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안규남 옮김 / 동녘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작은 판형, 짧은 분량, 명징한 메시지의 힘을 빌어 이 책의 본문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 오늘날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수치로 검증 가능하다.

 

둘.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 구조로부터 발원하는 것이다.

 

셋. 아울러 구조는 그러한 구조로부터 이득을 얻는 계층 뿐 아니라 손해를 입는 층에 의해서도 견고하게 재구조화된다.

 

넷. 이러한 재구조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는 경제적 손해 뿐 아니라 자존감의 추락과 같은 정신적 손해, 신뢰나 연대와 같은 무형의 자산이 손실되는 사회적 손해 또한 포함된다.

 

 

 

 

2.

 

고급스러운 하드커버와 깔끔한 표지디자인,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이 독서의 출발을 가볍게

 

한다. 잘 구획된 챕터와, 수치와 논리를 통해 증명되는 간명한 메시지 또한 이 책의 특장점으로 꼽

 

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적어도 이 책의 기획 의도에 공감하고 접근한 독자에게는 그닥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다. 세계적인 화두이며 당장의 내 삶에도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위에 요약한 바

 

와 같이 그것을 다루는 내용의 구체는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일상적 담화의 소재로까지 내려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단견이지만, 나는 독서의 과정에서, 충격적인 수치나 엽기적인 상황의 소개를 통

 

해 이러한 내용들을 재차 삼차 활자로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의식을 박제화시키는 부작용은 있

 

지 않을까를 의심하기도 했다.

 

 

 

3.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한 감상은 '중요하지만 뻔하다'와 '뻔하지만 중요하다' 사이의 어딘가에 놓여질

 

것 같다. 단, 논의의 과정에서 자존감의 추락이나 신뢰, 연대의 상실과 같은 비계량적 요소들을 경제

 

성장과 같은 구체적 요소와 등위로 비교를 시도한 것은 눈여겨볼만한 점이다.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

 

이, 계량적 요소만을 바탕으로 하여 논의나 사고를 하게 되면 경제성장이나 소비 등을 미덕의 자리에

 

서 끌어내리기가 어렵다. 다소간 자의적이고 허황되어 보일지라도, 비계량적인 요소들을 거듭 객관

 

화시켜 삶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그나마 남아있는 선택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매

 

일같이 이 사회의 질서를 스스로 재구조화하고 있는 개인이 위와 같은 과정을 혼자서 이뤄나가는 것

 

은 지난한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상황을 '파국'으로 가는 길이라 표현한다.

 

 

 

4.

 

심상한 요소를 들어 책의 내용에 트집을 잡고 명확한 결론이 없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

 

다. 그 논리 게임의 과정은 작은 쾌감을 주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가 전달하려 애쓰고 고민하였으나

 

해결하지 못한 그 문제가 바로 내 문제라는 생각을 해 보면 섬뜩한 기분이 든다. 일독의 가치는 분명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