대의 반응을 상상하거나 스스로를 위해 요리를 하고 있자면 어울리지도 않게 얼굴에 미소가 씩- 하고 떠오르곤 한다. 돈을 주고 사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주변에 넘쳐나게 많지만, 친구를 위해 나를 위해 굳이 음식을 만드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그 자신의 유기체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꼭 해야만 하는 본능적인 몇몇 일 가운데 먹는 일 처럼 사회적이고 감정이 묻어나는 행위가 또 있을까.
<음식이 말을 걸다>의 저자인 권순이 선생님의 음식을 '읽'다 보면 그의 이야기와 감성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면서 조근조근 들려온다.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그의 애정, 친구들과 가족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 삶과 인생을 받아들이는 그의 겸허한 태도. 게다가 그가 해주는 음식은 정말로 맛있을 것 같은 강한(!) 확신이 든다.
그리고 나서는 나에게 음식을 해주었던 사람들과 내가 음식을 해주었던 사람들이 스쳐가면서 다시 한번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가 씩-하고 떠오른다. 얼마 전부터 함께 살기 시작한 말라깽이 친구 녀석에게 이 책에 나와 있는 음식 중 몇몇 것을 만들어 밥상을 차려 주고 싶다. 이 책의 저자처럼 능숙하게 음식을 잘할 자신은 없지만, 중요한 건 간이 아니라 나의 애정이라는 걸 알려주면 이해할 것이라고 (혼자) 우기면서.
*유머와 위트까지 넘치는 일러스트 역시 너무나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