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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2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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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쌤' 유홍준 전 문화재청 청장의 2013년 11월 신작. 전작 '국보순례'에서는 우리 나라의 국보와 보

 

물을 소개하였고,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조선 시대의 서화 가운데 '명작'들을 골라 선보인다.

 

 

 

책은 총 5부로 나뉘어져 있고, 각 부에는 여남은 개 가량의 꼭지가 있다. 5부 중 앞의 3부는 조선 전

 

기, 조선 후기, 조선 말기의 시간 순으로 구획되었고, 나머지의 2부 중 하나는 서예, 하나는 왕실예술

 

에 관한 내용이다. 총 49개의 꼭지에는 편당 두 개에서 다섯 개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어, 합하여 백

 

육십 여 편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 격인 '책을 펴내며'의 첫 문단에서 이 책의 성격을 '명작 감상 입문'서로 명확히 규정하

 

고 있다. 예상되는 독자는 '국보순례' 때와 마찬가지로 옛 문화재들을 쉽게 접할 수 없고 또 접한다

 

하더라도 감상의 방법을 학습받거나 모색해 본 적이 적은 대중이다. 단 대중을 '입문'시키는 전략에

 

서는 차이가 생겼다. 전작인 '국보순례'에서 문화재를 보는 안목을 기르는 법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의하였던 저자는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어 감상에 필요한 충분한 자료만을 제공한 뒤 독자 스스로

 

길을 찾아보길 권하고 있다. 여러 시도를 통해 대중과의 새로운 접점을 집요하게 모색하고 있는 저자

 

의 애정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이러한 전략은 꼭지의 구성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소재인 문화재의 연원과 그에 얽힌 야사, 감상

 

포인트, 미술사적 가치 등의 여러 시점을 유려하게 섞어 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책에서 저자는 되

 

도록 본인의 감상과 평을 자제하고 작가와 작가의 시대에 관한 기록을 재구해 내는데 공을 쏟는다.

 

말하자면, '어떤 그림인지' 보다는 '어떻게 그려진 그림인지'를 설명해 주는 식이다. 물론 예술작품

 

에 관한 책이므로 해당 작품의 형식, 내용 상의 특징을 부분적으로나마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

 

러나 그 정도는 그간 저자가 유지해 온 톤에 비해 훨씬 건조하다.

 

 

 

 

따라서, 생각해 보면, 전작들에 비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 낯설어서 어려웠던

 

우리 문화재들을 특유의 유려한 썰로 친근하게 느끼게 해 주었던 '유쌤'은, 이번에는 짐짓 옆으로 비

 

켜서서 록과 문집의 옛 기록들을 읽어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유쌤의 목소리가 줄어든 자리

 

에 조선의 정치 상황, 작가의 전기, 작품과 작가를 평하는 한시, 산문 등이 빼곡하게 들어찬 것이다.

 

 

 

시대순으로 배치되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예술 작품을 설명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진 책이므로

 

그 안에서 설명되는 조선 정치사의 흐름은 비전공자가 가닥을 잡고 따라갈 만큼 유기적이지 못하다.

 

조선에서 예술을 담당하였던 계층의 특성 상, 작가와 교유를 나누었던 이들이나 작품 평을 남긴 대

 

부분의 이들도 국사 교과서에서 흔히 접해 본 이름은 분명히 아니다. 한글로 모두 번역되었지만 한

 

시와 한문 산문의 특유의 어투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분명히 낯선 것이다. '이조낭관 계회'를 '(요즘

 

으로 치면) 안정행정부 과장 모임'으로 풀어 주는 '구라' 정도는 곳곳에 있지만, 이 책은 저자의 대

 

중서 가운데에는 분명히 가장 이질적인 작품일 것이다.

 

 

 

말하자면, '유쌤'이 뒤에서 보행기를 밀어주는 식이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의 독서에서 독자들은 한

 

손이나 두 손 정도는 잡고 있을지언정 분명히 자신의 두 발로 걸어야 한다. 이십여년 간 지도해 온

 

자들에게 마침내 하산의 채비를 시키려는 진일보일까. 젖을 끊고 이유식을 먹이려는 어미의 마음

 

인 것일까. 알려 주고 사랑하게 해 주고 보여 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고 사랑하고 보라는.

 

 

 

총평. 심상한 리뷰 한 편에 저자의 책을 살지 안 살지 결정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믿

 

고 보'이라는 수식어를 오랜 기간 증명해 온 필자이다. 어차피 사시거나 어차피 보실 터이니, 한

 

마디 거드는 말만. 이번의 투자는 조금 고될 수 있다. 그러나 보상은 배일 가능성 크다. 

 

 

 

-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 하나만. 결국 이 모든 시도는 스스로 그림을 감상하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함께 실린 그림들 가운데 난화나 인물화 등은 그 세세한 표현까지를 살필 수 있지만,

 

화나 풍속화와 같이 원화가 큰 경우엔 그림 전체의 윤곽을 아는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책

 

의 판형상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문제이지만 소개되는 작품들 가운데 해당 그림들이 꽤 많은 분량

 

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해 보면 역시 아쉽다. 하기사, 이 또한 책을 들고 박물관에 가 직접 그림

 

을 보면 해결될 일이긴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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