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이름과 마술 연필이라는 어릴 적 환상이 시선을 붙잡았다.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연필이라고? 이 책 속에는 무엇이 담겨져 있을까? 숲속을 걸어가던 귀여운 꼬마 곰 한 마리에게 생긴 마술 연필. 숲속에서 꼬마 곰을 위협하는 무언가가 나타날 때마다 꼬마 곰은 얼른 마술연필로 그림을 그려 위험을 잘 피해나간다. 지그재그 그림으로 늑대를 가두고, 스카이 콩콩으로 뱀을 뛰어 넘고, 사자에겐 고기그림을 그려 주어 따돌리면서. 이 책을 주목하게 된 건 단지 유명한 작가의 그림책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쓰고 그린 책에 영국에서 열린 그림책 대회에 참가한 꼬마 작가들이 그린 그림이 더해져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출간되는 책에 내 그림이 들어간다면 아이들이 더 몰입할 수 있을 테고, 내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꾸며 나갈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실제로 그림책에 색연필과 나만의 동화를 만들 수 있는 공책이 동봉되어 있어 내 아이들도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진심으로 책을 좋아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듯. 내 아이들의 동화책에는 돼지, 늑대, 천사, 엄마 등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는 마술 연필이 내 손에 들어오는 상상. 나도 어렸을 때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는 연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때 부러워했던 친구네처럼 잔디밭 정원이 있는 빨간 벽돌집도 그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님께 돈을 그려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어린 마음에 친구들처럼 예쁜 옷도 몇 벌 그려서 입고 싶었고. 마술 연필은 아니지만 뾰족하게 깎은 연필을 늘 손에 들고 있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참 많이도 그려냈었고 위안을 받았다. 지금 내게 마술 연필이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푸른 지구를 만드는 것이다. 녹아버린 빙하를 다시 그려 넣고 사라져버린 우림지대를 빼곡한 나무들로 채워 넣으며, 물이 없어 고통 받는 나라에 1년 내내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도 그려주고 싶다. 이 땅의 모든 존재가 행복해 지는 것.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것. 내가 원하는 결말은 마술 연필의 꼬마 곰이 만든 결말과 비슷하다. 꼬마 곰 또한 뚫린 하늘(오존층)에 반창고를 그려주고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모아 자선파티를 열어주며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국제적 관심인 환경 문제와 상상의 세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 그림책을 많은 어린이들이 읽고 행복의 마술 연필을 가슴 속에 품었으면 좋겠다. 아니 스스로가 마술 연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품은 사랑과 관심, 행동으로 이 땅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