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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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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계신 분들이 연달아 하늘여행을 떠나시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머리속을 교차했지만,

무엇보다 상실감이 커서 늘 마음 한 켠이 허전했던 차, 이번에 새로 출간된 이해인님의 산문집<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가 무척 반가웠다.

꿈많고 감수성 풍부했던 중고시절에 애송했던 시의 대부분은 이해인수녀님의 시였다.

쉽고도 단순한 언어의 조합만으로 맑고 밝고 순수했던 시세계를 보여줬던 수녀님의 시는 사춘기여학생의 섬세한 시심을 적셔주기에 더할나위 없었던 것이다.

<민들레의 영토>,<내 혼에 불을 놓아>,<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지금도 책장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시집 목록이다.

클라우디아 이해인 수녀님께서 암투병중이시다는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식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아!, 그 분마저도...하는 안타까움에 탄식을 흘렸을 뿐, 이내 바쁜 일상에 쫓겨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법정스님이나 박완서님을 먼저 하늘여행 보내시면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수도자로서 승화된 모습을 보이는 이해인수녀님을 보면서 갑자기 왈칵 그리워졌다.

그 숨결을, 자취를 가까이 느끼고 싶어졌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는 암투병을 하면서 지난 5년 동안 가까운 이들과의 이별을 경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속에서 위로받기도 하는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수녀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성직자로서 절대자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정갈한 마음을 닦는 과정속에서  얻게 된 다양한 단상들을 풀어놓고 있다. 특히, 내 마음을 울린 부분은 수도자로서 이미 아름다운 수녀님이 너무도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낼 때였다.

 

마음으로, 언어로, 행동으로 다른 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기를!

다른 이를 함부로 비난하고 싶을 때마다 자신의 못난 점에 대해 먼저 반성하며 겸손할 수 있기를!(p231)

 

스스로를 자주 경계하는 짤막한 화살기도를 자주 드린다는 수녀님. 어쩜, 이리도 솔직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일 수 있는지. 한편으로는 내 못난 모습과도 겹쳐져서 빙긋 웃음이 나오며 위로가 되어주었다.

 

오래전에 만났었던수녀님의 글에서는 단순한 희망, 기쁨,  아름다움만을 노래한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한 동안 책을 가슴에 껴안고 가만히 숨을 골랐었다.  수녀님의 글은 그야말로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은 구절'이 참 많았다.

손 가까이 두고 자주 들여다볼 수 있게, 그 때마다 눈에 잘 띄라고 노오란 형광펜으로 긋다 보니 글의 향기가 가슴으로 번져온다.

 

사춘기 시절 심취했던 그 시들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가.

당연히 시인의 감수성은 세월의 무늬와 무게와 더해졌을 것임에....비록 쉬운 듯한 간결한 표현일지라도 그 안에는 더 깊어진 사유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산문도 운율을 지니고, 운문 또한 그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수녀님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인생에 있어서 꽃처럼 찬란한 시간이 저문다 하여도 그 자리에는 영원히 지지 않는 푸른 미래가, 꿈이 자리하고 있다고, 그러니 부디 각박한 세상살이일지라도 어딘가에서 푸른잎이 무성해지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주문한다.

글이 맑아서 밝아서 마치 종달새처럼, 수녀처럼 다가오는 수녀님, 그리고 그 글을 생명력있게 해주는 황규백님의 그림은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수녀님처럼 살고 싶어졌다. 단순하게, 순수하게, 맑게, 천진하게, 기쁘게, 그렇게 말이다. 쉬우면서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말.

수녀님의 글은 이른 새벽 아침, 감로수 한 사발을 마신 것처럼, 그렇게 세상보는 눈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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