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해제
장정일 외 지음 / 김영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어문각판)를 20여차례 읽었고 그 밖에 정비석이 쓴 삼국지와 여타 삼국지도 읽은 바 있습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책장의 한가운데에 두고 여전히 손에 잡을 만큼 삼국지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또한 그만큼의 애정이 있다고 자부하는 가운데 삼국지해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어렵사리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값이 만만치 않더군요 ^^;)

우선 삼국지해제에는 작가의 세계관이 극명하게 투영되어 있습니다. 장정일을 포함한 세명의 작가는 삼국지를 단순한 시대역사소설 정도에서 해부하는 것이 아니라 삼국지를 통해 현대세계와 인간만사를 비추어보는 거울로 삼고 있습니다. 삼국지해제는 위촉오의 삼국시대뿐만 아니라 중국사 전체를 관통하여 해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에 영향을 받은 한반도와 일본, 동북아지방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고 더 나아가 우랄알타이족(대쥬신족)을 아우르는 동양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동양사상과 역사가 현대까지 이르게 된 배경들을 알 수 있으며 독자의 역사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둘째로 삼국지해제는 소설 삼국지를 토대로 국가통치와 외교, 경제, 문화, 정치 등을 집대성한 연구서입니다. 작가들은 삼국시대의 자료를 토대로 철저히 고증하고 논증하여 사실을 유추해 내었으며 논리와 증거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납득할만한 주장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국지의 인물들이 그렇게 행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을 시대적인 상황과 여건을 철저히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설 삼국지의 오류를 바로잡고 한편으론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는 다시 말하면 더욱 스토리가 탄탄한 소설 삼국지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번째로 기존의 유비와 촉한 편향적인 삼국지 해석 즉 허울뿐인 대의명분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의 삼국지 해제 입니다. 나관중의 삼국지를 비롯한 기존의 삼국지들과 그 해석서들이 거의 대부분 대의명분과 지도층의 입장에서 삼국지를 바라보았다면 장정일과 작가들은 일반 백성의 입장과 실리적인 입장 그리고 휴머니즘적인 시점에서 삼국지를 해석하였습니다. (유비의 대의명분은 한편으론 한나라의 질서에 순종하는 것이었고 이러한 유비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것은 삼국지를 통해 지도층이 일반백성에게 기존질서에 순응하라는 논리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로 인해 가후나 동탁, 여포, 유선, 손호 같은 인물들은 새로이 발견되고 그들이 왜 삼국지에서 불평등한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 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삼국지해제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일종의 증거서류와도 같습니다.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속물근성 그리고 승자를 위한 역사의 그림자 등등 소설 삼국지가 독자에게 일깨워주고자 한 것들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삼국지해제는 바로 역사의 자화상이며 또한 인간본질에 대한 자화상이 될 수 있겠습니다. 작가들의 성찰과 노력은 글 마디마디 흥건히 베어있는 듯 하고 현대에 맞게 삼국지를 해석하고자 했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다만 기존의 시각을 훌쩍 뛰어넘는 진보적인 시각과 사실입각주의에 따른 글 전개에 따라 글읽기가 항상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더불어 삼국지를 여러번 통독하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그 재미와 감동의 반감을 우려해 여러번 통독후에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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