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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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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스노우맨]이라는 두꺼운 책을 2권 소장하게 됐네요. 사실은 출간하고 얼마 안 되어 구입해 읽었는데 그때는 별로 서평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책이 별로였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고요. 정말 둔기수준의 몸체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히거든요. 이야기의 흡입력만 두고 본다면 별 다섯 개를 날려도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그럼에도 서평을 남기기가 꺼려졌던 것은 줄거리를 정리하고 감상을 몇 줄 남기는 것이 외려 이 책을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흔한 스릴러물(혹은 추리물)로 낙인 찍어버릴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강력범죄를 다룬 수사물이나 기괴한 연쇄살인 사건의 미스터리, 형사를 도발하는 교활한 살인마를 추적하는 추리소설들을 너무나도 많이 접했고, 이미 어떤 패턴에 익숙해져 있고, 이 책도 기본적으로는 그 패턴을 쫓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쇄살인은 커녕 강력범죄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마을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실종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단순 가출로 보이는 최초의 실종 사건이 발생한 이후 훼손되거나 절단된 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해요. 부녀자 실종 사건이 줄을 잇는 가운데 시니컬하지만 서에서 유일하게 FBI에서 훈련을 받았고 실제로 연쇄 살인범을 추적한 경험이 있는 유능한 형사 헤리 홀레는 뭔가 수상한 낌새를 감지하죠. 잇달아 발생하는 부녀자 실종 사건과 맞물려 발견되는 절단된 시체들. 실종자들의 공통점은 그녀들이 기혼이라는 점과 그녀들이 사라진 곳에서 섬뜩하게 집안을 향해 서 있는 기괴한 눈사람의 존재입니다. 그녀들은 대체 어디로 증발해 버리는 걸까요? 집안을 향하고 있는 기괴한 눈사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많은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시점도 현재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고요, 좀 왔다 갔다 합니다. 얼핏 보면 상당히 복잡해 보입니다만 사실은 곁가지 다 쳐내고 중심만 보자면 상당히 익숙해지죠. 단순해 보였던 사건이 주인공의 눈에는 심상치 않게 보이고 결국 예감이 적중! 기괴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범인으로 보이는 이의 도발에 주인공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지만 결국에는 검거. 해리 홀레 라는 캐릭터가 좀 멋지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색다르고 독특한 캐릭터라고 하기도 뭣 하고요. 그나마 특색 있다고 할 만한 것은 섬뜩하게 그려지는 눈사람과 눈과 대비되면서 더욱 선명하게 붉어지는 피와 처참한 사체의 이미지 정도겠지요.

 

뭔가 시시해 졌죠? 거봐요, 이렇다니까. 우리는 이미 이런 패턴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죠. 그게 자칫 독이 될 수 있어요. 여러 명 등장하는 수상한 놈들 가운데 정말 나쁜 놈을 조금 일찍 알아채 버릴 수도 있거든요. 동기가 밝혀지고는 조금 허무해 질 수도 있고요. 물론 차마 여기에는 쓰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르적 정형성에서 오는 구태의연함을 상쇄시킬 만큼 읽어 내려가는 동안이 재미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영화화되기로 했다는데, 이미 소설 자체도 충분히 영상미(?)가 넘치거든요. 그런데다가 전개도 속도감이 있어서 정말 정신없이 몰아칩니다. 때때로 조금 이색적으로 느껴질 만한 요소들도 있고요. 매력적인 부분이 많은 이야기입니다. 더 이야기하면 네타가 될 것 같고, 그냥 에둘러 이야기 하자니 이 책이 너무 평범해 보일 것 같아서 지금도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고 있어요. 솔직히 엄청난 수작이라고 추켜세울 정도는 아닙니다만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조금 트집을 잡자면, 이 책은 헤리 홀레 시리즈의 7편이랍니다. 별로 상관은 없지만 이전 편에 대해 언급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머리가 아프죠. 가잖아 인명이나 지명이 상당히 낯설어서 눈에 글이 쏙쏙 들어와 박힐 정도로 익숙해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초반에는 눈이 팽팽 도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뭐 금방 익숙해지니까요. 비채에서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를 낼 때도 시리즈 중간부터 내주더니 헤리 홀레 시리즈도 그러네요. 도조 겐야 시리즈처럼 헤리 홀레 시리즈도 후속편을 계속 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헤리 홀레, 은근 매력있거든요. 게다가 이런 퀼리티의 이야기가 여러 편 더 있다니 그것이야 말로 가슴 설레는 일이죠. 후속 시리즈고 꼭 꾸준히 출간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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