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기다려 줘! -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 이야기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8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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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밤 산책을 해본 적이 있나요?

전 밤 산책은 혼자보다는 둘이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처럼 그런 밤 산책의 묘미를 알고 있는 것 같은 고슴도치 두 마리가 산책을 나온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 산책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아니 오히려 반가워할 수 밖에 없겠지요.

자, 이제부터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의 밤산책을 방해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따라가 보려고 해요. ^^



해가 하늘 나지막이 걸려 있고, 저무는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드는 늦은 오후.

집으로 가던 작은 고슴도치가 큰 고슴도치를 불러 세웁니다.

"잠깐만 기다려 줘, 큰 고슴도치야!"

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같이 기다려 달라는 작은 고슴도치의 부탁대로 둘은 오래오래 앉아 기다리지요.

그리고 해가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자 큰 고슴도치가 말합니다.

"이제 갈까, 작은 고슴도치야? 늦었어."



둘은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요.

얼마 되지도 않아 작은 고슴도치는 큰 고슴도치를 불러 세우네요.

이번에는 달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자고 말이에요.

이번에도 큰 고슴도치는 작은 고슴도치와 함께 달이 떠올라 하늘 여행을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 줍니다.



이러다 어느 세월에 집에 가는 걸까요? ^^;;

그 뒤로도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는 들판의 달콤한 풀꽃 향기를 맡고, 부엉이 소리에 이끌려 부엉이를 보러 가기도 하지요.

또 구름이 덮은 달이 다시 환히 비칠 때까지 기다리고, 물고기들이랑 개구리한테 일일이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개구리들의 노랫소리를 한참 듣고도 서두르는 기색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어느 순간 작은 고슴도치는 예쁘게 반짝이는 반딧불이와 술래잡기 하는 데 온통 마음을 빼앗겨 큰 고슴도치를 내버려둔 채 정신없이 뛰어가 버립니다.

지금까지 '잠깐 기다려'라는 문장이 작은 고슴도치의 것이었다면 드디어 상황이 역전되어 큰 고슴도치의 문장이 되는 장면에서 저는 마음이 뭉클했어요.

멀어져가는 작은 고슴도치를 보는 큰 고슴도치의 모습에서 아이의 성장과 독립을 보는 양육자의 마음이 느껴졌거든요.

끊임없이 기다려 달라는 작은 고슴도치의 부탁에 단 한 번도 거절하는 법 없이 충분히 기다려주는 큰 고슴도치를 보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기다릴 때까지 기다리는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지요.




밤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깨어서 세상을 보고 싶고 놀고 싶어 갖은 핑계를 대며 최대한 잠을 미루는 아이들 그 자체인 작은 고슴도치.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금세 작은 고슴도치에게 홀딱 빠져들더군요.

그렇게 아이들은 작은 고슴도치가 되어 아름답고 신비로운 밤 산책을 시작합니다.

작은 고슴도치가 처음으로 큰 고슴도치에게 '잠깐만 기다려 줘!'라고 말한 처음을 제외하고는 둘은 언제나 같은 페이지에 있거나 작은 고슴도치가 큰 고슴도치 앞에 자리하는데요.

아이 앞에 앞장서서 마음대로 아이를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아이 곁에서 때로는 아이 뒤에서 기다리고 따라가는 큰 고슴도치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더군요.

산책 코스를, 삶의 방향을 작은 고슴도치 스스로 주도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앞이 아닌 옆이나 뒤에서 함께 걸어주고 쉼이 필요한 순간에는 품어주는 그 마음이 참 소중하고 고마웠거든요.

작은 고슴도치를 대하는 큰 고슴도치의 다정한 존중과 배려가, 자연을 대하는 작은 고슴도치의 호기심 가득한 설렘과 감동이 함께 올려다본 밤하늘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그림책 <잠깐만 기다려 줘!>

아름다운 기다림과 함께 나누는 환상적인 밤의 풍경 그리고 달콤하고 포근한 잠이 우리를 불러세웁니다.

"잠깐만 기다려 줘!"라고 말이에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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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밤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39
퍼트리샤 토마 지음, 백지원 옮김 / 고래뱃속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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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비밀에 덮인 숲 속에 노란 반딧불이 별처럼 빛나고 있고 한 가운데에 오늘의 주인공처럼 서 있는 사슴 한 마리.

숲은 어둠과 빛이 공존하고, 홀로 서 있는 사슴은 어딘지 위태로워 보이면서 당당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림책 <두 개의 밤>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서 누구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 걸까요?



밤이 찾아온 숲은 고요합니다.

꽃도 풀도 나무도 그리고 동물들도 모두 잠이 들어 평온하기만 한 것 같은 숲의 밤이네요.

그런데 이 평온한 고요는 먹잇감을 찾는 배고픈 늑대의 등장으로 깨져 버리지요.



평화롭게 일정한 간격으로 오르내리던 아기사슴의 숨소리가 이젠 급박한 추격전으로 인해 불안정하고 불규칙하게 들리는 것만 같은데요.

아마 이 추격전을 보는 모두가 아기사슴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급하게 다음 장으로 넘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쫓고 쫓기는 난리통에 아기사슴은 어미와 헤어지게 되고 지금까지 평화롭고 안전하기만 했던 숲은 아기사슴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장소가 되었겠지요.

사실 숲에는 늑대만이 아기사슴을 노리고 있지는 않을 거예요.

숲이라는 자연 속에는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으니까요.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듯이 드러난 나무 뿌리와 식충 식물인 파리지옥 그리고 반딧불이의 존재감이 크게 다가오는 장면이기도 하더군요.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먹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먹히는 생명의 고리가 서로 얽히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삶과 죽음은 늘 우리 곁에 다른 듯 닮은 모습으로 무심하게 자리하고 있구나 싶네요.



굶주린 늑대는 끈질기게 아기 사슴을 쫓는데요.

쫓는 자도 쫓기는 자도 모두 같은 이유로 절박하게 뛰고 있습니다.

바로 '살기 위해서'라는 단 하나의 이유.

살아서 나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무사히 돌아가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 때문이지요.

밤의 시간이 겹겹이 쌓이고 각자의 사연이 덧대어지면서 처음에 한 쪽으로 기울었던 마음이 희미한 새벽빛을 향합니다.

온갖 생명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또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음을 밝아오는 아침에 비로소 맞이하게 되네요.


서로 꼬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늑대 부부의 모습이 그려진 뒷표지.

<두 개의 밤>이라는 제목과 함께 서있던 아기 사슴이 그려진 앞표지와 겹쳐집니다.

포식자와 피식자라는 이분법으로 더이상 이 존재들을 볼 수 없겠더군요.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각자의 생이, 각자의 밤이 겹치고 겹쳐서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게 됐으니까요.

그것은 작가님의 표현 방식 덕분에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는데요.

밑바탕 작업 위에 또 다른 작업물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림은 깊이감이 생기고 그 그림을 마주한 우리들이 그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표면적인 현상만을 보고 쉽게 판단했던 세상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고, 밤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의 수만큼 존재하네요.

이제 나의 밤과 너의 밤이 겹치고, 쌓이고 깊어져가는 시간이 우리 앞에 도착했어요.

이 두 개의 밤 위에 당신의 밤을 덧대어 보는 건 어떨까요?

더 깊숙하고 묵직하게 우리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삶의 비밀과 의미를 만나게 될 거랍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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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타조가 등장하지 않는다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모두를 위한 그림책 54
질 바슐레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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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좋아하시나요?

옛날 이야기에는 사람을 대신해 수많은 동물친구들이 등장을 하곤 하는데요.

여기 문제제기를 하며 혜성처럼 타조를 등장시킨 질 바슐레 작가의 그림책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타조가 등장하지 않는다>가 눈길을 끄네요.

사실 표지부터 심상치가 않지요.

12시를 막 지나간 시계를 목에 건 타조 한 마리가 호박마차를 깔고 앉아 있고, 타조 주위에 보이는 생쥐들과 두꺼비 그리고 유리구두를 확인하는 순간 이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차리게 됩니다.

바로 안데르센의 옛 이야기 '신데렐라'에 타조를 등장시킨 패러디라는 걸요.

자, 그럼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타조가 옛날 이야기에 왜 등장하지 않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질 바슐레 작가는 타조가 옛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대입법을 쓰는데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은 옛 이야기의 주인공 자리에 타조를 모두 대입시켜 보는 거지요.

우선 샤를 페로의 '빨간 모자'를 패러디한 '빨간 모자 타조'를 시작으로 '잠자는 숲속의 타조', '장화 신은 타조',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타조', '미운 타조 새끼', 그림 형제의 '타조 공주와 일곱 난쟁이', '브레멘 타조들' 그리고 구전 동화를 패러디한 '금발 머리 소녀와 타조 세 마리', '아기 타조 삼 형제'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에 타조를 등장시켜 봅니다.

익숙한 이야깃속에 등장하는 낯선 타조의 모습은 하나 같이 우스꽝스럽고 어딘가 부자연스러운데요.

그런 부조화에서 우리는 재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타조가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이유들은 타조의 습성이기도 해서 어찌보면 옛 이야기를 끌어온 것은 그저 핑계이고 사실은 타조가 어떤 동물인지 알려주는 철저히 타조 중심의 타조 관찰기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조류이긴 하지만 날지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헤엄도 못 치는 덩치만 컸지 낯가림 심하고 영리하지 못한 성질 고약한 그야말로 여러 면에서 매력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타조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지요.

결국 타조가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이 책에서는 타조가 주인공인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작가님의 위트와 영리함에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다르게 생각해 보기가 패러디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하나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는데요.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위험에 처하거나 고난을 맞이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되지요.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타조는 굳이 그 위험과 고난을 맞닥뜨리지 않고도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그만이라는 점.

타조는 타조의 삶을 살아가며 자기 삻의 주인공으로 잘 살아갑니다.

옛 이야기의 주인공 캐릭터로는 부합하지 않을지언정 말이에요.



옛 이야기를 모른 채 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그림책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타조가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포스트모던한 그림책을 먼저 접하고 옛 이야기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친구들도 있겠다 싶네요.

타조 덕분에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재조명을 받게 되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타조가 등장해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는 걸 참 자신있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또 그 부분이 매력적이고요.

참 여러 이유로 등장 못한 타조를 등장시켜 여러 매력을 발산하는 그림책이 탄생했군요.

타조가 등장하는 독보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이 재미있는 그림책을 놓지지 마세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등장하지 않은 타조가 등장하는 요즘 이야기는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으니까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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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타조가 등장하지 않는다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모두를 위한 그림책 54
질 바슐레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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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좋아하시나요?

옛날 이야기에는 사람을 대신해 수많은 동물친구들이 등장을 하곤 하는데요.

여기 문제제기를 하며 혜성처럼 타조를 등장시킨 질 바슐레 작가의 그림책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타조가 등장하지 않는다>가 눈길을 끄네요.

사실 표지부터 심상치가 않지요.

12시를 막 지나간 시계를 목에 건 타조 한 마리가 호박마차를 깔고 앉아 있고, 타조 주위에 보이는 생쥐들과 두꺼비 그리고 유리구두를 확인하는 순간 이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차리게 됩니다.

바로 안데르센의 옛 이야기 '신데렐라'에 타조를 등장시킨 패러디라는 걸요.

자, 그럼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타조가 옛날 이야기에 왜 등장하지 않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질 바슐레 작가는 타조가 옛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대입법을 쓰는데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은 옛 이야기의 주인공 자리에 타조를 모두 대입시켜 보는 거지요.

우선 샤를 페로의 '빨간 모자'를 패러디한 '빨간 모자 타조'를 시작으로 '잠자는 숲속의 타조', '장화 신은 타조',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타조', '미운 타조 새끼', 그림 형제의 '타조 공주와 일곱 난쟁이', '브레멘 타조들' 그리고 구전 동화를 패러디한 '금발 머리 소녀와 타조 세 마리', '아기 타조 삼 형제'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에 타조를 등장시켜 봅니다.

익숙한 이야깃속에 등장하는 낯선 타조의 모습은 하나 같이 우스꽝스럽고 어딘가 부자연스러운데요.

그런 부조화에서 우리는 재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타조가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이유들은 타조의 습성이기도 해서 어찌보면 옛 이야기를 끌어온 것은 그저 핑계이고 사실은 타조가 어떤 동물인지 알려주는 철저히 타조 중심의 타조 관찰기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조류이긴 하지만 날지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헤엄도 못 치는 덩치만 컸지 낯가림 심하고 영리하지 못한 성질 고약한 그야말로 여러 면에서 매력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타조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지요.

결국 타조가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이 책에서는 타조가 주인공인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작가님의 위트와 영리함에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다르게 생각해 보기가 패러디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하나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는데요.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위험에 처하거나 고난을 맞이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되지요.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타조는 굳이 그 위험과 고난을 맞닥뜨리지 않고도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그만이라는 점.

타조는 타조의 삶을 살아가며 자기 삻의 주인공으로 잘 살아갑니다.

옛 이야기의 주인공 캐릭터로는 부합하지 않을지언정 말이에요.


옛 이야기를 모른 채 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그림책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타조가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포스트모던한 그림책을 먼저 접하고 옛 이야기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친구들도 있겠다 싶네요.

타조 덕분에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재조명을 받게 되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타조가 등장해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는 걸 참 자신있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또 그 부분이 매력적이고요.

참 여러 이유로 등장 못한 타조를 등장시켜 여러 매력을 발산하는 그림책이 탄생했군요.

타조가 등장하는 독보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이 재미있는 그림책을 놓지지 마세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등장하지 않은 타조가 등장하는 요즘 이야기는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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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조각 모든요일그림책 4
박찬미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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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바다를 떠올리면 언제나 설레는 기분이 드는데요.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이 어디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온통 파란 세상을 보여주는 특별한 기억과 더불어 여름방학과 휴가를 떠올리게 해줘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박찬미 작가님은 그 파랗고 파란 여름의 하늘과 바다를 그림책 <파란 조각>에 그대로 담아 우리에게 건넵니다.

그렇게 그 여름의 바다가 우리의 두 손에 도착했네요.




바닷가 근처에 가면 특유의 바다 냄새가 납니다.

바다를 눈에 담기 전에 바다의 냄새가 먼저 마중을 나오지요.

그래서 여름이 오면 바다 냄새가 난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파란 조각>은 우리의 후각부터 바다에 담그기 시작하는데요.

이내 기억의 파도에 실려 어린 날의 바다가 하나 둘 밀려옵니다.




밀려오는 파도에 발부터 살짝 담그면 파도는 반기듯 살랑살랑 간지럼을 태우지요.

발등도 마음도 간질간질한 게 자꾸 웃음이 날 것 같은 기분이네요.

햇볕이 노릇노릇 모래를 굽는 동안 그 모래 위에 발자국 토핑을 올리기도 하고 뜨거워진 발바닥을 바닷물로 식히기도 합니다.

문득 눈을 들어 바다의 끝 저 너머에 존재할 어딘가와 누군가를 생각해 보다가 그곳에 가고 싶고 만나고 싶어지는데요.

나만의 상상은 어느새 바다 끝을 향해 항해를 시작하지요.





가장 멀리까지 갔던 나는 이제 바닷속이 궁금해집니다.

바다의 품 속으로 풍덩!

밖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의 깊은 속에는 나를 또다른 상상의 세계로 데려가는 보물 같은 선물이 감추어져 있고 나와 바다는 우리만의 보물찾기를 시작하지요.

처음 엄마 뱃속에 있던 그때의 몸이 기억하는 말없이 고요한 물의 포옹에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그러다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순간, 이번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저녁 하늘의 붉어진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숨이 막혀 들어올린 얼굴 위로 숨이 막히게 아름다운 붉은 노을로 물든 하늘이 번져오는 기억까지 그렇게 온전히 파랗던 여름날의 바닷가에서 보낸 하루는 끝이 나는데요.

바다에서 보낸, 바다와 함께 한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주웠던 반짝이는 파란 조각 하나 하나는 오롯이 어린 마음의 바다 안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라앉게 되지요.

그래서 어른이 된 제가 여전히 여름 바다를 떠올리면 기억의 해변 위로 밀려 오는 파란 조각들을 만날 수 있는 걸 거예요.

그 파란 조각들이 건네는 바다 냄새와 파도 소리가 우리들의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달래줍니다.

<파란 조각>을 펼치고 한 장 한 장에 담긴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 속 파란 조각 하나 하나를 꺼내어 보세요.

나만의 여름 바다와 다시 만나는 아주 특별한 파란 시간이 밀려 올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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