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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미술치료를 공부하는 친구와 모일 때면, 우리들은 그 친구 덕을 톡톡히 본다. 다양한 미술치료를 하며 나 자신을 알아가고, 또 서로를 알아간다. 벌써 서로 안지 10년을 훌쩍 넘은 사이인데도, 그것이 마냥 재미있다. 그 미술치료수업에서 배워서 우리에게 해준 것 중에 '가치 명료화'라는 것이 있었다. 이 이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과정은 다음과 같다. A4용지를 10등분 할 수 있게 접는다.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것이라도 10개를 적는다. 그리고 10개 중에 한 가지를 버릴 것, 포기해야만 할 것을 선대로 찢어서 버린다. 그 다음 순서는 나머지 1개의 종이가 남을 때까지 계속 된다. 그것이 내가 적은 내 삶의 10가지이고, 그 순서가 우선순위인 것이다. 친구와 함께했는데 역시 종이에 적은 10가지의 낱말 또한 달랐고, 맨 마지막에 남은 것 또한 달랐다.
이 책을 보며 그때가 생각이 났다. '내 인생의 목적어'는 무엇일까 생각하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내 기억에 내가 끝까지 남겨두었던 낱말은 '행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꼽은 단어 중 내 삶의 목적어인 '행복'은 어디에 랭크되어있을지도 궁금했다. 설문조사 결과 행복은 6위였다.
이 책은 얼핏보면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인생 지침서나 자기계발서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는 내 인생의 목적어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재치있고 센스있는 책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저자인 정철은 카피라이터로, 그 직업이 펼칠 수 있는 언어적 재능을 이 책에 아낌없이 펼친다. '시작'이라는 챕터를 보면, 작가 정철로 시작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잘 되지 않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가, 어느 날 어떤 이가 내 인생의 책으로 정철의 책을 꼽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이야기를 보면, 발상의 전환이라든가 그런 것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내용이 있다. 나에게도 이 책이 그러한 것 같다. 언어유희도 재미있고, 그 바탕이 되는 톡톡 튀는 발상은 내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
글쎄, 이런 리뷰를 쓰면 책의 기획의도에 벗어나는 것일까? '일'이라는 챕터에서 동물이 직업을 갖는다면?이라는 상상을 전제로 짧은 글을 이어나가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갈매기는 롯데자이언츠 치어리더, 독수리는 연세대학교 총장 이런 식이다. 여기서 '공작'의 예상 직업을 보고 빵터졌다. '숨어서 댓글다는 국가정보원 직원'
웃음만 준 것은 아니다. 모든 챕터 중 가장 좋았던 챕터는 '보통'이다. '보통'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나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어 든든했다. 지금보다 나이가 더 적었을 때는,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산골(?)에 살았고 나는 얼마되지 않은 미술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달갑지 않았다. 사춘기적 감성과 예술적 감성이 더해져,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나 역시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나서, 나는 다행이도 그리 별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극히 평범하고 평균적인 사람임에 안도했다. 언제 어디서나 불러도 한 명은 대답할 만한 내 이름도, 이제는 보통스러움에 감사한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평범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보통'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고, 가사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노래도 왠지 마음에 쏙 들게 되었다.
당장 한 달 뒤, 그리고 1년 뒤 이 책을 본다면 어떤 단어가 또 눈에 들어올지 모르겠다. 정철이 권한 것 처럼, 삶의 키워드를 하나씩 정해 그것의 추세도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면 나만의 목적어 사전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읽어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참 즐겁지 않을까 싶다. 그 또한 행복이고, 내 인생의 목적어이니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