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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잔잔히 소근대는 소녀같은 말씨에 이렇게 격랑하는 인생이 숨어있을 줄은 책의 첫페이지만 봤을 때는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초대 대통령의 딸로 사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쿠데타와 부친의 죽음, 그리고 이역만리 낯설고 두려운 땅 북한에서
16년을 양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이야기만으로도 만만찮다. 그리고 그 아버지가 김일성이니, 스케일과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비중이 크다할 수 있다. 마시아스는 북한에서 피복과를 이수한다. 북한체제에 순응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가며
성인이 되었고, 적도기니에 있는 어머니는 멀게만 느껴진다. 그녀가 북한땅을 떠나 자본주의의 메카인 뉴욕 그리고 북경 등을 거쳐 한국에서 자리잡고 살기까지한 여정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기댈 곳은 없었고, 재주라고는 의복 제작이었다. 다행히 수요가
많았던 까닭에 뉴욕에서 경력을 키울 수 있었고, 한국에서는 압구정에 위치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성공에 점차 다다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국어와 영어,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그녀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북한을 떠났고, 그녀의 마음은 마지막 종착지인 고향 적도기니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자매는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다. 적도기니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이유로 스페인어가 가능하다. 한국과 북한 모두 적도기니와 수교를 맺었는데, 북한이 종전 당시에는 좀더 넉넉한 경제 상황을 유지하고 있어서 한국보다는 수교 시기가 빨랐다. 그런 이유로 북한의 김일성과 모니카의 부친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 같다.
변화가 힘들 법도 한데, 그녀의 얼굴은 힘겨움에 지친 기색은 없다.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란 듯한 붙임성 좋은 모습이 참으로 보기좋고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평양의 모니카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과연 얼마나 적응하고 밝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쿠데타로 집권한 권력자가 싫어서 적도기니에 가지 않았던 그녀. 그녀의 부친은 독재자로 역사에 남았지만, 모니카에게는 그저 아버지였을 뿐이다. 운명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니카처럼 격동의 세월을 인내한 인물들이 우리 이전 세대에는 적지 않았다. 가깝게는 전쟁에 참전하고 그 전쟁에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산가족 당사자도 그런 예에 들어간다. 평범하고 온건한 삶을 사는 우리는 정말 감사해야한다. 그녀의 적응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