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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Niche -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제임스 하킨 지음, 고동홍 옮김 / 더숲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90년대 중반 노동과정이론을 통해 포스트 포디즘 이론을 접한 기억 난다. 논의에 따르면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으로부터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으로 생산방식 패러다임의 변화가 발생하였고 이는 소비자 취향의 다변화라는 조류와 호응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니치> 바로 이러한 흐름의 가장 최근의 모습을 보여주는 접근이 아닌가 한다.

언제부터인가 소위 중간급 혹은 중산층이라는 대상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마케팅에서는 이제 일반 대중이라는 관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류기업 갭이나 소매점 < 믹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 시대가 종언을 고한 것이다. 예술 영역에서도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예술을 요리해서 관중의 수고를 덜어주는 시도가 쇠퇴하기 시작한다. 모든 평균적인 것들의 종말은 새로운 시기 개막의 징후이다. 이제 모든 기업들은 원래 뜻이 생태적 지위를 지칭하였던 개념인 니치에 주목한다. 종래에 거대기업의 먹잇감에 불과하였던 소비자들이 이제 지위를 바꾸어 사이버 포식자로 전환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에서 저자가 이끌어내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러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그냥 손쉽게 가격 차별 전략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이해에는 가지 곤란함이 동시에 발생한다. 첫째 경제학 표준이론에 따르면 가격차별이란 시장 지배력을 보유한 독점기업만이 행할 있는 시장전략인데 반해 책에서 나오는 기업들이 모두 언제나 시장 지배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차라리 기존 경제학 이론 가운데 제품 차별이 이러한 상황에 근사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둘째, 전통적인 가격차별 이론의 경우 소비자를 개의 그룹으로 나누는 근거는 수요의 소득 탄력성 차이 이고 이는 쉽게 계산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최근 이러한 변화에 직면하여 기업들이 고객 세분화 작업을 수행하는 것에는 엄청난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번째 논점과 관련하여 한가지 . 책의 저자 역시 해당되지만 저서에서 소비자들의 카테고리화에 고군분투하는 기업 고용 사회학자들이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현실에서 고정된 소비자 범주란 존재하지 않으며 소비자 집단은 무빙 타깃 moving target 이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대학을 구경온 관광객들에게 단과대학과 도서관을 보여주면 어리둥절해 한다. 관광객들은 대학이 구성 요소의 총합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단일한 건물일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줄리언 바자니, <가짜 논리: 세상의 헛소리를 간파하는 77가지 방법> 한겨례 출판). 철학자 길버트 라일은 이러한 인식상의 착오를 범주 착오 category mistakes 라고 명명하였다. 앞서 언급한 사회학자들 역시 이러한 오류에 빠져 있음에 분명하다. 저자 역시 부분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트겐쉬타인의 처럼 모든 것은 자체이며 다른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야 말로 경우 곱씹어 볼만한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 예전에 언젠가 유시민 씨가 자신이 지식의 소매상이라는 표현을 있다. 미국에는 이런 종류의 소매상이 풍부하다. 특정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와 조사를 통해 기본적 주장을 구성하고 이를 예시할 다양한 역사적 경험적 사례를 발굴하는 작가들 말이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없다. 책의 저자 하킨 역시 그런 의미에서 지식의 소매상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식의 소매상이란 다름 아닌 지식 시장의 니치에 다른 표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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