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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정치경제학 - 하버드 케네디스쿨 및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이재훈 옮김 / 에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아담 스미스는 자신이 죽을 자신의 모든 미출간 원고를 불태울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러나 자칫 세상에서 사라질 스미스의 원고 가운데 일부가 그에게서 법학 강의를 수강한 학생의 필기 노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학생에게 감사해야 판이다. <하버드 정치 경제학> 저자 역시 자신이 직접 하버드 대학 경제학부 케네디 스쿨 강의에 참가하여 작성한 강의 노트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비록 그가 아니었으면 영원히 사라져버릴 스미스의 원고는 아닐지라도 세계 최고의 지성의 요람에서 행해진 강의를 지상 중계해준 저자의 노력에는 감사의 말이 다소 필요할 하다.

개화기 실학자 가운데 일인이었던 강화도의 한기 집이 무척 부자였다고 전해진다. 다른 여느 학자와는 달리 생계를 위해 벼슬에 나갈 필요도 없었고 덕택에 오로지 평생을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을 위해 바칠 있었다. 그러나 물려받은 재산을 중국에서 들여 신학문 구입으로 탕진(?)하자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 하여 그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많은 재산을 어찌 종이 꾸러미와 맞바꾸다니 자네 지금 정신이 있는 건가. 이에 최한기 껄껄 웃으며 다음과 같은 답을 하였다고 한다. 내가 만일 책의 저자들에게로부터 배움을 얻으려면 중국으로 건너가야 하고 거기에 집을 구해야 하며 스승에게 수업료를 내야 하는데 스승들이 자신들의 사상을 정리하여 책을 펴내고 그것을 내가 구입한다면 오히려 그게 내게 이득이 되지 않겠는가. 한기 답변을 들은 사람들이 다시 학문 자체의 가치에 관해 질문을 하였는지는 없으나 아무튼 한기 논리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에 방문하지 않고서도 구입을 통해 쟁쟁한 학자들의 강의를 들을 있다는 것은 크게 수지 맞는 일이 아닐 없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가지. 대부분의 강의 내용이 주로 당면한 현실 문제로부터 출발하는데 이는 물론 저자가 그런 과목만 들어서 있고, 아니면 케네디 스쿨 강의라는 특수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자본개방에 관한 프랑켈 교수의 강의가 그러하다. 후반부에 특강 형식을 빌어 탁월한 학자들이나 저명한 인사들의 강연을 소개하고 있는데 제레미 리프킨, 조지 소로스, 그리고 마이클 샌델의 대담이나 강연들이 그러하다. 당장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을 분야 최고의 학자들을 불러 토론하게 하거나 강연을 시키는 것이 부럽기만 한데 이런 것이 하버드의 특권 아닐까 한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건대 책의 내용 가운데 특별히 흥미가 있다거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은 찾기 힘들었다. 많은 부분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내용들이어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의 강의를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면 화면을 통해서 있는 시대가 아닌가 (유튜브에서 MIT 예일대학의 학기 공개 강의를 취향에 맞게 골라 들을 있다). 학문의 발전이 아직 미진하고 인터넷이 활용되지 못했던 15 – 20 전이라면 책의 의의가 아주 컸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중간에 소개된 리처드 쿠퍼 교수의 현대 경제학에 대한 비판은 예외적이다.

 

일반인이 보기에 문제가 되지 많은 것이 오직 경제학자의 눈에는 커다란 문제가 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경제학이라는 영역에서 비현실적인 가정을 세웠다. 그리고 경제학의 전체 영역이 점차 좁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들의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중에는 복잡한 수학 모형과 추론 방식을 사용하여 보통 사람이 보기에도 신선할 것이 없는 평범한 결과를 도출한다. 그런데 이런 별로 이상할 것이 없는 평범한 결과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경제학 영역에서 학자로서 값을 올리는 자본이 된다. 이렇게 보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미 너무 많이 나갔음을 있다 (79).”  

 

   현대 경제학이 형식주의에 매몰되었음을 조금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비판은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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