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인생 1막은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즐겨라. 고전에 힘입어 우리는 더 깊이 있고 참다운 인간이 된다.
인생 2막은 살아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세상의 좋은 것들을 즐겨라. 조물주는 우리 모두에게 재능을 골고루 나누어주었고, 때로는 탁월한 재능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었다. 그들에게서 다양한 지식을 얻어라.
인생 3막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보내라. 행복한 철학자가 되는 것만큼 좋은 인생은 없다.
● 그라시안
남자들에게 아버지란 ‘여자들의 엄마’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세계는 마음의 탯줄 같은 것으로 이어져 있지 않다. 아들은 아버지를 식구 중에서 가장 멀게 느낀다. 시간이 흐른 뒤에 되돌아보면 ‘친하지 않은 미래의 나’를 당시의 아버지를 통해 미리 만난 것 같은 데자뷔를 경험할 때도 있다.
시간이 흐르자, 예전에 존경했던 아버지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 특히 어린 시절, “우리 아버지가…”로 대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아버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상의 중심이자 모든 판단의 준거였던 그 아버지에게서 앞뒤가 맞지 않음을 자꾸, 그것도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다. 흔히 과장과 허풍은 지성이 부족하며 가치관이 올곧지 않음을 드러내는 지표다. 품위를 해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다만 아팠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자신을 인정하는 게 죽는 것보다 아팠을 수 있다. 그래서 아들한테만은 자아를 부풀려 아버지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과시하고 싶었을 게다. 아들도 진즉부터 그것을 느꼈기에 “우리 아버지가…”를 입버릇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 끝내 현실에 눈 뜨지 않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필요한 사람인가> 中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