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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 사육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1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승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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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의 숨 막히는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한 줄기의 비를 촉촉이 내려주듯이 문학은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그와 같은 감성에 빠질 수 있다.

 

에드거 앨런 포는 문학작품은 독자가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들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시간의 배열에 따라 읽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나이를 먹음에 가지고 있던 생각 자체도 변화지만 글도 변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장편도 좋지만 예전보다 단편 또는 중편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단편을 멀리한 이유는 특별히 없지만 제일 컸던 것은 작가의 함축적인 시공간의 표현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스물세 편의 작품들은 초기·중기·후기 세 시기로 나뉘어 실려 있다. 그의 초기 단편들로는 「기묘한 아르바이트」와 「사육」을 비롯하여 우익 극단주의자들과 좌익 지식인 및 예술가들 양쪽에게 공격받은 「세븐틴」, 『개인적인 체험』의 또 다른 결말을 보여 주는 「공중 괴물 아구이」까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발표된 여덟 작품을 골랐다. 중기 단편들로는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새로운 사람이여 눈을 떠라』『조용한 생활』『하마에게 물리다』 같은 1980년대와 1990년의 연작에서 열한 편을 골랐는데, 이 작품들에서는 생과 사의 절실함이 압도적인 생생함을 띠고 중층적으로 전개되며, 오에가 평생 동안 문학으로 극복하고자 애쓴 삶의 명제들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후기 단편들로는 「마고 왕비의 비밀 주머니가 달린 치마」를 비롯하여 1990년대에 걸친 네 편을 골랐다.

 

또한 그는 일단 쓴 것을 계속 고쳐 나가며 내용이나 문체를 확정 지어 가는 습관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했다. 오에는 평소에도 일관되게 퇴고야말로 소설가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해 왔는데 그의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노 작가의 글쓰기의 습관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그 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이 수반이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기묘한 아르바이트」는 개 사육장이라는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주인공을 통해 현실의 사회적인 문제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사육 당하는 개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에 제대로 된 대항도 한 번 못하는 우리 민초들의 이야기를 대신하고 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한다. 하물며 개들이야, 인간들이야. 속에서 끌어 오르는 분을 속절없이 삭일 수밖에 없는 개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중충하고 아무 기력이 없는 개들의 모습에서. 그는 사르트르와 실존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는데 암울한 상황에서 저항의 의지조차 품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동시대의 젊음을 ‘감금 상태’로 해석한 독특한 작품들로 선명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또한 그는 장애를 가진 아이와 살아간다는 현실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소설로 씀으로써 스스로를 상대화하여 현실을 일단락 짓고 앞으로 내디디는 힘을 얻게 했다. 그리고 이를 소재로 삼은 『개인적인 체험』을 발표했는데 이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반영한다는 것은 쉽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웬만한 용기가 없으면 속에 있는 비밀을 그대로 책에 담기는 어려운 법이다.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인류 구원과 공생을 역설하는 작가의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모범 답안이 아닐까 싶다. 서두에 말 했듯이 짧은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요즘 느낀다. 단막극의 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이런 인생의 단편들이 모이면 대 서사시인 장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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