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의 힘』은 약 30년간 벌어진 미국과 멕시코 마약 조직 간의 전쟁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기나긴 세월동안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마약 단속반인 아트 켈러와 마약 조직의 보스인 아단 바레라다. 거대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단속반의 이야기라고 하면 선악 구도가 뚜렷한 액션 스릴러물을 상상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딱히 인물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부의 조직과 여러 단체들에 대해서도 ‘선’과 ‘악’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악’으로 대변되는 인간상들이 지독하게도 자주 보여진다. 결국 이 책은 악한들의 무자비한 악행과 고통 받는 피해자들과 대의를 잊어버린 정의롭지 못한 심판자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야말로 악인들의 전쟁. 구약성경의 시편(22장 20절 ;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힘에서 구하소서)에서 연유한 제목인 ‘개의 힘’이란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몰아낼 수 없는 악이며 모두에게 내재된 악의 가능성이라는 설명인데 참 의미심장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CIA 요원으로 베트남전에서 활약했던 아트 켈러는 마약 단속국(DEA)에 전출되어 멕시코 시날로아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하지만 새로 합류한 조직에서는 겉돌게 되기만 하는데, 우연히 아단 바레라와 라울 바레라 형제와 인연을 맺게 되고 그들의 소개로 아단의 삼촌이며 경찰인 티오를 만나게 된다. 티오로부터 다른 요원들은 알지 못하는 고급정보를 얻어듣게 된 아트는 시날로아에서의 마약조직 소탕작전에서 공을 세우게 되지만 결국 그것이 아트의 야망을 위한 계략이었으며 자신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하게 된다. 이번에는 다른 마약조직의 수괴가 된 티오를 검거하고자 작전을 펼치는데 그 과정에서 아트는 절친한 동료를 잃게 되고 가까스로 붙잡은 티오는 어이없게도 풀려나버린다. 그 모든 일련의 사건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조직의 검은 의도가 숨어있었음을 알게 되는 아트지만 거대한 조직과 잔혹한 범죄 집단의 횡포 속에 스스로의 목숨을 부지하고자 함구한다. 아트의 마약 조직 소탕 의지는 동료를 잃은 분노심에 휩쓸리고, 아트는 티오와 그를 이어 조직의 수장이 되는 아단까지 벌하기 위해 일전을 벌인다.

 

 

상당히 어마어마한 이야기이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소설적 상상력과 실화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다는 점이 참 여러 가지 의미로 질리게 만든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일어난 여러 정치적 사건들과 마약 전쟁의 전개과정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인공인 아트 켈러의 실제 모델이 되는 인물도 실존하고 있다고. 작가는 5년여 동안 중남미 마약 관련 사건을 취재하고 고증하며 오랫동안 이 소설을 준비했다고 한다. 철저히 준비한 만큼 출간 이후에도 놀라운 리얼리티와 빠른 전개, 독특한 캐릭터 구성 등 갖은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시장이 굳건하고 거대한 일본에서도 호평과 꽤 큰 인기를 얻은 책이라고.

 

 

그런데 나에게는 재밌게 읽히지 만은 않았다. 오히려 읽기가 어려웠던 책 중에 하나였다. 충분히 소설적인 재미를 잘 갖추고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마약 전쟁이라는 소재나 멕시코의 여러 정치적인 상황이 낯설었기 때문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았던 것도 있고, 마약 조직의 잔혹한 행태에 대한 너무나도 세세한 묘사 때문에 순간 불편해 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조직의 무자비한 보복행위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라 치면, 언젠가 멕시코 시날로아 갱단의 소행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수 십구에 달하는 사체가 훼손된 체 방치됐다던가, 어딘가에 전시됐다던가 하는 뉴스가 떠올라서 욕지기가 절로 나오기까지 했다. 아직도 멕시코에서는 마약 조직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던데, 그로 인해 희생된 민간인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기사를 본 일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이 나온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러더라. 물론 소설속의 이야기 이지만(아니면 이것이 진실일 지도 모르겠지만. 아, 정말 모르겠다) 겉으로는 마약 조직 소탕을 부르짖으며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미국의 모습이 참 섬뜩하기도 하고, 이게 리얼 인지 픽션인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머리가 아파오기도 했다. 애초에 그런 이야기지만 희망적인 부분이 한조각도 보이지 않아서 무겁게 책을 덮었다. 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지만, 이 책은 참 무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