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리미티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 중에서 자살에 대해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왜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고민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현대인은 누구나 고민 하나쯤은 안고 산다. 그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고민이 고통으로 변질 되는 순간에 숨이 헉하고 막히낟. 이러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물론 작가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신중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는 된다. 각자 죽음에 대한 정의를 한번쯤은 내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선셋리미티드’는 120Km로 달리는 고속 열차를 뜻한다. 이 소설을 쓰게 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백인 교수가 자살을 하려다 흑인 목사에게 발견되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다. 소설의 처음 무대는 의외로 좁은 방안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보고 있으려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왜냐하면 두 남자의 옥신각신 실갱이 하는 모습이 좀 답답하고 우습기까지 했다. 흑인 목사는 대화를 통해 백인 교수의 자살 원인과 재발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히려 말리는 쪽이 안절부절 못하는 신세인 것처럼. 자기 논리로 무장한 백인 교수는 이에 뒤질세라 자기주장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좀처럼 좁혀지지가 않는다. 티격태격 하고 있다. 백인 교수는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논리 정연하게 쏟아내고 있다. 죽음에도 다 이유가 있다는 듯이. 물론 삶과 죽음에는 이유가 다 있다. 누구는 가족을 위해 감방 같은 공간으로 고단한 몸을 이끌고 열심히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또 누구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또 누구는 하루하루 개미보다도 얇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분주히 살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한 가지 밖에 없다. 살기 위해서.

 

자살은 현대인의 병이다. 고통이 심하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한 순간에 목숨을 끊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 고통의 깊이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얼마나 컸으면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택을 하는 것일까. ‘나’란 가치가 없을 때, 사람은 가장 큰 좌절을 겪는다. 백인 교수는 이 함정에 빠져 자기가 죽음을 선택한 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흑인 목사가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데, 그 한계가 보인다. 죽음까지 생각했던 자의 마음을 돌리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어려울 것이다. 기대를 안고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다 읽었을 때 그 허탈함이란. 한 번 읽어 보기 바란다. 무슨 느낌이 드는지.

 

신을 배제하고 어느 누가 삶과 죽음에 대해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아니 쉽게 내릴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나 또한 삶이 버거울 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왜 이런 고통을 끌어안으며 살아가야 할까. 왜 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벗어나려 하면 상대적인 무언가가 더 옭아매는 형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이게 삶인 것이다. 이게 삶의 실체이다. 그 고통까지 가슴 속에 묻으며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인 것이다.

 

작가가 생각한 플롯은 무겁지만 단순하다. 무거운 주제를 단순한 배경과 인물로 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반된 효과로 죽음의 무게가 한층 더 무겁게 느껴진다. 작은 공간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주제를 가지고 두 남자의 대화는 코믹이 곁들인 심리극을 보는 듯했다. 작가의 말대로 대화로 이루어진 극 형식의 소설은 처음 접했지만 신선했다. 이 소설을 통해 죽음에 대해 재정의 할 수 있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