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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평점 :
작년 겨울 가족여행을 해외로 갔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증세가 점점 심해짐을 느낀다. 이런 불안 증세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탓이 크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착륙을 할 때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착륙이 안전하게 착지하자 안도감을 느꼈다.
뉴스나 신문에서는 온통 사건들로 빽빽하게 지면을 채우고 있다. 오히려 사건이 없는 날은 허무하기까지 하다. 왜 이럴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비이상적인 사건, 사고들을 즐겨하는 것 같다. 정상적인 뉴스거리는 더 이상 존재 하지 않는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갈등은 심각하다. 그 중에서 아동 학대, 교육 불평등, 계급 격차, 노동 착취, 빈곤 등 많은 사회적인 병폐는 누구 하나 반대를 하지 않는 것처럼,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주위에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방임하는 것이 우리의 현 주소이다.
이 소설은 구차한 삶을 소중하게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다. 하지만 이들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것은 친구의 부고를 듣거나(「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 지독하게 가난한데 홀로 아이를 키운다거나(「관통」) 아동 학대를 우연히 목격하는(「이창」) 등 현실에서 운 나쁘면 겪을 법한 일이다. 모든 걸 녹이는 산성비가 내린다든지(「식우」), 감정을 착취당하던 ‘을’들이 덩굴식물로 변해버리는 전염병이 마침내 창궐하는(「덩굴손증후군의 내력」) 것처럼 비현실적인 일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이창」에서는 당신은 개인적인 관심사를 자꾸 있어 보이게 포장하려 들어. 행위의 본질은 대동소이한데 거기 자꾸 논리와 이유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인간이라 자위하고 싶은 거지, 라며 비아냥거린다. 무슨 전쟁터로 나가는 군인처럼 우린 이런 자기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자기 합리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을 인정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진정한 관계가 성립한다.「어디까지를 묻다」에서는 우리는 인간인데 어째서 오랜 지배와 구속에 길들여진 짐승처럼 어느새 나를 때리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반응하고 꼬리를 흔들거나 내리게 되었을까. 그러니 너희들은 더더욱 짐승 취급을 당해도 당연하다며 누군가들은 의기양양하게 돌을 던질 텐데, 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언제부터 사회적인 틀 속에서 우리는 안정감을 찾는다. 그게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정말 한심한 얘기이지만 변화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은 우리의 치부를 살살 건드리고 있다. 언젠가는 그 치부가 곪아 터져 용솟음치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그늘진 구석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