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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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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영웅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구 소련이다. 익숙지 않은 러시아 단어와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읽기가 좀 불편했지만 그것도 잠시 소설 속 인물에 푹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는 한 인물에 대한 자서전을 대필하듯 써내려가고 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자서전과 다큐가 한 데 어우러진 미묘한 형태의 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 참 오랜만에 과거의 역사 속으로 탐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주인공인 리모노프를 어린 시절부터 추적하여 그의 성격 형성 과정을 면밀히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픽션의 형태를 띤 소설이기 때문에 거의 진실에 가깝다고 보아도 될 만큼 현실성이 반영이 된 작품이다.

 

구 소련은 사회주의의 발원지이다. 사회주의를 태동시킨 스탈린을 접하면서 그의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우리는 육이오를 통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다. 그 실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끔직 한지를. 동무라는 미명하에 서로 감시하고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만들어 사회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진정한 평등을 원했지만 특권계층의 욕망과 과욕이 문제였다. 그 결과가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상이라도 그것이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도 이로부터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리모노프의 파란만장한 삶은 이런 시대의 산물이라 생각한다. 시인이면서 작가로서 살다가 정치인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볼 때 한 시대의 영웅일지는 몰라도 그 자신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 것이다. 평범할 수 없었던 유년시절의 환경과 화목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그의 여성편력 등, 무슨 측면에서 그를 영웅이라 하는지 모를 정도다. 책을 통해 본 그의 삶은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해진 틀에 박혀 살아야 정상적인 삶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 유년시절을 극복하고 그는 다양한 삶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얻었다. 그것이 리모노프의 생을 정말 대단하게 만들었다. 여러 사람이 겪어야 할 삶을 한 사람이 전부 경험했기 때문에 더 놀랍다. 하지만 누구나 나이 들면 삶의 뒤안길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리모노프는 달랐다. 그는 지하철에서 구걸을 하는 걸인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 때 진정한 성공과 행복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리모노프 답다. 평범한 삶을 거부했던 그가 진리를 터득하는 순간이다.

 

이 소설은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어느 정도 익숙하다 싶으면 다른 인물이 나와서 문맥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다시 되돌아가 읽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소설보다는 다큐형식으로 쓰여 졌기 때문에 감수하고 읽었지만,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음을 시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을 통해 러시아, 구 소련의 시대적인 배경과 정치이념을 감상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솔제니친’이라는 작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번에는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라는 책을 읽어봐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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