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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셸 옹프레 지음, 전혜영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1.

 

'비판적 평전'이라는 말 그대로, 이 책은 프로이트의 이력을 밟아 나가며 그의 행적과 사상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곧, 기왕에 프로이트의 삶과 학문

 

에 대한 자세한 이해 없이 아주 간단한 인상만을 갖고 있었다면, 이토록 집요하고 성실한 비판

 

의 열기에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프로이트의 유명한 저서나, 혹은 팟캐스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이트 읽기 등과 함께 접하면 저자의 의도와 열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

 

약 700쪽에 달하는 내용에서 주요한 주장을 거칠게 정리해 내면 다음과 같다.

 

 

하나. 프로이트는 인격적인 결함을 지닌 존재이다.

 

 

- 그는 금전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데 별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상담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 그는 세속적인 명예를 강하게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명사'들의 모임에 끼지 못하거나 끼더라

 

도 존중받지 못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 그는 자기 절제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불륜에 가까운 방탕하고 문란한 성생활을 영위

 

하였으며, 건강에 치명적인 것을 알면서도 흡연을 멈추지 못했다.

 

- 그는 근친상간에 대한 뿌리깊은 열망을 갖고 있었다.

 

 

 

둘. 프로이트는 학문적인 엄정함을 지키지 못했다.

 

 

-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인류 전체로 적용시키려 하였다.

 

- 그는 종종 별다른 근거 없이 직관에 의한 추론으로 결론을 내곤 하였다.

 

- 그는 아주 간단한 신체적 생리 현상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몸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정신과

 

연결짓고자 하였다.

 

- 그는 자신의 주장 내에서도 논리적 일관성을 갖지 못했고, 그러한 점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셋. 그런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정한 전략을 사용했다.

 

 

- 그는 별다른 근거 없이도 확언적인 발언으로 주장을 마치곤 했다.

 

- 그는 학술적 용어보다는 문학, 철학, 신화학 등의 영향이 강한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였다.

 

- 그는 신비술의 작동 과정에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갖고 있었고, 정신분석학에서 그것을 활용

 

하는 데 별다른 논리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넷.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반론들도 프로이트는 학술적 토론이 아닌 전략적 대처로 피해갔다.

 

 

- 그는, 정신분석학에 대한 분석은 오로지 정신분석학을 체험한 이들의 것만이 가치 있다고 규

 

정하였다.

 

- 그는 자신에 대한 학술적 반론들도 반유대주의의 일종으로 치부하였다.

 

- 그는 환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더라도 언변으로 그 상황을 해결하였으며, 환자들의 고통이 일

 

시적으로 잦아들었거나 혹은 전혀 치료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도 치료가 성공한 것으로 발

 

표하였다. 특히 그가 남긴 정신분석학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들조차도 그 실상은 대부분 환자들

 

에게 별다른 효과를 갖지 못하거나 악영향을 끼쳤다.

 

 

 

다섯. 그런 프로이트가 세계적인 명사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본인 스스로가 '우상'으로

 

서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는 기록들을 끊임없이 삭제하였으며 또한 후대의 전기 작가들이 그의

 

좋게 해석될 수 있는 면들만을 뽑아 우상화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기록이 속속 공개됨에 따

 

라 어두운 면들도 밝혀지고 있고,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는 기록들도 많

 

다.

 

 

 

 

3.

 

이 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책에서 단 한 문장만을 뽑아야 한다면 나는 460쪽의 '정신분석학

 

은 결국 그의 자전적인 모습의 발현에 지나지 않았다'를 택하겠다. 이 책의 주요한 주장은 결국

 

프로이트 자신이 많은 내적 결함을 갖고 있었고, 그런 결함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비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방법들을 동원하였으며, 그 과정을 통해 얻어진 일종의 방법론을 직관과 신비

 

론의 도움을 얻어 학술의 체계로 승격시켜 인류 전체에 적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문제적 인간 프로이트에 대해서 뿐 아니라 그가 창조해 낸 정신분석학에 대한 의혹이기도 하다.

 

연원과 형성 과정에 비합리적이고 주관적인 요소가 점철되었던 학문을 과연 학문이라 부를 수 있

 

을까.

 

 

문제의식의 제기, 요약, 비판 등이 성실하게, 그리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프로이트

 

나 정신분석학에 대한 구체적 이해가 없이도 그 논리를 즐기는 재미는 일정 정도 보장된다. '우상

 

을 추락'시키는 비밀한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그러나, 물론 한 책에 모든 책무를 요구할 수는 없

 

는 것이지만, 결국 해체와 회의에만 머물렀을 뿐 좀 더 발전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생각

 

거리를 남기지 못한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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