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1주

이제 2주 있으면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다가온다. 설날하면 할아버지,할머니와 오랜만에 만나서 재미있게 노는 것이나 제사와 음식들이 떠오르지만,난 오히려 그것보다 TV나 극장에서 나오던 영화들이 생각났다. 그 중에서도 명절 단골손님이었던 성룡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79년 <취권>을 시작으로 거의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외국스타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그의 영화를 잘 볼 수 없지만,올 연말이면 그의 오랜만의 연출작이자 <용형호제3>에 해당하는 액션영화 <12 차이니즈 조디악 헤즈(십이생초)>로 돌아온다. 특히 이 영화에는 한류스타 권상우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성룡의 신작을 기다릴 겸 성룡의 영화 중 추천할 만한 베스트 3편을 정말 어렵게 꼽았다. 선정작은 그의 전성기였던 8,90년대에 집중되었다.

 

1.폴리스 스토리

홍콩의 어느 판자촌에서 마약 거래를 하는 주도 일당을 잡기 위해 경찰이 잠복근무를 한다. 그러나 주도의 비서 샐리나의 밀고로 도망치지만,진가구의 대활약으로 주도를 붙잡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함께 잡혀온 샐리나에게 법정 증언을 해주는 조건으로 풀어주는 대신 진가구가 그녀의 보호임무를 맡는다. 한편,샐리나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까 두려워진 주도가 그녀를 죽일 음모를 꾸미고,그 사이 진가구는 동료 경찰의 배신으로 누명을 쓰게 된다. 누명을 벗기 위해 진가구는 주도의 본거지가 있는 백화점으로 향한다..

 

성룡의 대표작이자 대표 경찰 시리즈물이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 홍콩경찰이 무술을 한다는 설정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한다. 이 영화 이전까지 나온 경찰액션영화는 이수현이 출연한 <공복>이나 홍금보와 함께 나온 <오복성>(사실 이 영화는 경찰영화라기보다는 코믹액션물에 가깝다) 정도다. 사실,이전부터 성룡은 경찰영화를 준비했었는데,1983년 찍은 <프로젝트A>가 그 시초다. 이후 헐리웃에 진출하여 여러 영화를 찍게 되지만 그때마다 자신과 맞지 않은 일본인 배역이라든지 감독과의 마찰 등으로 그리 행복하지 않은 생활 속에 돌아오게 된다.

이 영화는 그가 <프로텍터>의 실패를 거울삼아 만들어진 영화다. 사실,그 당시 홍콩사회에서는 부패가 심각한 문제였었다고 한다. 이런 민감한 시대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홍콩 금상장 작품상,무술지도상을 수상했고 흥행에서도 4위에 올랐다. 그것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성룡의 스턴트다.

초반 판자촌을 자동차로 내려오는 장면에서는 자동차가 뒤집어질 뻔 했고,그 이후 나오는 2층 버스에 매달리는 장면과 경사진 언덕을 아무런 장치 없이 내려오는 장면,후반부 백화점 샹들리에를 내려오는 장면 등 위험천만한 스턴트의 연속이다. 이후 4편까지 시리즈가 계속 나왔지만,1편만큼 슽리와 액션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2.취권2

 

보지림을 운영하는 황기영과 아들 황비홍은 지인의 약초를 구하고 열차를 타고 되돌아온다. 그러던 중 비홍이 세금을 덜내기 위해 몰래 약초를 숨기다가 만주의 마지막 무장원 복민기와 대면한다. 나중에서야 복민기가 찾으려던 옥쇄와 바뀐 것은 안 비홍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엄마와 함께 나서지만,옥쇄를 찾으려는 다른 악당들에게 쫓긴다. 그러던 중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황기영이 그를 내쫓고,술에 취한 채 악당들에게 망신을 당한다. 그 후 갑자기 공장 문을 닫는 게 수상쩍다고 여긴 비홍이 결국 그들이 중국 문화재를 해외로 빼돌리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과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이 영화는 1979년에 나온 <취권>의 속편이지만,내용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 그저 황비홍의 캐릭터만 가져왔을 뿐이다. 전편은 1979년 말에 개봉하여 서울에서만 89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는데,이 기록은 <늑대와 춤을>이 깨기 전까지(사실 이전에 <킬링 필드>가 깨진 했지만 이 기록은 조직적인 단체 관람을 홍보했기 때문에 정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외화 최고 흥행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15년 만에 속편을 만든다는 것은 성룡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다 실제 황비홍의 직계 제자로 알려진 유가량의 연출은 이연걸의 <황비홍> 시리즈와 비교하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그의 나이가 41살이었음을 감안하면 일부 장면에서 와이어와 대역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이 영화에서 그의 무술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전편의 무술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는데,항아리 돌리기,피리불기,체리불 등 취권 만의 독특한 무술이 나오는데,이것은 유가량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유가량이 성룡과의 마찰로 도중에 하차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도 일부 스턴트가 나오는데,마지막에 고수와 싸울 때 불 위로 떨어지는 스턴트는 단지 1초도 아니고 거의 3초 가까이 나온다. 그걸 여러 번에 걸쳐 찍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찌릿하다. 그 노력 덕분인지 이 영화는 성룡영화 중 최초로 홍콩에서 4000만 홍콩달러를 돌파하게 되는데,사실 이전까지 주성치의 가벼운 코미디물인 <도성>,<도협>,<도학위룡>,<녹정기> 등이 가볍게 돌파한 것에 비하면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용형호제2>의 3900만 홍콩달러였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성룡은 95년 <홍번구>,96년 <폴리스 스토리4>로 홍콩영화 흥행 1위는 물론이고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5700만 홍콩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

 

3.중안조

 

홍콩 강력계 경찰 홍은 그의 의형제 4명과 홍콩 부동산 부자인 왕일비를 납치한다. 사건을 추적 중이던 경찰 진은 현장에서 동료들이 납치범들에게 당하는 것을 본 후 충격을 받고 직접 사건해결에 나선다. 진은 왕일비의 부인을 감시하다, 범인들이 6천만 달러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고 추적하나 범인 체포엔 실패한다. 그러나, 협박전화가 대만에서 온 것을 안진은 범인 두목인 홍과 대만으로 용의자 서문정을 잡으러가나, 끝내 홍의 방해로 서문정만 죽고만다. 진은 그후 홍을 의심하고, 폐선을 수색중 증거를 잡으나, 동료들의 실수로놓치고 만다. 한편 홍은 왕일비 부인을 유혹하여 돈을 범인에게 지불하게 한다. 그러나, 추격끝에 범인들의 약속 장소인 369라는 술집을 알아낸 진은 혈투끝에범인들을 모두 죽이고, 왕일비를 무사히 구출한다.

 

이 영화는 성룡의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실화를 소재로 한 진지한 드라마에 액션장면도 별로 많지 않고,성룡의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영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동안 성룡은 액션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고 볼 수 있는데,위에 쓴 <폴리스 스토리>,<용적심>과 함께 성룡의 드라마 연기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성룡은 이 영화에서의 호연으로 그 해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1992년 <폴리스 스토리3>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사실,이 영화는 정말 심각하다. 대만에서 실제로 있었던 부동산 재벌 왕일비 납치사건을 소재로 했는데,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 내내 파란색이 강렬하게 나타나고,성룡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피 흘리는 장면도 나온다. 여기에 NG 장면 없이 사건 이후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그닥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성룡의 베스트 영화에 꼽혀도 손색없다. 성룡의 연기 뿐 아니라 정측사의 악역 연기도 훌륭하고,무엇보다 5명의 시나리오 작가가 참여한 각본은 흐름이 약간 유기적이지 않게 나온다는 단점(사실 대만판에는 성룡과 그의 심리를 치료한 여의사와의 로맨스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홍콩 등에서는 분위기 때문인지 잘려나갔다고 한다)이 있지만 100분이라는 상영시간을 그런대로 채워넣었다. 여기에 <황비홍>으로 유명한 황점의 피아노 선율이 가득한 서스펜스 음악은 이 영화의 부족함을 채워주고도 남는다. 만약 이 영화를 처음에 출연하려 했던 이연걸이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또다른 분위기를 가진 영화가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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