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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제국 몰락의 출발점은 아마도 달러의 몰락일 것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의 주장 처럼 달러의 몰락이 미국의 몰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가 진실이겠지만 말이다. 아이켄그린의 새 저서 <달러 제국의 몰락>은 세계 패권 국가 미국의 통화인 달러가 어떻게 기축 통화로 등장하였다가 이제 서서히 몰락하는지를 아주 세세하고 섬세하게 보여준다.  


1차 대전 이후 몰락하였지만 여전히 경쟁 상대로 남아있는 파운드화를 대신하여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의도적이며 세심한 계획 아래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 책에서는 그려진다. 지난 세기 초 미국에서 환어음시장이 등장하는 과정이 그러하고, 전후 브레튼우즈 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이 그러하며, 다른 나라들이 달러 레짐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노력하는 과정이 바로 그러하다. 특히 달러가 금이나 특별인출권과 기축 통화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라든가, 미국이 유럽 특히 프랑스와 함께 국제통화시스템의 디자인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그러한 과정들의 한 단면들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1971년 닉슨 쇼크를 계기로 금과 달러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1973년 변동 환율제가 도입되면서, 그리고 1990년대 유로화가 등장하면서, 마지막으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지위가 점차 흔들리게 된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달러 폭락의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째가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중국이 미국의 채권을 투매하는 경우이고 둘째가 미국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변심하는 경우이며 세 번째가 미국의 재정 위기가 심화되어 달러화가 폭락하는 경우이다. 저자는 이 세가지 가능성 가운데 마지막 시나리오를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간주하는데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 진행중인 유럽 재정 위기는 미국 달러 가치 폭락의 암시일런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화폐 가능간의 내재적 불안정성에 관한 데이비드 하비의 논의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그에 따르면 화폐의 가치척도 기능과 일반 교환 기능 간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축적과정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화폐에 대한 수요가 한 쪽에 존재한다. 이는 수익성 있는 거래의 급속한 팽창을 촉진할 화폐 수요를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보편적 등가물로서의 화폐 수요가 존재하는데 이 후자의 수요는 전자의 수요 증대에 의해 약화되는 경향을 갖는다. 달러화를 둘러싼 이해의 갈등이나 모순의 심화는 다름 아닌 이 두 화폐 기능간의 충돌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제간 실물 거래를 뒷받침하는 공통화폐 문제를 해결하기 단지 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였던 달러화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특권을 누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특권이 어떻게 천천히 소멸되어 갔는지에 관해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은 아마도 이 책을 우선적으로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달러의 흥망성쇠를 이처럼 평이한 문체로 알기 쉽게 서술한 책은 필자가 알기로 매우 드물다. 이 점이야말로 이 책의 미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일전에 읽은 신문기사에 따르면 일반 사람들은 복잡한 사회 경제 문제를 접할 경우 이에 대해 스스로 사고하고 문헌을 찾으며 학습하는 대신, 단지 문제를 외면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아이켄그린의 이 저서는 세계경제나 환율 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줌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이 세계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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