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 헨리 제임스 장편소설 열린책들 세계문학 192
헨리 제임스 지음, 이승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적 사실주의라는 분야를 일군 현대 심리소설의 아버지 헨리 제임스의 1898년작.

 

 

외딴 마을 한 저택에 두 남매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 주인공.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그 집에서 두 명의 유령을 보게 되고, 그 유령들이 아이들에게 악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미 유령과 교류하고 있으나 그 사실을 자신에게는 숨긴다고 생각하죠.

아 무섭고도 으스스하면서도 책을 절대로 놓지 못하게 하는 이야기...

8월 여름밤에 읽기 딱 입니다. (사실 베를린은 그렇게 덥지 않아요. 이미 가을이에요.^^ 그냥 상투적 문구 한번 써보고 싶어서요.)

 

어쨌건...

 

책을 다 읽고 났는데 도대체 제목이 왜 나사의 회전일까 궁금해져서 나사라는 단어로 본문 검색을 해봤습니다. (전자책으로 읽었습니다 ^^)

 

이 책에서는 나사가 두 번 언급되는데요.

 

첫 번째는 더글러스라는 사람이 자기 집에 모인 사람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면서, 유령이 아이에게 나타나게 되면 나사를 조여 주는 효과를 줄 것이라고 얘기할 때 언급됩니다.

, 이야기에 더 큰 긴장감이 조성 될 거라는 뜻이겠죠

 

두 번째는 더글라스라는 사람이 얘기해 준 그 무서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아이들과 자신에게 나타나는 유령이라는 초자연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 평범한 인간의 도덕성이라는 나사를 한 번 더 조이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에서 언급됩니다.

,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을 더 견고하게 하겠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인 가정교사는 자신의 확고한 도덕적 가치관을 통해, 자신의 제자인 두 남매를 유령에게 잠식당한 악으로 규정하고, 그 아이들을 구원하려고 합니다.

결국 그녀가 승리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처참한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나사는 아주 다른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끔씩 소름도 돋고 등골도 오싹오싹 했으니, 첫 번째 나사는 제대로 역할을 한 셈이죠.

두 번째 나사는 제대로 역할을 했을까요?

유령을 물리치는 데에는 큰 역할을 했을지 모르나, 도덕성이란 나사는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자유분방함, 장난스러움을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악의 씨앗으로 규정하고, 게다가 아이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조차 악의 속성을 감추기 위한 위선이라고 가정하며,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악을 행하려는 것으로 의심하는 가운데,  주인공의 무기였던 도덕성이란 나사는 아이들을 옥죄는 억압의 나사로 깊이 박혀 아이들에게 되돌릴 수 없는 해를 입히고 맙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이런 게 아닐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저는 애들이 죽거나 다치는 내용이 나오면 그 부분이 가장 깊게 와 닿고 가슴이 저려요. ㅠㅠ

며칠 전에도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방치되고 학대당한 채 죽은 애들 귀신이 나와서 너무 슬펐는데....

 

역자 해설에도 나오는 데 이 소설은 그 해석이 아주 다양하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유령이 출몰하는 그로테스크한 고딕소설의 전형이라는 평과, 성적으로 억압된 가정교사의 히스테리를 표현한 것이라는 평, 그리고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적이고 억압적인 여성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을 나타낸 것이라는 페미니즘적 평 등이 있는데, 제가 내린 결론은 세 번째 입장과 가장 유사한 듯 하네요.

, 여성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입장이라는 차이가 있지만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짜 열심히 읽었어요.

이 책 읽다보니 영화 디 아더스가 떠오르더군요.

거기서도 엄마가 아이들을 도덕적 종교적으로 혹독하게 훈육하잖아요.

그것이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고요.

(너무 오래전에 본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

 

... 오늘의 결론은 이렇게 내리고 싶네요.

인간에 대한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를 포함해서) 믿음과 사랑이 결여된 도덕성의 강요는 우리를 언제 잠식할지 모르는 또 다른 유령이 될 수도 있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