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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종석의 낭만 미래 (고종석, 곰)
새 시리즈인 '지식과 책임' 총서의 1차 도서.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해당 시리즈는 '지식인에게 당대의 첨예한 의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와 입장을 묻는' 기획의도를 갖는다 한다. 부정을 감추기 위해, 혹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행동과는 정반대의 말을 내세우는 것이 일상화되어 버린 세태에 적확한 기획 의도였으며 또한 흥미로운 필자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고종석의 '자유주의'적 시각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논쟁적인 주제들을 다수 다루고 있다 하니, 우리 사회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나 고종석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나 유용한 교재가 될 듯 하다.
2. 우상의 추락 (미셸 옹프레, 글항아리)
지난 세기의 천재들 가운데 아직도 일반 대중에게 강력한 패러다임으로 존재하는 이들이 있다. 프로이트는 아마도 그 선봉에 서 있을 것이다.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그가 정립하였던 몇 가지의 핵심적인 주장의 대강은 알고 있으며, 또 자신이나 주변의 삶에서 목격한 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혹은 정체를 밝혀낼 방법론조차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한 '정신'에 대해, 근대의 태동기에 태어난 단 한 명의 이론이 지속적으로 군림하여도 괜찮은 것일까? 의문을 제기하는 구체적 방법에는 그의 이론 자체를 논증하거나 혹은 사고의 근원인 그의 경험세계를 검증해 보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책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평전'이라는 형식을 통해 후자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경험과 이론 사이에 걸쳐진 다리, 그 다리를 잘 재구해 냈다면 단지 프로이트 개인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인문학적 사고의 방법론에 대한 성찰까지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3. 공범들의 도시 (표창원/지승호, 김영사)
출판사의 책 소개에는 '보수주의자이며 범죄 심리 전문가인 표창원과 진보적이고 대중적인 성향의 지식인 지승호의 대화'라고 되어 있다. 제 3의 길을 모색하는 건설적 토론이 담겨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표창원의 전문 분야로 구성되어 있는 목차를 보면 인터뷰어 지승호가 꾸준히 행해 온 인터뷰 북의 신작인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에서는 이른바 '진영'을 월경하는 이들이 이전에 비해 더 많이 눈에 띄었는데, 선거가 끝나고 열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선거 전 만큼의 열기로 발언을 하고 있는 이는 표창원이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주의자이나 보수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우리는 당연한 현재로 살고 있으나 언젠가의 미래에는 반드시 괴상한 과거였다고 평가하게 될, 현실을 기록해 두는 데 있어 그와의 인터뷰만큼 상징적인 것이 있을까. 에두르는 수사보다는 철침같은 직언이 더 많길 기대한다.
4. 국정원을 말한다 (신경민, 비타베아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수사의 과정까지가 하나의 사건이 되었다. 아직 완전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판결이 난다 할지라도 그것은 법률적인 종결일 뿐 정치적이나 도의적 맥락은 아주 긴 시간동안 한국 사회를 맴돌 것이다. 같은 근거를 놓고도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목소리들 사이에서 주관을 갖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역시 '사실'을 확인하는 길일 것이다. 책의 필자가 현역 민주당 의원이고, 그 중에서도 비교적 개혁적 색채를 갖고 있는 신경민 의원이니 완전하게 가치 중립적인 자료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목차를 보면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배치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작게는 정보 기관의 올바른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보는 재료에서부터 크게는 이처럼 큰 사건을 통해 드러나게 된 한국 사회의 갈등과 폐해에 대해 성찰해 보는 단초로 삼을 수 있겠다.
5. 사진예술의 풍경들 (진동선, 문예중앙)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보급 이후로 제한해 보면, 가장 선호하는 예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답이 갈릴 수 있어도 가장 가까운 예술이나 손쉬운 예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사진이라는 답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할 것이다. '예술'이 맞는지 '얘술'이 맞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할 꼬마 아이들도 머리를 새로 자르거나 길에서 연예인을 만나면 사진 작가가 된다. 사진이 반드시 예술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진이 본디 예술이었고 언제든 예술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진의 예술로서의 정체성을 공부하려는 데에, 유명 작가들의 사진의 분석을 통해 연원, 구성, 효과 등의 다종한 카테고리를 설명하는 이 책, 기댈만한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