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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과 휴가를 앞두고 양서들이 잇달아 출간되는 것일까? 다섯 권으로 추리기가 유난히 어려웠던 이번 달이다.

 

 

 

 

 

 

 

 

 

 

 

 

 

 

1.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 민음사)

 

강신주는 솔직하다. 내일 장사를 위해 오늘 물건을 아껴두지 않는다. 한 차례의 강연이나 한 권의 독서 만으로도, 강신주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제일 중요한 것을 모르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애착을 갖고 그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간혹 메시지가 반복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예민한 독자가 혹여라도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강신주는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접근법을 가지고 다시 나타난다. 연애와 철학, 음악과 철학, 문학과 철학을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요즘의 모습을 보면, 팬 입장에서도 다소 과한 평인 것을 자인하지만, 그의 모습은 마치 천수관음을 연상케 한다.

 

 

 

 

 

 

 

 

 

 

 

 

 

 

 

 

2. 유홍준의 명작순례 (유홍준 / 눌와)

 

작게는 도자기서부터 크게는 전각까지, 실제로 쳐다보고 만져보고 해도 감상을 느낄까 말까 하는 사물들도 맛깔나는 설명으로 끝내 사랑하게 하고 마는 '유 쌤'의 신작. 그런데 이번엔 그림이다. 크기야 다소 축소되겠지마는 원화에 비해 훨씬 선명한 이미지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니 그 어느 때보다도 해설이 기대된다. 목차에 소개된 작품들은 기왕에 한국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길가의 돌하루방도 '문화유산'으로 탈바꿈 시키는 구라의 힘이라면 안심이다.

 

 

 

 

 

 

 

 

 

 

 

 

 

 

 

 

3. 삶의 여백 혹은 심장, 야구 (김은식 / 한겨레출판)

 

나는 프로야구 원년에 삼미의 고장에서 태어나 태평양 돌핀스와 함께 소년기를 보냈다. 코 밑에 털이 거뭇거뭇해질 무렵 절대로 현대 차는 사지 않겠다고 피눈물을 흘렸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야구는 보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의 팬들에게 상을 주는 자리가 있다 치자. 무지막지한 사랑을 보내준 열정상이나 충성상은 부산에 줘도 좋다. 프로야구의 상업적 발전에 기여한 공로상은 서울에 줘도 좋다. 하지만 만약 위로상이 있다면, 그건 인천에 줘라. 재론도 하지 말고 인천에 줘라.

'삼미 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서울 한 구석에 찌그러져 살고 있던 인천의 자식들에게 그나마의 숨통을 틔워준 선물이었다. 이번엔 소설이 아니라 직구로 인천 야구 백년사다. 닦아다오. 연안부두 바닷물처럼 흐르는 눈물 좀.

 

 

 

 

 

 

 

 

 

 

 

 

 

 

 

 

 

4.  애완의 시대 (이승욱, 김은산 / 문학동네)

 

'공공상담소'의 이승욱과 김은산의 두 번째 공동저작. 지난 18대 대선에서 표면화되었던 20-30대와 50대 간의 갈등에 주목하고,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50대를 '애완'이라는 화두로 분석한다. 좀 더 흥미로운 것은 50대를 규명하는 데 있어 이들이 갈등의 대응항인 20-30대의 '부모세대'라는 특성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격동의 근현대사가 남긴 사회적 흔적 뿐 아니라 개인적인 관계망까지를 조망하겠다는 시도인 셈이다. 이 세대에게는 얼마 전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는 책이 헌정된 바 있는데, 비교해서 읽으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다.

 

 

 

 

 

 

 

 

 

 

 

 

 

 

 

5. 18 그리고 19 (한귀영 外 / 밈)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적 행위들이 여전히 정계의 가장 큰 화두이며, 당선인의 맞수였던 후보는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지만, 아무튼 18대 대선이 끝난지 1년이 지났다. 이 책은, 진보진영의 내로라하는 학자, 언론인, 분석가들이 모여 18대 대선의 패인을 분석하고 19대 대선의 플랜을 마련하는 장이다. 전체의 내용은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의 기획 아래 언론과 여론 / 정치주체와 전략 / 이슈와 정책 / 모색과 실천의 4부로 깔끔하게 구획되었다. 필자의 면면과 해당된 주제를 보면, 이것이 단순히 '48%'에게 보내는 맹목적 온정과 애매한 격려의 에세이집이 아니라 체계적인 비판과 반성, 그리고 구체적인 대책이 담긴 보고서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간명하면서도 상징적인 제목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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