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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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일본 미스터리를 즐겨 읽는데 그 다양함에 놀라곤한다. 원래 문학을 분류한다는게 모호해서 미스터리라고 해서 단지 추리소설만을 말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소재의 소설들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나 트릭이 있는 미스터리도 좋지만 범죄에 얽힌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장르의 미스터리를 특별히 좋아한다.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이 느껴지는 수작을 만날때도 있는데 그 감동이 며칠을 가기도 한다. 일본의 다른 소설은 밋밋하다고 느끼는편인데 이런 미스터리물은 내 취향에 딱맞아 정말 좋아한다. 게다가 작가층도 얼마나 넓은지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어서 팬으로써 뿌듯하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어떤 장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나보고 분류하라고 하면 미스터리 장르에 넣고 싶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범죄에 얽힌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그런 소설로 분류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도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터부가 있어서 이 소설을 이렇게 분류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뜻대로 하는 분류니까 내맘대로 하련다. 내겐 <7년의 밤>이 당분간은 잊히지 않을 수작이었으니까.

 

열 두살 여자 아이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그 여자 아이의 아버지도 살해하고 자신의 아내까지 살해한 남자. 댐의 수문을 열어 한 마을을 물 속으로 사라지게 만든 남자가 서원의 아빠다. 서원은 살인자의 아들이란 멍에를 짊어지고 7년을 살아내고 있다. 친지들도 두세달 이상을 서원을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았고 학교에도 적응할 만하면 서원에 대한 소문이 퍼져 버틸수가 없었던 세월이었다. 친지들 모두에게 버림받은 서원은 7년전 그날 밤 자신과 함께 있었던 아저씨에게 연락을 하고 그와 함께 세상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그나마 평온하게 지내고 있던 서원과 아저씨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진다. 장기간 묶고 있는 민박집에서 잠수 사고가 벌어지면서 서원은 세상 밖으로 다시 내몰릴 위기에 처한다. 아저씨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서원에게는 7년 전 사건이 소설로 쓰여진 원고 뭉치와 아버지의 사형집행을 알리는 전보만이 남아 있다. 서원이 외면하고 싶었던 7년 전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서서히 밝혀진다.  

 

오랜만에 남은 페이지가 아까울정도로 몰입해서 읽어 내려갔다. 7년 전의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도 흥미로웠고 무너지는 한 남자의 내면을 만나는것도 한 소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남자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감내할 수 없는 죄인인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소년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좋았다. 정유정 작가의 전작인 '내 심장을 쏴라'를 읽을 때에는 참신한 작가가 등장했구나 했는데 <7년의 밤>을 읽으면서는 굉장한 작가를 만났구나 싶다. 다음 작품에선 어떤 감격, 어떤 인상을 남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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