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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스가 지겨운 기자 (안수찬 / 삼인)
뉴스에 관한 뉴스가 뉴스에 많이 나오면, 좋은 세상인지 나쁜 세상인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평온한 한 때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갈등의 주요한 동력원
중 하나로 언론이 지목되는 지금이라면 더욱 그렇다. 와중 현직의 기자가 내 놓은 성찰과
대안, 시도로 이미 소중하다. 경험을 바탕으로 비판하고, 미국의 사례를 들어 비교하고, 문
학과의 접점을 모색해 보자는 색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한다. 하나만 제대로 하더라도 일독
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 결기에 눈길이 간다.
2. 감정독재 (강준만 / 인물과사상사)
일종의 편향성이나 독특한 자의식, 혹은 문체 따위를 비판의 혀 끝에 올리기는 쉬워도, 강준
만의 성실함을 함부로 폄하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 줄의 선이라도 촘촘히 촘촘
히 긋다 보면 언젠가는 면이 된다. 기하학의 세계에서는 당연하지만 현실에서는 좀처럼 이루
기 어려운 이 진실을, 강준만은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증명해 나가는 중이다. 목차에는 다소
산만한 듯한 여러 종류의 케이스 스터디가 나열되어 있는데, 이 재료들을 어떻게 한 꼬치로
꿰어낼 지도 자못 기대가 된다. 이번 책의 주요한 메시지는 '타협하는 법'이라 하니, 작년에
출간된 저서였던 '증오 상업주의'에서의 주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연구인 것일까.
이 책과 함께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3. 한자의 모험 (윤성훈 / 비아북)
한자는 기능적 효율성만을 고려하여 형성된 글자가 아니다. 거기에는 형상화나 디자인과 같은
형식상의 특성, 역사성이나 정치성과 같은 내용상의 특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관심이 없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이왕에 애정을 갖고 한자를 익혀 보자면 형성과 운용의 역
사를 되짚어 보는 것이 유용하고 아울러 재미있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니 여러 글자를 취하
지 않고 22자만을 정하여 깊이 설명한 모양이다. 짧은 분량으로 많은 한자를 소개하면 시중의
흔한 한자 공부 책과 다를 것이 없다. 좋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동양미학을 전공하였다는
저자의 이력도 그간의 여타 동양학 서적에서 보아온 시각과 혹 다른 것이 있을까 기대하게 만든
다.
4.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오카다 다카시 / 어크로스)
난무하는 심리학 도서 가운데, '조작된 심리'만을 특정하여 세밀하게 밝혔다는 점이 새롭다.
심리의 조작이라는 것이 방송이나 통신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 새롭게 등장한 현상이 아니
라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장도 그 근거가 탄탄할 것인지 흥미가 가는 주장이다. 목차는 다소
산만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아무튼 조종당한 현상과 조종당하는 이유, 그리고 조종당하지 않
기 위한 대책이 대체로 고루 다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면 좋
겠다.
5.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고진석 / 웅진서가)
공학도인 저자가 사주명리학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낸 책이라 한다. 오랜 기간 경
험칙에 의해 그 실효성을 증명해 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대중의 관심 안에 있으나,
사주명리는 오로지 과학적 객관성을 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앙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 결정적인 약점을 과연 어떻게 해결해 냈을까. 해결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뿐 아니라, 어
떤 과정을 통해 '객관적인 연구 방법'을 세웠는지, 또 그 방법론은 충분히 합리적인 것인지 등
에 큰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