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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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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계의 과학: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초판 1쇄일이 12월 10일. 출판사에서 받은 가제본으로 읽었다.
믿을 수 있는 기장이 모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은 악천후 속에서도 편안하다. 이륙을 알리는 프롤로그부터, 이어지는 연결-관계-시선-흐름-미래의 5개 파트 그리고 부록까지, 든든하게 등을 받쳐주는 저자의 믿음직스러운 손을 느끼며 온 몸을 내맡긴 채 즐거운 독서 비행을 경험했다.

인공지능, 카토그램, 프랙탈, 버스트, 문턱값, 때맞음, 상전이, 푸아송분포, 마구걷기(랜덤워크), 비선형 등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혹은 낯선 물리 용어에 대해 친절하고 적확한 서술이 인상적이다.

 

가령 네번째 파트 [흐름] '복합한 지구를 재미있게 관찰하는 법'에선 지수함수의 개념을 통해 흥행의 이유와 유행의 법칙을 다룬다. 본문 중 "과학책이 소설보다 판매량은 적지만 생명력은 길다"는 구절이 기억난다. "그래도 과학책의 반감기가 아주 잘 팔리는 소설과 비슷하다"는 점은 나름 위안이 된다. '반감기'라는 용어를 통해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수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름이 달라야 서로를 구분한다'는 파트도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성씨 분포는 일반적인 분포와 다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가 소개된다. 작가가 되었다고 성을 바꾸는 일은 많지 않을테니, 큰 차이가 없다고 예측은 된다. 그럼에도 실제 검증해 보는 것이 과학자의 본성이다. 실제로 김범준 교수가 확인해 본 결과, 둘 모두 로그함수 형태를 보이며 그래프 모습이 거의 겹쳤다. 그렇다면 다음 관심사는 당연히 '이름'이다. 작가 2053명의 이름을 대상으로 계산해 보니 성과 이름이 겹치는 작가는 44명이였다. 대학생 20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니 성과 이름이 겹치는 학생은 109명이였다. 두 집단(작가와 대학생)간 차이는 65명(109명 - 44명)이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지 특정할 순 없지만) 약 2000명의 작가 중 이름을 바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가 대략 60명 이상은 된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어떨까? 작가들보다 더 큰 수준의 다양성을 보이지 않을까? 어떤 직업군이 성과 이름에 있어서 가장 큰 다양성을 보일까? 해당 직업군의 특성(대중 노출 수준)과 성-이름의 다양성은 어느 정도 상관 관계를 가질까? 이런 호기심과 의문과 질문이 과학하는 마음의 시작이고 혁신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다섯번째 파트 [미래] '시간은 우리 앞에 어떻게 존재할까'를 읽으며 이탈리아 태생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한 말이 생각났다. "물리학은 사물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설명 않는다. 모든 사물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시간들이 서로 어떻게 다르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한다." 저자(김범준 교수)의 말처럼 '미래로 가는 길은 울퉁불퉁하며 시간은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가능성이다. 인생은 빛살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휘관의 구령에 맞춰 움직이는 제식훈련처럼 균질하기 보다는
서로 각자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물처럼 얽혀 있는 모습에 가깝다. 과학은 완성된 지식 자체가 아니라 현재도 계속해서 진화 중인 과정이다. "과학분야 교수가 대중에 널리 읽힐 수 있는 책을 쓰는 것은 일종의 자학"이라는 저자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더 훌륭한 과학책이 앞으로 많이 나오려면, 독자가 더 많이 과학책을 사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한다.


과학책과 함께, 이를테면 마이클 패러데이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Christmas Lecture)과
같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도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관계의_과학 #동아시아

 

본문 중 테드 창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에 대한 짧은 서평이 나온다. 다음 번엔 저자의 과학소설(SF) 서평 모음집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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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신청합니다~영화와 역사, 둘다 흥미로운 주제로 기대가 많이 되는 강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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