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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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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와 같은 소설을 쓸 예정이다. 저번 주 일요일 글쓰기 모임에서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에 우리 아버지는 무능했다, 고 표현했다. 아버지의 이미지는 그렇게 초라하게 남아 있었다. 나도 어느덧 사십대 후반이 되면서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아버지처럼 무능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 치고는 있지만, 아버지처럼 약한 모습이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볼 때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나 역시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아버지의 자식이구나, 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버지를 미워했다기보다는 무능한 아버지를 용납할 수 없었다, 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다. 아버지의 실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초라한 아버지의 실루엣은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그림자를 남겨놓고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아버지, 아버지. 난 분명 아버지를 닮았다. 내성적인 것도 그렇고, 잘 우는 것도 그렇고.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그를 일찍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싸늘한 시체로 누워있는 아버지를 볼 때는 아무 감정이 없었다. 그렇게 누워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이 소설은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도 아직 손을 대지 않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젠가 반드시 써야 한다는 명제를 안고 있다. 준비가 덜 되어 있다기보다는 아직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버지는 내가 아홉 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전쟁이 끝나기 전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갑자기 죽어버렸을까, 계속 생각해왔습니다. 나는 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나도 아버지의 정체성에 대해 잘 모른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다. 아버지는 불쌍한 사람이었다. 육이오 때 피난을 내려와 홀로 삶을 꾸리면서 가정을 이루었다. 공사판에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술을 자주 드시던 아버지였고 말씀이 없으신 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아버지가 싫었는지도 모른다. 남들 아버지처럼 능력이 없었던 것이 어린 마음에 싫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술은 그런 아버지를 늪으로 끌고 가는 일등공신이었다.

 

나도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신다. 아버지와 많이 닮은 점이다.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고 한 것이 언제인데, 어느덧 아버지와 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참 많이 닳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작가처럼 나도 아버지를 알아가기 위해 소설을 쓰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이해하는 그 날이 오길 희망하고, 나 또한 두 딸의 아버지로서 그들에게 좋은 실루엣으로만 남기를 원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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