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빅토리아.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꽃.
빅토리아 시대에 성행했던 꽃말로 자신의 마음을 비밀스레 전했던 것처럼, 빅토리아도 닫았던 마음을 꽃이란 도구로 열게된다.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과 입양가정을 전전하며 자랐지만, 자연스레 그녀에게 다가와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해준 엘리자베스, 그랜트, 레나타, 헤이즐까지.
깨닿지못한 사이 세상으로 스며들고, 사랑의 감정을 알게된 그녀.
지금 누리는 이 행운은 나의 길고 고단하고 고독한 삶에가 잠시 스치는 시간일 뿐이리라.
나는 씁쓸해 하며 생각했다. 소리치고 싶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해 본 적이 없다고, 그런 내가 어떻게 엄마가 될 수 있겠느냐고,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고, 그러나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사랑을 했었다. 한 번 이상 했었다. 온 힘을 다해 스스로 그 사랑을 파괴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사랑인 줄을 알지못했을 뿐.
그러나 나는 돌이킬 수 없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은 오직 현재뿐이었다.
요람이 완전히 이끼로 뒤덮이자 나는 주걱칼을 주머니에 넣고 잠든아기를 조심스럽게 이끼 위에 내려놓았다. ‘엄마의 사랑‘,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언젠가는 아기도 이해하리라.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아침 기억하니? 네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우리가게 앞에 앉아 있던 날, 몇 시간 뒤에 네 재능의 증거를 들고 다시 나타났지? 넌 마치 미안하다는 듯 그 꽃을 내게 내밀었어. 나한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고, 네가 만든 부케는 내 평생 보았던 그 이떤 부케보다. 완벽했는데도 말이야.
그 순간 바로 알았지. 네가 너 자신을 가지 없다고 느끼고 있단 걸 용서받을 수 없는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선물은 파괴적이었고 이상할 정도로 강력했다. 돌아서는 순간, 꽃말을 이해한 엘리자베스가 일어섰다. 우리는 잠시 서로 마주 보았고 그 짧고 조용한 순간, 그녀와 나 사이의 에너지는 우리를 갈라놓은 불길처럼 뜨거웠다.
대신 나는 판사 앞에 붉은 카네이선들을 놓았다. ‘마음이 아파요.‘
아직까진 잘 안되고 있어. 내가 자작나뭇과 식물의 역사에 대해 애기하거나 이끼는 뿌리 없이도 자란다는 얘기를 하면 곧바로 잠이 들어버리거든." ‘이끼는 뿌리 없이 자란다.‘
나는 자줏빛 하늘과 창가에 비친 캐서린과 그랜트의 그림자를 상상해 보았다. 그날 불길 속에서 느꼈던 절망이 되살아났다. 그 순간의 우리 모두가 똑같았다. 우리는 진실에 대한 서툰 이해로 스스로 파멸했다.
그후론 어떻게 됐어?" 1년 동안 히아신스만 그리셨어. 연필로, 목탄으로 잉크로 파스텔로, 마지막으로 칠을 하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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