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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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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읽는 중에 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한번은 논의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내 친구 경상이도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한국이 싫다며 캐나다로 떠난 지 벌써 십오 년이나 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2년 전 이맘때였다. 그 사이 살은 더 불어 있었고 농을 하는 말투나 행동은 고등학교 시절하고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단지 달라진 것은 이마에 주름살이 더 깊게 파였고, 그 주름살만큼 인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그 이마에 새겨져 있었다. 그의 개똥철학이 그의 이국 생활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캐나다로 이민을 간 그 친구는, 처음에는 타국에 대한 로망이라고 할까, 영어를 좋아했던 그 친구는 그렇게 말없이 떠났다. 속내를 보면 한국에서의 결혼 생활이 그리 순탄치가 않았다. 이혼이 그에게 커다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고 그때는 이민만이 살 수 있는 길이었을 것이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무작정 떠난다고 해서 처음에는 말렸다. 그러나 그의 속사정을 알고 있는 나에겐 그를 말릴 수 있는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계나’ 역시 한국이 싫다면 호주 시드니로 떠났다. 한국에서의 경쟁이 싫어서였다. 출근 길,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끔직 하다고 한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회사에 가면 더한 경쟁이 그녀를 옥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기는 보잘 것 없는데 그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삶도 그녀가 생각한 만큼 편하지가 않았다. 경상이의 말도 이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그래서 일찌감치 이민을 간 것이라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자기주장을 펼쳤다. 그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거기까지는 좋은 데 아무 연이 없는 곳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게 단점이었다. 외로움, 그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던가, 그 지역의 사람들과 친분을 두텁게 하던가, 둘 중의 하나를 해야 했다.

 

이 말은 타국의 생활이 그만큼 녹로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이 싫어서 떠났지만 그 곳에 또 다른 울타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 울타리를 제거하기 위해, 그는 2년 전 결혼할 목적으로 한국 땅을 밟았는데 그 조차도 쉽게 성사가 되지 않았다. 약혼까지 했었는데 갑자기 여자 쪽에서 아무 이유 없이 파혼하자는 통보를 해왔다고 했다. 여자 아버지가 갑자기 반대를 해서 자기도 어쩔 수 없다는 애기다. 참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하고 친구의 얼굴을 보니까,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그들의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잘 됐다 싶었다.’ 어차피 헤어질 것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 친구는 그곳에서 혼자 살고 있다. 물론 혼자 산다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또한 소설속의 계나는 치열한 경쟁이 싫어서 한국을 떠났지만 이 세상에 경쟁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잘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항상 자기가 처한 곳이 지옥이라는 것을. 한국이라는 울타리는 벗어났지만 결국 또 다른 울타리에 갇힌 신세가 된 것이다. 누구나 삶은 이와 같을 것이다. 크게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서는 그 해결을 ‘가젤과 사자의 연대’라는 표현을 했다. 그 말은 어디에나 지배자가 있으면 지배를 받는 쪽이 있는데, 그 양자가 연대를 해서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는 얘기다. 혹자는 한국에서의 여러 사건들(메르스, 세월호 참사 등) 때문에 그게 싫어서 떠나고, 또 다른 사람은 경쟁, 신분 차이가 싫어서 떠나고, 다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사연들이 있다. 과연 그들이 떠나는 이유를 그들에게만 전가할 것인가. 누가 이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인가. 아님 원하는 대로 살라고 내벼려 둘 것인가. 1프로의 지배자와 99프로의 피지배자는 과연 연대를 할 수 있을까. 피지배자끼리 연대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면 지배자와 연대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그걸 과연 누가 총대를 멜 것인가가 문제다.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만 한다. 물론 그러한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그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혹시 그들이 한국이 싫다며 이 나라를 떠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 나라의 진정한 군자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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