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포칼립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로보포칼립스
대니얼 H. 윌슨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이런 소재는 조금 고루하지 않느냐 이말 이다. 로봇 vs 인간의 대결을 그린 근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우리는 사실 너무 많이 봐 왔다. 물론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처음 선뵌 1984년에는 기계가 극도로 발달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절망적인 상상력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를 느꼈겠지만 그게 벌써 언제 적 이야기냔 말이다. 그간 유사 터미네이터 스토리는 쏟아져 나올 대로 쏟아져 나왔고, 대게 이런 이야기에는 뻔 한 스토리라인이 있게 마련이고(많은 SF물들이 그것을 충실하게 답습하기도 했고) 우리는 그것에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 지지 않았느냔 말이다. 강력한 로봇군대의 공격에 인간은 거의 멸망할 뻔 하지만 그래도 인간진영은 로봇이 가지지 못한 특유의 인간다움을 무기로 결국에는 승리하게 되겠지. 뭐 그 과정에서 어떤 감동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감동이란 것도 사실 민망스러울 정도로 익숙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된 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 책을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광고 때문이었다. 아이작 마리온의 <웜 바디스>부터 시작해서 수잔 콜린스의 <헝거게임>시리즈라든지,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나 수전 힐의 <우먼 인 블랙>까지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들이 많이 출간됐는데 그 중에서도 <로포포칼립스>는 단연 눈에 띄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SF물(특히나 로봇이 나오는 전쟁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궁금하기는 했었는데 좋은 기회에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속도감 있게 읽히는 책이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했던 특별함 같은 것은 모르겠더라. 상상 그이상이라든지 하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책이길 바랐지만 그 정도의 작품은 아니었다.

 

 

이 책은 구성이 조금 독특한데, 시작부터 이미 결말을 오픈한다. 로봇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인간들은 이후 로봇들의 반란과 그 전쟁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라는 설정이다. 코맥 윌러스의 기록은 일종의 보고서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색다른 느낌을 주는 동시에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여기 저기서 펼쳐져서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뻔 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탄력을 주는 재미있는 구성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조금 지루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인류의 강력한 적인 슈퍼 안드로이드 아코스는 순식간에 인간 세계의 모든 시스템 체제를 장악하여 조종하고, 인간의 수족이던 최첨단 기술이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일제히 인간에게 등을 돌리고 끔찍한 인간 학살이 자행되는 가운데 거의 멸망의 위기를 겪던 인간들이 가까스로 연합하여 아코스에 대항하기 시작하는데. 인간과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과 유사한 연합군과 무자비한 기계들의 대결은 확실히 볼만 했다. 그리고 꽤 치밀하게 다뤄지는 기계문명의 공격상은 섬뜩하기 까지 하다. 인간들의 일상에 깊이 관여하고 있던 친숙한 존재들(어쩌면 가족과도 같은)이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인간은 그것은 오류 혹은 사고일 뿐이고 기계의 반란이라고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이야 날로 발전하는 기계문명을 사는 누구나 공감하는 불안이고 ‘어쩌면’ 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막연한 불안감이기 때문이라 오히려 클라이맥스 부분부도 더 긴장감 있게 읽히더라.

 

 

저자는 실제로 로봇공학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고, 이런 소재의 픽션들을 여러 편 써 낸 이력이 있는지라 확실히 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묘사가 돋보였다. 큰 이야기줄기는 사실 식상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정도로 뻔 하지만 세세하게 내부를 들여다보면 또 새롭긴 하다. 사실 냉소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몰입해서 읽게 됐으니 관심 없는 사람도 눈을 맞출 정도의 재미는 갖추고 있는 이야기란 소리다. 이야기의 스케일도 대단하고 자잘한 설정들도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다. 이 책이 아주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영화화 된다면 극장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떻게 영상화 될지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원작이다.

 

 

이건 쓸데없는 사족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인류가 거의 멸망한 시점에서 인간의 쌓인 시체들을 양분(?)으로(물론 로봇들의 칼같은 관리 덕분일지도 모르겠으나) 훼손된 자연은 더욱 번성하게 된다는 설정이 있는데, 최근에 읽은 책에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봤다. 요제프 H. 라이히홀프 라는 독일의 진화생물학자가 쓴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도서출판 이랑)이라는 책에서 “인류가 멸망하면 자연이 더욱 번성하게 될까?”라는 주제로 쓴 글이 있는데 이 책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류와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상호가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점이다. 사실 요제프 H. 라이히홀프 라는 학자도 학계에서 조금 파격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진화 생물학계의 공론이라고 얘기하기도 조금 뭣하지만 말이다. 인류가 멸망한 뒤의 일이야 예측해 볼 수 없지만 이 책의 설정들이 조금 식상한 부분들이 없지않아 있는데 이 부분도 조금 그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