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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 -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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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의 소설은 난해했다. 단편소설은 작가의 의중을 알아내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역시 그녀의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난해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기 있는 소설로 뽑혔다고 한다. 거기에는 작가만의 위트와 동심의 세계, 그리고 그녀의 색채가 뚜렷했다고 본다. 단편적으로 술술 읽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이해가 되는 소설이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음미하면서 정독을 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색채는 비슷했다. 자기가 태어난 곳과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그때의 시대적 배경. 특히 남부지방은 남북전쟁에서 패한 곳이고 흑백 인종 분리가 엄연히 존재한 지역이었다. 그중에서도 어린 아이들과 흑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9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러한 미국인의 정서가 그들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한 것이다. 우리도 과거 육이오사변이 있은 후 그와 관련된 영화나 책을 보게 되면, 코가 시큰거리는 것은 같은 감정일 게다. 작가가 소설 속에 담고자 했던 주제가 이 부분일 것이다.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하나의 큰 제목 안에 여러 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된 목차를 연상케 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그 당시 남부지역의 복잡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었고 다른 하나는 작가의 내면에 있는 신비주의와 영성이다. 그것은 그녀가 카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그 종교적인 관점이 이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회적 이슈에서는 흑백 인종 분리를 뺄 수가 없다. 이미 남북전쟁으로 인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지만 남부지역은 과도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많은 문제를 낳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을’의 변화에 ‘갑’의 불편함이 발생한 것이다. ‘제라늄’, ‘추방자’,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에서는 백인들이 흑인들의 새로운 지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에서는 버스에서의 인종차별과 백인과 흑인과의 혼열에 대한 인식문제, ‘갑’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문제였다. 또한 ‘계시’, ‘깊은 오한’에서는 흑인들이 교육을 받으러 북부지역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갑’에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게다. 변화의 바람은 서서히 불었다.

작가가 추구하는 신비주의와 영성에서는 ‘세상에는 통제할 수 없는 신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좋은 사람은 드물다’, ‘당신이 지키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생명’,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에서 평온한 일상 속에서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송두리 채 바꾸어 버린다.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를 통해 통제 밖의 일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나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전개됐을 때 ‘이것은 내 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신에게 모든 것을 위탁해야 해.’하고 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 했을 때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이러한 소설은 작가의 주제의식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그렇지만 장점도 있다.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이점도 있다. 작가는 ‘제가 쓰는 소설의 장점은 정확히 제 글의 바탕이 되는 경험의 특수성 또는 고립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라고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되었다.

 

루프스병을 앓으면서 12년 동안 이와 같은 무수한 단편소설을 썼다는 것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소재의 소설을 탄생시킨 것은 작가의 문학적 재능이 탁월함을 보여준 것이다. 병마와 싸우면서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한 것은 인간승리의 표본이라 본다. 이것이 소설이 주는 힘일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제한된 시야에서 눈앞에 보이는 세계가 다가 아니라는 명제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는 것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넓게 보고 더 많이 상상하면,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신비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 보았다. 먼저 작가가 몸소 실천한 것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인생에는 반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작가의 그 긍정의 힘을 받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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