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 05. 20) 치사율 40% 메르스 환자 국내 첫 발생

(2015. 05. 28) 8일만에 환자 7명 발생…메르스 확산세 '우려'

(2015. 06. 01) 메르스 환자 첫 사망

(2015. 06. 13) 4차 감염자 첫 발생... 메르스 환자 138명, 사망자 14명

(2015. 06. 17) 격리대상자 6,729명 최고조

(2015. 07. 21) 현재 누적감염자 186명, 사망자 36명

 

치사율 40% 메르스 환자 2015년 5월 20일에 국내에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6월 17일 격리대상자 6,729명 최고조가 되었고, 7월 21일 현재 누적감염자 186명, 사망자 36명에 이르렀다. 위 내용은 그와 관련된 내용을 일자별로 요약한 것이다. 거의 재앙 수준이다.

 

필립로스의 소설 ‘네메시스’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메르스와 비슷한 폴리오라는 유행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되었다기보다는 실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느 신문의 한 기사를 읽는 듯 했다. 왜냐하면 현재 한국에서도 모래폭풍이 사막의 모래를 핥기고 가듯 메르스라는 전염병이 이미 훑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그 폭풍의 끝자락에 와 있다. 경험하지 않아도 될 메르스는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파괴력을 지닌 괴물이었고 주위 사람들의 기침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과연 그와 같은 질병을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폴리오와 메르스, 사스 등의 전염병은 우리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그런 질병이 아니다. 전염병의 발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이름이 부여된 전염병 말고도 이름도 모르는 무수한 전염병이 우리의 목숨을 도사리고 있다. 이런 질병은 왜 나타나는가. 그에 대한 정확한 방역대책은 없는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말고는 우리가 손 쓸 방도가 없을까. 과연 누구의 죄 때문에 이와 같이 사람의 간담을 녹이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것인가.

 

‘네메시스’의 내용 중 다음 같은 것이 있다. ‘비극이라는 것, 그것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비극을 죄로 바꾸어야만 했다. 벌어진 일에서 필연성을 찾아야만 했다. 유행병이 생겼고 그에게는 그것을 설명할 이유가 필요하다. 그는 왜냐고 물어야만 한다. 왜? 왜? 그것이 의미 없고, 우연이고, 터무니없고, 비극적이라는 말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것이 급격히 증식하는 바이러스라는 말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대신 그는, 이 순교자는, 왜에 미친 이 사람은 필사적으로 더 깊은 원인을 찾으며, 그 왜를 하느님이나 그 자신 안에서 발견하거나, 아니면 신비하게도, 불가사의하게도, 그 둘이 무시무시하게 합쳐져 생겨난 단일한 파괴자에게서 찾는다.’라고 하면서 주인공 자신의 무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을 무너뜨린 진짜 네메시스는 그의 가혹한 의무감, 병적인 죄책감, 엄격한 선에 대한 집착 그리고 두려움이었다.

 

위 소설에서와 같이, 폴리오가 발생했을 때 자기가 가리키고 있는 아이들을 버려둔 채 혼자만 살겠다고 그 지역을 떠난 주인공이 죄책감에 힘들어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렇듯 개인도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며 괴로워하고 있는데 한 나라의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정부가 개인 한 사람보다도 못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 보다도 정부의 무능력, 권력가들의 무책임이 문제다. 질병이야 어느 곳에서나 발병할 수가 있지만 그러한 것을 대처하는 위정자들의 문제의식이 없는 게 문제다. 왜 하나님은 이러한 질병에 개입하지 않을까, 라고만 탓할 수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은 선장이 없이 태평양 한 가운데 둥둥 표류하는 볼품없는 배와 같다. 그 배를 조정해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선장이 없는 것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허둥지둥 하는 모습은 가히 초라하기 짝이 없다. 우리 사회는 계획이 상실한, 무계획이 계획인 것처럼 대충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다. 누구하나 그 잘못을 똑 부러지게 고치는 의사하나 없는 병실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일반 국민을 격리대상자로 볼 것이 아니라 정부나 위정자들을 격리해야 하지 않을까.

 

‘계획상실사회’, ‘무책임이 당연한 사회’, ‘볼품없이 표류하는 배와 같은 나라’. 이와 같은 표구가 우리사회를 대신하고 있는 이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 계획 없이 흘러가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사전에 예방을 못하더라도 적어도 일이 터지면 진정성 있는 컨트롤 타워를 세워 제대로 수습하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이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양보는 다른데서 하고 이런 사건이 터지면 신속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자격이 없는 리더는 자발적으로 물러나야 한다. 끝까지 버텨봤자 둥둥 떠다니는 배와 함께 좌초할 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