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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정복자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3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감수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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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가벼운 무력감에 빠졌다. 진화심리학에 관한 책인지, 생물학에 관한 책인

 

지, 사회학에 관한 책인지, 문화인류학에 관한 책인지 구분을 해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은 이미

 

'지구의 정복자'라는 제목을 통해 '인간'에 관한 어떤 글이든 써도 된다는 영역을 이미 확보하였으

 

며, 또한 그 내용 안에서 학과나 카테고리의 기계적 구분은 철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저자는 '통섭'의 세계적 권위자이고, 감수는 최재천 교수이다. 말하자면, 그 보폭을

 

따라잡지 못한 것은 온전히 내 고루한 독서습관의 탓이다.

 

 

 

책은 총 6부 2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론인 1부와 결론인 6부를 제외하고, 본론 격의 네 부는

 

인간이 어떻게 현재의 지위를 점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로 나타난 양상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다

 

루고 있다. 그 논증의 과정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화심리학, 사회학, 심지어 문학의 방법

 

론 등이 다종하게 사용된다. 무력감에 빠진 나로서는 이 전략의 장단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

 

 

 

단, 인간은 '개체 선택'과 '집단 선택' 사이를 오가는 존재이며, '문화적 진화'와 '유전적 진화' 둘

 

다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요한 메시지가, 이만큼 다종한 방법론과 방대한 소재를 통해 증명해 내야

 

할 내용인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그 메시지를 검증해 내는 과정이, 사회학적이라고 하기에는 정

 

하지 못하고, 문학적이라고 하기에는 참신하지 못하고, 과학적이라고 하기에는 엄밀하지 못한 부

 

분이 간헐적으로 눈에 띈다. 차라리 하나의 방법론으로 깊게 다루었다면 다소 국지적일 수는 있으나

 

좀 더 건설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통섭을 전혀 모르는 미

 

개인으로 취급될까 두려워 속으로만 되뇌인다. 추가로, 서술에 있어서도 어떤 부분은 쉽지만 너무

 

만연체이고, 어떤 부분은 간결하지만 너무 전문적이어서 독서에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나는 이제 한 권을 명쾌하게 꿰뚫는 단 하나의 단어나 문장을 찾기를 포기하고, 이 책을 책장에 넣

 

어 두고는 이따금 꺼내 한 장씩 잘라 읽으며 그 안의 개별적인 메시지들을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나와 같이 저자의 메시지나 저술에 낯선 분이시라면 앉은 자리에서 전권을 독파하기보다는 그 챕터

 

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살펴 보기도 하고, 이 챕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론은 무엇인지 한 차례 더

 

살펴 보기도 하면서 충분한 거리감을 갖고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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