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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 - 사진으로 읽는 한국 게임의 역사
장세용.오영욱.조기현 지음 / 한빛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게임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시간과 체력이 부족해 즐기지 못하고 구입만 계속 하는 나같은 아재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 책은 뭐랄까...
그냥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내 어린 시절은 콘솔 게임보다는 주로 PC게임 그 중에서도 대부분 국산 PC게임들과 함께 했다.(발더스 게이트 같은 CRPG와 파랜트택틱스 같은 일본SRPG 장르를 제외한다면)
요즘 예전 PC게임들을 개발했던 개발자들의 이야기나 게임사들의 흥망성쇠에 대한 책과 영상들을 자주 보는 편인데 우리나라 게임들을 다룬 콘텐츠는 거의 없어서 아쉬웠던 찰나에 이렇게 한국PC(고전)게임들을 다룬 책이 나와줘서 너무 반가웠다.
이 책이 만들어진 배경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2019년 텀블벅에서 30년간 모은 PC게임들 수백개를 1억원에 판다는 글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간 관련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텀블벅에 글을 올렸던 분은 이 책의 공동 저자이신 장세용님으로 게임회사 재직을 거쳐 유명한 레트로 게임 카페인 네이버 구닥동에서 재믹스(나도 가지고 있었던 추억의 국산 게임기) 게임 제작과 판매도 하셨다고 한다.
참고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은 2주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8천만원 이상의 금액이 모였다고 한다. 현재 30대 후반~50대 초반인 아재게이머 세대에게는 고전 한국 PC게임들이 그만큼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킨 사례가 아닌가 싶다.
책에는 총 94개의 국산 PC게임들이 실려 있다.
폭스레인저, 서풍의 광시곡, 토막, 임진록, 마그나카르타, 창세기전, 포가튼 사가 등 한국 게이머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유명한 게임들이 모두 수록되어 있으며 하얀마음 백구, 열혈강호,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처럼 한국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들도 많이 실려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포가튼 사가나 킹덤 언더 파이어 같은 게임을 다시 보게 되어 무척 반가웠고 YS는 잘 맞춰 같은 이름으로만 들었던 재미있는 게임들도 실려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게임 개발자이기도 한 김형태님(현재는 시프트업사의 CEO)을 비롯해 게임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도 실려 있었는데 그동안 궁금했던 우리나라 게임 개발자나 게임관련 종사자들의 근황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파트1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출시된 연도별로 게임들을 분류하여 주요정보들을 수록하였고 파트2에서는 게임별로 패키지 사진같은 사진 자료들을 도록 형태로 수록하였다.
게임에 대한 정보는 장르와 제작사 등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그래픽카드나 사운드카드 등 권장사양도 상세하게 적혀 있으며 배경 스토리와 한국 PC게임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정보도 실려 있었고 칼럼 페이지에서는 과거 게임 불법복제 사건이나 버그와 표절 문제 같은 한국 PC게임사의 중요한 이슈들도 나와 있어서 고전 한국 PC게임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좋았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지금은 기록조차 찾기 힘든 무려 20~30년 전 게임들의 역사와 당시 사건들을 요약한 페이지들은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릴때 게임을 구입할 돈이 부족해 게임 잡지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었는데 예전 게임 잡지를 읽는 기분...
PART2의 도록 페이지 중 이스 2 스페셜 게임 페이지인데 구하기 힘든 몇십년전 게임들의 패키지 사진이 참 반갑고 정이 간다.
이스 2 스페셜이 그냥 일본에서 수입해다가 판 게임이 아니라 한국에서 개발한 국산게임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책 가격치고는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풀컬러로 만들어진 책의 퀄리티와 책에 실린 자료들의 희귀성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닌 것 같다.
1990년대~2000년대 한국 PC게임들과 함께 어린시절, 청춘을 보낸 게이머들에게는 소장용으로 아주 좋은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