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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40세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2의 사춘기를 겪는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으레 치르는 홍역처럼 중년들도 이를 다시 한 번 겪는다. 예방주사가 있으면 한 대 맞고 시원하게 툴툴 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가 않다. 인생이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겪어야 하는 필수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 필수 코스를 훌쩍 뛰어 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도 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쓰디쓴 아픈 과정이다. 물론 완벽하게 해소 된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약인 것처럼 서서히 아물고 있다. 이 책의 작가 무라카미 류는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작가다. 같은 동양인으로써, 같은 시대에,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의 감성과 위트는 많은 위안과 여유를 내포하고 있다. 그의 선물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크게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쭉 이으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결혼상담소’에서는 나카고메 시즈코라는 주인공이 쉰네 살에 이혼을 한다. 그녀는 “헤어지고 싶다.”고 하자 남편은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무미건조하게 “맘대로 해.”라고 말하고 태연하게 있다. 이혼한 그녀는 남편과 다른 남자를 만나 제 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황혼 이혼을 하게 된 그녀는 결혼상담소를 통해 재혼남을 만나게 된다.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에서는 작은 출판사에서 정리해고당한 인도 시게오는 다른 일거리를 찾아보려 애쓰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그는 자신의 생활 기반이 이토록 취약했다는 사실을 정리 해고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느 날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그 앞에 중학교 시절 친구 후쿠다가 나타난다. 노숙자 행색의 후쿠다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시게오 역시 누군가를 도울 처지가 아니다. ‘캠핑카’에서는 정년퇴임을 앞둔 토미히로 타로는 캠핑카를 사서 부인과 함께 전국일주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바쁜 부인의 냉담한 반응과 이유 없는 불안 때문에 캠핑카를 취소한다. 재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일자리를 알아보는데 나이 때문에 그게 쉽지가 않다. 오히려 그 소식을 들은 업체 담당자들은 그를 피하게 되는데.‘펫로스’에서는 평범한 가정주부 다카마키 요시코에게 시바견 보비가 전부다. 남편보다 보비에게 더 애정을 쏟는 그녀는 애견모임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애완견 보비의 병세가 악화되어 먹지도 못하고 앉아 있지도 못한 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 ‘여행 도우미’에서는 햇차를 좋아하는 시모후사 겐이치는 운송회사를 다니다 그만두면서 아내와 헤어진다. 일본은 30년 전이나 40년 전에 비하면 월등히 풍요로워졌는데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돈이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구조조정 칼바람의 희생양이 된다. 그는 다른 인연을 만나지만 그녀하고의 사랑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 책의 짧은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경제적인 문제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중년 이후의 삶도 마찬가지다. 물론 청년들도 어깨의 많은 경제적인 고민을 얹고 살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모습을 보기 힘들 정도다. 희망이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불혹이라면, 어느 것에도 미혹되지 말아야 하는데, 오히려 훅하면 날아가는 가벼운 깃털처럼, 여기저기로 흔들리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무라카미 류는 “이데올로기의 어원은 ‘사회적인 이상’이라는 뜻이다. 그런 근본적인 의미의 이데올로기는 어느 사회나 필요하다. 되도록 공평한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공산주의적 공평함, 다들 똑같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기회가 균등해야 하고 쓸데없는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근원적인 이상은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의 말에 공감이 간다. 공평한 기회와 차별이 없는 사회, 내가 바라는 사회이다. 현재의 우리의 모습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안개에 쌓인 망망대해에서 높은 파도에 흔들리는 작은 돛단배가 떠오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