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기를 한국인이라고 인식한지 40년을 넘을까 말까 하는데 자신만만하게 한국 식사 예절을 안다고 말 못한다. 그런데 내가 일본에서 40년을 훨씬 넘도록 일본에 사는데 일본 식사 예절마저도 거의 모른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면 그럴 것이지만, 예절을 의식하여야 할 “품위 높은 자리”란 거의 인연이 없는데 따로 배우고 익숙해질만한 기회가 없어서 어쩔 수도 없었다. 가끔 애들의 버릇없는 식사 방법을 나무랄 때, ‘나 자신은 어떨까?’고 생각해 볼뿐. 和食(わしょく:와쇼크 = 일식)는 숟가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茶碗蒸し(ちゃわんむし:챠왕무시 =일본식 계란찜 요리)등에서 가끔 匙(さじ:사지 = 작은 숟가락)를 사용할 뿐이다. 和食(わしょく:와쇼크)는 箸(はし:하시 = 젓가락)밖에 없어서 그런지, 밥그릇, 국그릇을 왼손에 들고 먹는 것이 옳은 예법이다. 이 때, 국은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도 괜찮다(단 불필요하게 큰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 そば(소바), うどん(으동), ラーメン(라면)도 소리를 내면서 먹는다. 소리도 음식의 맛이라고 하듯이. 반찬 그릇은 손에 들지 않는다. 和食(わしょく:와쇼크)의 식사 예절에선 箸(はし:하시 = 젓가락)에 관한 “금지 사항”이 매우 많다. 이 금지 사항을 다 알면 和食(わしょく:와쇼크)의 예절을 다 알았다고 할 정도다. 1. 迷い箸 まよいばし : 마요이바시 ≒ 헤메기 뭘 먹을까 망설이면서 젓가락이 이리 저리 “헤메는” 일. 다른 사람의 방해가 된다. 2. 探り箸 さぐりばし : 사그리바시 ≒ 살피기 그릇 안의 음식을 뒤집고 살피는 일. 그릇에 얹은 음식은 가장 위부터 차례로 먹어야 한다. 그것이 음식을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 3. もぎ箸 もぎばし : 모기바시 ≒ 비틀어 따기 젓가락으로 쥔 음식을 이빨로 비틀어 따서 먹는 일. 식사할 적에 지나치게 이빨을 보이며는 안된다. 4. 移り箸 うつりばし : 으쯔리바시 ≒ 옮기기 절대금지!! 젓가락으로 들어 쥔 음식을 다시 그릇에 돌리고 다른 음식을 들어 쥐는 일. 일본 사람은 남의 침을 매우 싫어한다 . 환경 파괴를 무릅쓰고 지금도 割り箸(わりばし:와리바시 = 나무 젓가락)를 한번 사용하면 던져 버리는 것은 그 치우친 결벽증 때문이다. 그래서 침 묻은 젓가락으로 들어 쥔 음식은 무조건 자기가 먹어야 한다. 직장 동료들끼리 식사를 할 때, 가끔 큰 접시에 인원수분의 음식을 담겨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 큰 접시에 전용 젓가락이 없을 경우 일본 사람들은 자기 젓가락을 거꾸로 가져서 사용한다. 다만 매우 친한 동료인 경우 직접 젓가락질 하도 허용될 수도 있다. 5. 刺し箸 さしばし : 사시바시 ≒ 찌르기 음식물을 젓가락으로 찌르고 먹는 일. 6. 渡し箸 わたしばし : 와타시바시 ≒ (다리를)놓기 “이제 필요없어요”라는 의사 표명의 뜻이 있어, 식사 도중에 이걸 하면 “필요없다 = 맛이 없다”라는 의사 표명이 되기 때문. 7. 寄せ箸 よせばし : 요새바시 ≒ (그릇을)끌어오기 젓가락으로 음식 그릇을 끌어오는 일. 식사 자체를 귀찮게 여기고 있듯이 보인다. 반드시 손으로 들어 쥔다. 8. 箸渡し はしわたし : 하시와타시 ≒ 옮기기 절대금지!! 젓가락의 음식을 남의 젖가락에 옮기는 일. 일반 서민의 가정에서도 적어도 이것은 절대금지된다. 화장된 사람의 뼈를 옆 사람에게 전달할 때 젓가락부터 젓가락으로 옮긴다. 이는 그 때에 한에서 허용되는 일이어서 극히 친한 동료들의 식사 마당에서도 절대 해서는 안된다. 9. 立て箸 たてばし : 타테바시 ≒ 꽂아놓기 밥이나 반찬 그릇에 젓가락을 꽂아 놓는 일. 이유는 한국과 마찬가지. 10. 淚箸 なみだばし : 나미다바시 ≒ 흘리기 젓가락에서 국물을 식탁에 흘리는 일. なみだ=눈물이어서 좋은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물도 젓가락으로 먹는 일식 예절상 있을 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기타 일본의 젓가락 예절은 그 외에도 매우 많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대부분은 우리 나라 식사 예절과 거의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