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열어보기 전에는 최근 워낙 가볍게 읽을 만한 독서에세이나 철학입문서들이 많이 나와서 목차에 나와있는 쟁쟁한 이름들에도 불구하고 그런 종류의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첫 장부터 이 추리소설 작가와 작품은 친숙하지만 이에 대한 이 책의 작가의 생각은 낯설고 작가가 이 작품과 연관해서 언급하는 철학 개념들은 더 생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실은 예전에 읽었던 현대철학 입문서나 가이드들을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철학가와 관련 논문들을 많이 찾아보기도 해가며 읽느라 시간이 꽤 오래 걸려 겨우 완독했다. 서구의 모더니즘의 태동에 반발하는 움직임으로 전통적 추리소설이 나왔다면 변증법적으로 이보다 더 나아간 형이상학적 추리소설 등 다양한 추리소설 작품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래서 그런지 추리소설의 시초인 에드거 앨런 포부터 시작해서 차츰 시대를 따라 나아가며 일본 및 우리나라 추리소설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다루었다. 추리소설도 서구 근대화에 의해 나와서 그런지 서양 근현대 철학의 개념들을 많이 가져오지만 마루야마 마사오나 최인훈 등 동양의 사상적 토대, 그리고 서양과 다른 유교 및 불교적 사유의 차이, 한글의 원리에 담은 은유 등 단지 서양철학에만 멈추지 않고 분주히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생각이 돋보인다. 그렇다. 추리소설은 변두리에서 시작하고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문학이니까. 이런 틀을 벗어나거나 깨뜨리는 성격 때문일까 보르헤스, 오스터, 에코 등 여러 작가들과 지젝, 들뢰즈 등 여러 사상가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경계선에서 인사이더가 되려고 애쓰지 않고 도리어 밖을 향해 나아가는 당돌한 탐구심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 그런 변두리를 탐험하는 대리만족이 독자를 너무 매혹시킨 나머지 단순 오락이라는 낙인을 받은 추리소설의 위상은 독서인구가 나날이 낮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낮은 듯하다. 한국 추리소설 자체도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턱도 없이 낮지만 이런 대접 받는 추리소설에 대해 이토록 깊은 사유를 해보고 또 독자들에게서도 단순히 오락으로 소비하지 말고 생각을 더 많이 해보라는 골치 아픈 작가가 국내에 또 있을까. (마치 훈장님이 생각 좀 하고 살라고!하고 지휘봉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듯) 작가 분은 철학 전공으로 너무 박식하고 폭 넓고 깊이 있는 사유를 하다보니 가끔 논지를 따라가기 힘들 때도 있고 심지어 문장에 나온 개념들의 태반을 이해 못 할 때도 있었다. 문제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철학이나 정신분석학이나 문학 평론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마치 당연한 상식인 듯 어물쩍 넘어간다. 다행히 인터넷의 세상에서 관련 사상가의 논문들이나 후에 이어진 글들을 읽으면 문맥으로 얼추 가늠할 수 있기도 했지만 어쩔 때는 이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무슨 의도로 여기서 갑자기 저런 말을 한 것일까?하는 지점들도 있었다. 특히 12장은 다른 챕터들보다 특히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조차 감이 안 올 때도 있던 나에게 가장 혼란스럽고 힘겨운 챕터였다. 반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에서는 별 설명이 없던 반면, 인쇄 측의 실수 때문에 주석이 날라갔다는 4장 빼고는 주석마저도 단순 참고문헌 정도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 상세한 코멘트들이 마치 이 자체로도 또 다른 철학 에세이의 토대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책 후반으로 갈수록 내가 받은 인상은 제목에서 호명된 철학가들 외에도 다른 철학가들의 사유와 추리소설 작가의식이 더 돋보이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9장 서미애와 칸트에서는 서미애의 소설이 칸트의 초자아보다는 그와 뫼비우스 띠의 대치면에서 나아가는 사드와 더 통하는 것 같고, 10장의 황세연과 슬라보예 지젝에서는 황세연이 지젝보다 지젝과 결별하는 로티와 닮아있다. 8장의 류성희와 한나 아렌트에서는 아렌트의 정치공간보다는 칸트의 취미판단에 더 밀접하고 11장 정유정과 조르조 아감벤에서는 아감벤보다 알랭 바디우의 입장이 정유정의 주제의식을 대변하는 것 같아보였다. 이건 훈장님이 강론하시다 삼천포로 빠지시는 걸까? 얼핏 보면 그렇지만 샛길은 또 다른 길이 되고 길은 모두 서로 통한다. 처음에는 제목에 나온 사상가의 이론만이 작가의식과 관련된 것 같다가도 또 헤겔의 변증법적 합?또는 지젝이 말한 오독을 거쳐야 도달하는 반보다 더 한 반?이 나오듯 결국 다른 사상가의 이론에도 다가가는 반전이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전 챕터에서 다음 챕터의 추리소설의 예고편이나 복선처럼 다음 사상가의 생각들이 살포시 엿보일 때가 많았다. 이런 것에서 나는 마치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인이라고 처음에 다들 의심했던 사람이 red herring이고 결국 전혀 뜻밖의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그런 구조가 연상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12장에서 나온 '내포의 누적이 필연적으로 외적 대상 - 쌓인 증거가 필연적으로 범인k를 가리킨다는 것-을 지시한다는 것을 의심하게 한 것처럼 백휴 작가님은 이를 통해 어떤 사유를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실은 이건 우리가 항상 '당연시'했던 관점의 틀을 무너뜨리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진화론과 생명과학의 발전에 의해 우리가 동물이든 인간이든 종에 대한 분류가 무너지고 새로운 눈으로 생물을 바라보게 된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고 친숙한 움벨트(umwelt) 속의 분류에서 벗어나고 그 틀을 도끼로 내리찍기 위해 철학과 문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연시된 개인적/사회적 구조를 파헤쳐보면 다른 이면이 있고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조금 더 심층적으로 나아가보라고 권유하는 듯하다. 각 챕터에 나온 작가와 철학가의 매칭이 실은 동어반복인 a=a’가 아니라 변항인 x의 함수 a=f(x)=x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백휴 작가는 뜻밖의 인물이 범인인 게 밝혀지는(또는 아예 mystery로 남고 밝혀지지 않는) 것처럼 제목에서 지목된 철학가의 사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초월한 변항의 사유에 바통터치를 하고 더 나아간 독자의 사유도 기대하는 게 아닐까? 개념에 의해 강제적으로 단순히 내포와 외연이 1:1로 대응하는 것보다 무한대로 외연이 증폭될 수 있는 변항감각과 가능성을 내포하는 추리소설 장르를 단순히 오락으로 소비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길 바라면서 쓴 이 책은 확실히 쉽게 읽히는 책도 심심풀이 땅콩인 책도 아니다. 하지만 추리소설을 진정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범인을 추리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노력과 고통(?)을 즐기는 이들이다. 그렇게 공 들인 사유만큼 얻어낼 수 있는 짜릿한 반전적이고 변항적인 사유를 위해 오늘도 추리소설 작가들은 머리를 쥐어짜고 독자들과 승부하는 것 같다. 표지가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에드거 앨런 포의 The Raven 삽화인데 이에 붙인 시의 구절이 참 좋다. And my soul from out that shadow that lies floating on the floor Shall be lifted--nevermore!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게 너무 당연하게 넘겨짚는 생각을 갈까마귀는 부정부사 한마디로 깬다. Nevermore! 어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유를 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그런 자동적 조건반사같은 생각을 죽여버려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장 클로드 무를르바 / 문학세계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1권은
소년이 성장해가며 소녀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소녀를 구출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소년 토멕이 소녀 한나를 따라가는 것 외에는 비슷하고
수수께끼를 내는 마녀와 맞부딪힐 때 외에는
마리나 향수마을 사람들과 선장 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지
그다지 긴장되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좀 느린 페이스로 흘러나갔다.

하지만 2권은 1권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한나의 이야기,
그것도 막연히 한나를 따라가는 토멕보다 더 적극적으로 뚜렷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소녀의 이야기여서
보통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여성상을 뒤집는 이야기여서 재미있었다.

게다가 많은 이야기들이 뭔가 그림동화나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결혼하고 애까지 낳았던 일생이 다시 신기루처럼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과
아기 때부터 저주에 걸려서 마녀나 괴물에게 성인이 되기 전에 납치되는 공주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에서 많이 봤을 법한 테마다.

하지만 더 흥미로웠던 것은 작가가 토멕의 이야기에 비해
한나의 이야기에서는 한나의 입을 빌려서 그런지
아라비안 나이트의 셰헤라자드의 구전동화처럼 여러 이야기가 이어 흘러가는데
정작 이 책은 말의 귀중함과 동시에 침묵의 귀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가 사막에서 만난 사람들이
물이 없어서 되도록 물 뿐만 아니라 말도 아끼는 것을 보고
한나도 차츰 수다쟁이에서 말을 아끼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고서 그들과 헤어질 때
그녀는 달리 줄 것이 없지만
이것만은 아직 다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이름을 선물로 알려준다.

우리가 너무 많은 물질에 둘러싸여서 그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듯이
현대 문명의 우리들은 수많은 미디어와 말과 글에 둘러 싸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 뉴스에도 현혹되고 집중력도 관심도 떨어진다.
갈수록 익명이나 지나친 노출에 둘러 싸여 자신의 신분의 가치도 떨어지는 현대인의 모습은
남발하는 말과 이름에 파묻혀서 정작 중요한 개성과 관심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서도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테니 아주 자알 집중해서 들으라고 경고한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난 입을 닫고 다시는 이 이야기에 대해서 입도 뻥끗 안 할 거야.‘ - p. 10

‘이상한 일이다. 난 이 아저씨들의 침묵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편안해진다. 사실 알고 보면 말할 일이 생각보다 많지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참, 너무나 당연한 사실도 하나 알아냈는데, 말을 많이 하면 목이 마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물이 부족하다. 침마저도 귀하다. 여기서는 모든 게 귀하다.‘ - p.72

‘이제는 약속 한 대로 입을 닫을 거야. 마지막을 위해 남겨 둔 이 말만 끝나면 말이지. 수다스러운 내가 고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내가 사막에서 배운 말, 그것은 바로 침묵이야.‘ - p. 189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말없이 떠나버린 한나의 자유로운 방황과 모험을
응원해주는 그녀의 양부모님들의 편지다.

‘그분들은 이렇게 썼어. 내가 아무 말 없이 떠난 것에 대해 원망하지 않는다고. 내가 그분들의 소유물은 아니라고. 단지 얼마 동안 그분들의 예쁜 새장에서 데리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새장 밖으로 날아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 p. 187

한나의 친아빠는 한나가 너무 이뻐서 뭐든지 다 사주려고 새시장에서 너무나도 비싼 새를 한나에게 선물해주려다가 아내도 떠나고 빈털털이가 되고 결국 과로하다 한나를 홀로 두고 가버렸다. 사랑도 과유불급이다.
반면 새장 밖으로 날아갈 거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녀의 양부모와
선물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 이름, 편지, 그리고 추억 등 짐처럼 실고 갈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을 알고 있는 한나는
자유롭고 용기 있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간다.

갈수록 출산율이 줄어서 그런가
우리나라에서 특히 이 소비문화와 과보호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 책은 어쩌면 아이에게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동화일 것 같다.
소중한 것은 손에 쥔 것이 아니고 가장 귀 기울일 이야기는 침묵 속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읽는 현대 철학 - 아들러, 라캉, 마사 누스바움… 26인의 사상가와 함께하는 첫 번째 현대 철학 수업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양철학에 관심이 많아서 고대에서부터 근대철학까지 철학 원서도 읽어보았고 서양철학사 공부도 많이 했지만..

항상 근대철학까지만 둘러보고 현대철학에 와서는 좀 내용이 부실했다고 생각하던 와중 현대철학에만 집중된 책, 그것도 안광복 선생님의 책을 서평할 기회가 와서 냉큼 신청했다.




일단 목차부터가 흥미로웠다.

1장은 무의식에서 실존짜기, 삶의 의미를 찾아서 - 욕망을 발견하는 철학

- 여기서 프로이트나 아들러 융 등 철학자로 생각 못했던 심리학자들이 많이 나온다.

2장은 경제와 정치의 새로운 길 - 틀을 깨는 철학

- 목차 제목대로 경제 정치와 관련된 철학자들이 나오는데 의외로 매번 보는 맑스나 기타 유명 경제학자나 정치철학자보다 좀 틀 밖의 칼 폴라니, 그람시, 네그리, 벡 등을 소개한다.

3장은 문명의 로드맵을 세우려는 노력 - 통찰을 기르는 철학

- 역사학자 토인비에 심지어 19세기 한국 (이미 서양철학의 틀을 벗어난다)의 최제우까지.. 서문에서도 나왔듯이 진화에는 목표가 없지만 문명에는 목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들과 그 인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아본다.

4장은 좋은 삶과 세상을 여는 열쇠 - 어울림의 철학

뭐랄까 3장이 자연과 세상 속에서 좀 거시적이고 외부적으로 인간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면 4장은 좀 더 미시적, 아니 내면적으로 인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 내면적인 방향이 결국에는 타인과의 어울림,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공존을 향해 손길을 내미는 열쇠가 될 것인게 목차와 여기 나온 학자들 이름에서도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심리학자, 경제정치사회학 등 외에도 자연과학 심지어 19세기의 한국인 학자 두 명까지 광범위하고 시공간과 분야를 넘나드는 학자들이 나오는 목차에서부터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고대철학은 자연과학과 분리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자연과학과 철학은 전혀 접점이 없는 것처럼 근대로 갈수록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는 갈수록 과학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다시 철학과의 융합과 통섭을 꾀하려는 듯이 실생활과 동떨어져서 뜬구름만 잡는 듯했던 철학이 삶과의 접점 뿐만 아니라 삶에서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활용되고 특히 현대철학은 현재 그리고 아마도 미래에 우리가 접할 문제들과 밀접하다.

당장 말을 더럽게 안 듣는 후배나 잔소리하는 꼰대 부모님,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들, 실연당한 친구, 아침 신문에 나온 기사, 커피를 어디에서 사먹을지에 대한 고민 등 사소한 것부터 거대한 것까지 실은 조금만 더 깊이 또는 아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조금만 더 깊이,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미 철학을 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렇게 생각을 좀 하고 살라고 이런 책을 쓴 것 같다. 고등학교 철학교사로서 항상 잠만 자거나 학원에서 낸 다른 과목 숙제만 하는 학생들을 보며 답답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철학 저서들이 대부분 꽤나 난해하다. 고대그리스어로 된 플라톤이 오히려 더 읽고 이해하기 쉬울 정도다. 그나마 여기 나온 책 중 쉬운 편인 마사 누스바움이나 울리히 벡도 한국에서 누가 번역했느냐에 따라 너무 읽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대개 요약 정리된 소개로 끝나는 경우도 많은데 안광복 선생님은 역시 그냥 각 철학자들의 주요 논점들을 쉽게 풀어갈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적용시킬지도 글 안에서 풀어 그 개념들이 더 와닿게 한다. 그리고 각 글의 말미에서 보너스로 질문을 던진다. (1장에서는 욕망 탐색, 2장은 틀을 깨는 상상, 3장은 통찰 열기, 4장은 어울림의 지혜)


고등학교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느낌적 느낌' 등.. ㅎㅎㅎ 좀 요즘 말(아니 이미 시쳇말인가;;)이나 요즘 화제가 될 만한 주제를 철학개념과 다루는 점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철학사 소사전에서는 각 철학자의 짧은 소개, 그리고 주요 저서들이 있는데 칼 폴라니는 그의 저서 뿐 아니라 더 알고싶은 독자들을 위해 다른 책들도 소개했다. 안그래도 이 책에 나온 저자들의 저작들을 이제 읽어보고 싶어 근질근질해졌다. 철학선생님의 강의에 제대로 낚인 듯하다. 여기 나온 책들 뿐 아니라 안광복 선생님 다른 책들까지 사버렸다;; 아니 책 사는 거 얘기가 아니라.. 생각 좀 하고 살란 말이다~라는 의도에 제대로 낚인 듯하다..;;


https://youtu.be/4h2vXrPMBvg

베르그송은 "기계로 인해 비만한 인간의 육체는 영혼의 보충이 필요하다"라고 충고한다. (...) 방향을 제대로 잡는 일은 빨리 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 P1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챗GPT와 글쓰기 - ChatGPT와 함께하는 AI 글쓰기 실전 위키북스 with AI 시리즈 1
김철수 지음 / 위키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점에 챗GPT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뉴스에서도 종종 언급된 이것에 대해 읽어볼 서평이벤트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읽고 배울 뿐 아니라 실제로 활용도 해보았다. 이 서평이벤트에 참여하면서 과연 AI가 서평을 쓰면 어떤 서평이 나올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실제로 내가 맛보기 버젼으로 서평을 써달라고 AI에게 부탁하니 이런 글이 나오더라.


뭐랄까 아주 자세하거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서평이라기보다는 책 소개 blurb에 나올만한 간결하고 좀 심심한 글이다. 좀 더 서평을 읽는 독자 대상을 구체화하거나 흥미진진하게 써달라고 하거나 어떤 걸 중점으로 써달라는 등 추가적인 주문을 하지 않으면 가장 기본적인 답변을 제출한다.

내가 과연 AI가 만능일까?라고 의문을 품고 실험해본 것처럼 이 작가는 AI가 만능인지 아니면 반대로 AI가 결국에는 범접하거나 능가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있는지 우리와 AI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AI의 한계와 동시에 우리 인간의 한계를 챗GPT를 실제로 이용하면서 적나라하게 의심하고 질문하고 파헤치고 들춰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과 쓰기의 능력에서 나타나는 차이와 공통점을 통해 우리의 글쓰기를 어쩌면 AI보다 더 훌륭한 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비전과 팁들을 살펴본다.

국문과를 졸업해 AI의 역량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여러 책을 낸 이 책의 작가 김철수는 이 책을 3부로 나누었다.

1부는 ChatGPT로 글쓰기: 말 그대로 AI를 이용해서 가장 기본적인 글 구조와 목차에서부터 설문지, 이메일, 보고서, 소설 등 다양한 글을 쓰는 방법을 소개한다. 쉽고 실제 따라해볼 수 있는 매뉴얼같은 부분이다.

2부는 AI처럼 글쓰기: 여기서 머신러닝이나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다서 어려울 수 있다. AI가 어떻게 글을 쓰는지 그 원리와 전문 기술을 알아보며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의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도 고찰하는데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전문용어나 알고리즘 관련 지식이 나오지만 잘 따라가면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머신러닝에 관련해서 읽어본 적이 있어서 좀더 깊게 들어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일반 독자층을 위해 다소 생략하고 간단히만 소개했다.

3부는 AI보다 잘 쓰기. 제목부터 솔깃하다. 1부에선 AI를 이용하기만 하고 2부는 AI를 따라잡으려고 하고 3부는 아예 만능같은 AI를 능가한다고? 아마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앞에서 AI의 글쓰기 원리를 알아본 후 과연 우리의 사고 및 언어 문화 등을 참고 모델로 하여 학습한 AI가 그 토대가 된 우리 자신보다 나을지 아니면 우리가 더 나을지 “과연 인간은 … 그럴까? 과연 AI는… 그럴까?”하는 식으로 의심하며 이를 실제로 챗GPT를 이용해 확인 실험해보면서 안일한 고정관념의 수면에 돌을 던진다.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데이터가 축적되고 보완되면서 차차 그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AI는 단순한 저사 정리, 요약, 보고 등은 인간보다 월등한 실력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인간이 그저 AI를 아무 생각도 없이 쓰는 단계에서 벗어나 사람만의 경험과 문화 사고 등을 통해 AI가 할 수 있는 것보더 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깊이 있는 질문과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과 나아가 각자의 인간들이 서로 다르게 도출하는 답의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 공유하는 논의처럼 좀 더 고차원적인 글쓰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철학적인 차원의 논의는 또한 읽고 나서 바로 글을 써보고 싶어지는 동기가 될 것이다. 


나 또한 단순히 요약에서 벗어난 나의 솔직하고 다소 주관적일 수도 있는 서평이 써보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다만 이 책의 아쉬웠던 점도 솔직히 쓰겠다. 챗GPT가 이 글을 쓸 당시 아직 한글이 어색해서 파파고를 이용했다는데 이게 좀더 인공지능의 말투를 따라했다지만 실제로 한글로 챗GPT를 이용하면 번역기를 돌릴 정도로 이상하지는 않다. 물론 epigenetics같은 용어는 최근 용어여서 그런지 어색하게 번역했지만..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파파고를 이용할 정도는 아니고 무엇보다 책을 읽다 어색한 부분들이 많이 걸렸다.

(아래에서 AI가 쓴 연애편지 문체도 이상하지만 “행복한 연애에 대한 상금”이라니..)



나 또한 단순히 요약에서 벗어난 나의 솔직하고 다소 주관적일 수도 있는 서평이 써보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다만 이 책의 아쉬웠던 점도 솔직히 쓰겠다. 챗GPT가 이 글을 쓸 당시 아직 한글이 어색해서 파파고를 이용했다는데 이게 좀 더 인공지능의 말투처럼 느껴지게 한 의도라지만 실제로 한글로 챗GPT를 이용하면 번역기를 돌릴 정도로 이상하지는 않다. 물론 epigenetics같은 용어는 최근 용어여서 그런지 어색하게 번역했지만..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파파고를 이용할 정도는 아니고 무엇보다 책을 읽다 어색한 부분들이 많이 걸렸다. (아래에서 AI가 쓴 연애편지 문체도 이상하지만 “행복한 연애에 대한 상금”이라니..)



그 외에 챗 GPT가 쓴 글 외에도 저자가 쓴 글도 가끔 오타가 발견되서 이게 좀 편집자가 손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도 챗GPT의 자문을 구한 걸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좋은 글쓰기의 조력자이자 동기 부여가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엄마가 챙겨주는 청소년의 아침 식사- 공부는 체력! 체력은 아침밥!
이나열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7년 3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2년 08월 01일에 저장

한번에 준비하는 우리 아이 저녁밥 & 아침밥
용동희 지음 / 미호 / 2015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08월 01일에 저장

엄마니까 뚝딱, 내 아이의 아침밥
다소마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8월
16,800원 → 15,12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08월 01일에 저장

아이 러브 아침밥- 똑똑한 여우들의 5분 아침밥 전략
김영빈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11월
11,500원 → 10,350원(10%할인) / 마일리지 5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2년 08월 01일에 저장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