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가 그 역할에서보여 준 것 같은 효과적 공평성으로 말미암아 시민들 사이에 평등이 강화될 수도 있었을 텐데, 
페스트는 저마다의 이기심을 발동시킴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마음속에다 불공평의 감정 만 심화한 것이었다. 
물론 죽음이라는 완전무결한 평등만은 남 아 있었지만 그런 평등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술자는 그래도 이 보건대를 실제 이상으로 중요시할 생각은 없다. 반면에 우리 시민의 대부분이 오늘날 서술자의 입장이 된다면 그 역할을 과장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갈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술자는 차라리 훌륭한 행동에다 너무나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다 보면 결국에 가서는 악의힘에 대해 간접적이며 강렬한 찬사를 바치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런 훌륭한 행동이 그렇게도 대단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그 행위들이 아주 드문 것이고, 인간 행위에있어서 악의와 무관심이 훨씬 더 빈번하게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는 말밖에는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것은 서술자가 공감할 수 없는 생각이다. 세계의 악은 거의가 무지에서 오는 것이며, 또 선의도 총명한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많은 피해를 입히는 수가 있는 법이다. 
인간은 악하기보다는차라리 선량한 존재지만 사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은 다소간 무지한 법이고 그것은 곧 미덕 또는 악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서, 그러니까 자기는 사람들을 죽일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의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넋은 맹목적인 것이며, 가능한 한의 총명을 다하지 않으면 참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법이다.

 "옳은 말씀이에요, 랑베르, 절대로 옳은 말씀이에요.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금 하시려는 일에서 마음을 돌려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일이 내 생각에도 정당하고 좋은 일이라 여겨지니까요. 
그러나 역시 이것만은 말해 두어야겠습니다.
즉,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뭐지요?" 하고 랑베르는 돌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반적인 면에서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로 말하면, 그것은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하자면 이 질병의 무지막지한 침범은, 
그 첫 결과로서 우리 시민들을 마치 사적인 감정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리석음은 언제나 악착같은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늘 자기 생각만 하고 있지 않는다면 그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민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네들 생각만 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휴머니스트들이었다. 
즉 그들은 재앙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재앙이란 인간의 척도로 이해할 수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앙이 비현실적인 것이고 지나가는 악몽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재앙이 항상 지나가 버리는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을 거듭하는 가운데 지나가 버리는 쪽은 사람들, 그것도 첫째로 휴머니스트들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이 딴 사람들보다 잘못이 더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들이겸손할 줄을 몰랐던 것뿐이다. 
그래서 자기에게는 아직 모든것이 다 가능하다고 믿었으며 그랬기 때문에 재앙이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추측했던 것이다. 
그들은 사업을 계속했고,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고, 제각기 의견을 지니고 있었다. 미래라든가 장소 이동이라든가 토론 같은 것을 금지해 버리는 페스트를 어떻게 그들이 상상인들 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믿고 있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리유는 머리를 흠칫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저 매일매일의 노동, 바로 거기에 확신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그 나머지는 무의미한 실오라기와 동작에 얽매여 있을 뿐이었다. 거기서 멎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저마다 자기가 맡은 직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는 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의 역사를 1년이라고 친다면 산업혁명이 일어난 시기는 12월 31일 밤 12시로부터 약 1.5초 전에 해당한다.
 지구 역사 전체에서 이토록 미미하게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파괴했다. 특히 인류의 생태계 파괴는 소위 말하는 다섯 차례에 걸친 대멸종과 맞먹을 정도다. 단 한 가지 작은 차이가 있는데 우리 인류의 파괴 속도가 더 빨랐다는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