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미스터리 논픽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점과 선>이라는 작품이었다.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이름은 생소했지만 추리소설로서 <점과 선>은 꽤 유명한 작품이라 나는 동서미스테리북스에서 출판한 <점과 선>을 구매했다. 스포 일 수 있으나 기차시간대를 이용한 트릭은 신선해서 그후 나도 기차시간표를 즐겨보는 버릇이 잠시 생겼다. 하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점과 선이 아니라 <제로의 초점>이었다. 이 소설은 <점과 선> 뒤에 있었던 작품으로 실종된 남편을 찾는 여자의 이야기로 둘은 맞선으로 만난 사이였는데 서로 자주 못보고 지내다가 남편과 같이 살기 얼마 앞두고 남편의 실종되어 남편의 친구의 도움을 받아 남편을 찾는 이야기다.

 

남편을 추적하는 과정이 일반 평범한 여자로서 차곡차곡 더듬어 가는 과정이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고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이라 횡재한 기분이 들어 더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 읽었던 추리소설의 대부분은 머리가 비범한 사람이나, 탐정, 혹은 경찰이 추리해서 범인을 찾아가지만 <제로의 초점>은 평범한 여자가 형사처럼 남편을 찾는다. 많은 추리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나름 '천재' 주인공들에게 신물을 느꼈던지라 더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후 <너를 노린다>, <검은 화집>을 통해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에게 흥미가 갔다.

 

그런데 책을 접하면, 비단 세이초 뿐만 아니라 추리작가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접하고 소설을 쓰는가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중 좋아하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필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출판되지 않았다. 뭔가 이런 모티브로 쓴거입니다, 하면 저 재미있을텐데 그런게 없어 조금 아쉬었는데 <미스터리 계보>는 나름 추리작가들은 이런 사건을 접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씁니다, 라는 것을 알게해준 재미있는 작품이다.

 

첫번째 사건은 인육에 관한 2가지 이야기다. 생각만해도 속이 울렁거리지만 묘사 역시 잔인하다. 다행히 짧은 이야기로 지능이 낮은 남편과 재혼한 여자가 지금 남편의 딸을 먹는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우연이 어느 지방을 가다 택시 운전사에게 그 지방 이야기를 접하면서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모두 논픽션으로 이런 계기, 혹은 어떠한 사건을 접하고 일본에도 이런 사건이 있었다, 라고 쓰는 수필이다.

 

첫번째가 인육으로 배고픔을 이기지못해 전골을 해먹었다면 다음 이야기는 나병을 고치기 위해 인육을 먹는다. 세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엽총 살인 사건에서는 폐병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한 열등감을 느껴 사람을 죽인다는 이야기인데 스스로 고통받고 있는 병 자체에서 범죄가 시작된다는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았다. 스스로의 고통을  통해 타인에게 피해와 고통을 줌으로써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또 하나의 병을 얻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와 정신을 필수불가결하다는걸 새삼스레 느끼해주었다.

 

두명의 진범은 한 여자의 살해사건을 두고 두 명이 자신이 진범이라고 주장한다. 둘믄 서로 안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해사건에 대해 잘 알고 둘 중 한명이 범인이라고 해도 그럴듯하다. 어째서 이 둘 중 한명은 정말 그녀를 죽인것처럼 완벽하게 알 수 있을까? 어쩐지 <살인의 추억>이 생각났다. 범죄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범인을 취조하는 과정에 대해서.

 

마쓰모토 세이초를 두고 사회파 작가의 시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버지라는 사람이 있다. 그만큼 사회에 대한 통찰과 그림자를 잘 그려내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인간 자체에 대한 통찰이 깊은 작가라 생각한다. 이 사람은 무조건 나빠, 가 아니라 어떻게 이 사람이 이렇게 되었는가. 환경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낸다. 

 

세번째 이야기인 어둠 속을 내달리는 엽총인데 이 이야기는 무쓰오라는 사람이 어떻게 하루만에 30명이나 되는 마을사람들을 죽였는가에 대한 글이다. 이 이야기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팔묘촌> 에도 영감을 준 사건이기도 하다.

 

엽총 살인사건에 앞서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의 책에 대해 잠깐 언급하는데 어쩐지 이 사건은 일본에서 크게 알려지고 유명한 사건인듯하다. 하지만 나에겐 카포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 더 생각나는 작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인 콜드 블러드>의 범인의 남동생이 쓴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번역했다.

 

무쓰오가 살고 있는 곳은 산촌으로 공동체 의식이 강한 곳이기도 했다. 성적으로도 자유분방해서 여자의 방에 몰래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있고 이것을 마을의 풍습처럼 여기고 있었다. 타 마을 청년이 이럴경우에는 두드려패고 그 청년이 마을 청년들을 술을 대접해서 화해를 한다는 황당한 풍습으로 무쓰오는 성적인 것에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었다. 그 결과 마을 여자들에게 치근덕거리며 관계를 맞다가 그가 앓고 있는 폐병으로 인해 마을 여자들을 그를 멀리하게 되고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여자들이 자신을 피하자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 열등감과 화는 차곡차곡 쌓이다 결국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잔혹극의 첫 시작은 자신을 곱게 키어준 할머니를 도끼로 죽이며 시작된다. 세이초는 여담이지만 자신도 할머니 손에 커서 그 사랑에 대해 잘 안다고 적어 놓았다.

 

해설 역시 재미있게 읽었는데 어쩐지 존댓말로 된 문장을 읽으니 책을 읽는다는 기분보다는 이야기를 듣는듯한 기분이 들어 재미있었다. 그전까지 단순히 작품으로서 흥미를 느꼈다면 해설을 통해 작가로서의 세이초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다.

 

생각보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방대한 분량의 글을 썼는데 40살 이후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초등교육만 받았다고 하지만 이 <미스테리의 계보>를 통해 그가 얼마나 인문서적이나 추리소설, 그리고 재판 진술서나 범인의 진술서든 추리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을 알게되어 이런 점은 꼭 배우고싶다. 어쩐지 성실한 작가한테는 더욱 더 호감이 간다.  특히 무쓰오의 학창시절 성적표는 이런것까지 조사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야기를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앞으로 이 책이 마쓰모토 세이초 월드로 통하는 입문서로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부록으로 딸려 온 마쓰모토 세이초의 원고지도 신선했다. 하지만 아까워서 그냥 보관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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