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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평점 :
1.
항상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가 표지 디자인 하나만큼은 잘만듭니다. 책 리뷰를 하면서 종종 같은 책의 외국 표지 디자인을 보지만, 그것들은 방금 GTQ 자격증 딴 고등학생 한테 최저 시급 주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디자인이 대부분입니다. 이 킬러 안데르스도 그렇고,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들의 디자인은 모두 같은 시리즈에요. 때문에 소장하고 싶은 맛이 절로 납니다. 물론, 다 읽었으니까 소장은 안할거지만...
2.
내용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재밋냐구요? 네, 재밋습니다. 그런데 이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의 스토리 텔링에 관해서는 흔히 호불호가 갈리는데, 스토리가 균형이 없고, 자극제가 짬뽕으로 섞여있다는 평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비빔밥 버거를 평가하는 미식가가 아닌 이상 소설에 재미만 있다면, 그게 짬뽕이든 짜장면이든, 자장면이든 전 상관없습니다.
3.
요나스씨의 스토리는 순 재미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기에 의미 몇 프로가 다입니다. 우리가 보통 모의고사 지문에 나오는 소설에서 주연들의 심정이나 숨은 복선들을 찾으라고 하잖아요? 만약 요나스씨가 한국인이었다면, 모의고사 도중 바로 문제지를 찟고, 교무실로 불려갈 그런 인간입니다. 그만큼 요나스씨는 기존 문학론을 바퀴벌레 때만큼도 신경써주지 않는 인간입니다. 덕분에 시간 알뜰히 썼습니다.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4.
요나스씨의 스토리 특징 중 또 하나는 현재와 과거가 대조된다는 건데, 이게 또 하나의 재미요소입니다. 어느 캐릭터 하나 그냥 엑스트라로 뒤지는 격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보죠. 손오공이 프리저 따까리 중 한 명을 에네르기파로 날려보냈다 칩시다. 만약 요나스씨 같았으면, 그 따까리가 뒤지기 직전에 그가 살아온 인생 철학,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경위, 종교 등을 한 목차에 걸쳐 소개하는 글을 씁니다. 이런 스토리텔링 덕분에 보는내내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 없이, 리얼리티가 느껴졌습니다.
5.
다만 단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집필한 세 소설의 이야기, 모두 같은 같은 패턴으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코미디 소설 계의 기욤 뮈소입니다. 주인공이 어떤 작은 계기로 인해, 세계나 거기 주를 뒤흔들 기막힌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패턴들이 끝이 없어요. 다시 말해 요나스씨의 소설엔 플러스와 곱하기만 있지, 마이너스나 나누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또 제가 400페이지도 넘는 이 소설을 사흘만에 읽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