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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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음식을 주제로 하는 만화는 많다.
요리만화보다는 적지만 이러한 음식들이 보여주는 인간관계를 다루는 만화 역시 많다.
하지만 요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식사를 소재로, 이와 얽힌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만화는 그닥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 식당은 우리에게 뭔가 좀 더 깊은 차원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보통 사람들에게 '신의 물방울'에서처럼 이름도 발음하기 힘든 와인을 마시며 넓은 꽃밭의 춤추는 여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식객'에서 시장표 돼지국밥을 먹는 장면은 이보다는 친숙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가끔 접할뿐 매 끼니마다 먹기 쉬운 음식들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엔 웹툰 중심으로 그야말로 집에서 해먹는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종종 올라온다.

yami. 코알랄라.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view/koala/29)
 

하지만 어찌보면 이정도도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의 전유물일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경우 이마저도 귀찮아서 스팸이나 참치 통조림 한깡통 따서 밥과 함께 먹거나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요리인 라면 정도 끓여먹는 것이 일상생활 사람들.
그렇기에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쉬운 음식일수록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식당은,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해먹는 밥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기본 메뉴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과 맥주, 청주, 소주뿐.
하지만 재료만 있다면 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준다.
어제 만들어서 하루 묵혀둔 카레라이스, 문어모양으로 구운 소세지, 달걀 샌드위치, 버터라이스 같은 것들.


 

아베 야로. 심야식당 제 1권. 2008. 도서출판 미우.
 

이렇게 간단한 음식일수록 평범한 사람들이 집에서 해먹는 빈도가 높은 건 당연한 사실.
그리고 가끔 가다 한번 먹는 요리에 비해 몰입도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뜨거운 밥 위에 구운 김 한장 싸먹을때의 그 맛, 그 느낌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며
만화 속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에 친근하게 접근하게 된다고나 할까.

게다가 심야식당의 영업시간이 밤12시에서 새벽 6시반까지인 만큼,
그 고객들 역시 야근 끝낸 회사원에서 밤업소 종사자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그 모습의 인간 군상들이 겪는 일들을 보면
밥과 간단한 반찬 하나 대충 차려먹는 사람들끼리의 동질감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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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열대
유재현 지음, 김주형 그림 / 월간말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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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끔 목적없이 도서관 가서, 정처없이 휘적휘적 걸어다니다가 눈에 띈 책을 골라잡고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 "달콤한 열대"도 그런 식으로 건진 책이다.
전체적으로는 저자가 여기저기 여행다니면서 먹었던 맛있는 열대 과일들에 대한 이야기.
색깔 예쁘게 넣은 열대 과일의 그림을 보면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임팩트가 컸던건 3장, '바나나 - 추억과 공화국 전쟁' 편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집어먹던 바나나가 알고보니 독재정권의 자금줄이었던 것.
이게 두배로 충격이었던 이유는, 당시에 즐기던 커피쪽에서도 공정무역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좀 더 찾아봤는데, 사방팔방에 이런게 널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피, 차, 초콜릿, 바나나, 설탕, 고무, 목재... 심지어는 청바지까지.
어느 정도냐면, 불공정무역 제품을 모조리 보이콧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

물론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공정무역 캠페인, 쓸모없다"는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활동을 하는 분들을 존경하니까.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남에게 한푼이라도 더 돌아가게 하기 위해 몇걸음이라도 더 걸어서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 간다거나, 좀 더 비싼 공정무역 초콜릿을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사는건 그야말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인 행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신념에 따른 개인의 행동일 경우이고, 이를 남에게 강권하려면 그 이상이 필요한것 역시 사실이다.
이런 생각은 해묵은 개고기 논쟁과 동물학대 관련 서적을 보면서 더욱 굳어지게 되는데...
도살당하는 개들이 불쌍해서 개고기를 안먹는다? 물론 좋다. 개가 불쌍하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이를 강요한다? 그러려면 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돼지나 닭은 먹으면서 왜 개고기만 비판하는가..라는 논쟁을 피할 수 없다.

스타벅스가 커피농가를 착취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는건 좋다. 100가지 잘못된 사회에서 한가지라도 고쳐보려는 노력이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도 가지마'라고 하기엔, 사람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다르고, 관심을 갖는 분야가 다르다는게 문제.
어떤 사람은 커피가 아니라 바나나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할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불공정 무역보다 환경 오염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들 신경쓰는것보다 우리나라에서 함께 사는 불우이웃 돕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할수도 있으니까.
이러한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욕얻어먹기 십상일듯.
마치 지하철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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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현상금 견인 도시 연대기 2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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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도시 연대기, 제 2권. "사냥꾼의 현상금"
전쟁으로 인해 자원이 바닥나자 사람들이 도시를 들어내서 바퀴 위에 얹고 달리며 보다 작은 도시들을 집어삼키는 미래 세계.
전편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런던 출신 견습 고고학자 톰과, (미녀가 아니라는 것만 빼면) 전형적인 막무가내 여성 모험가 헤스터가 다시 등장한다.
비행선 제니 하니버를 물려받아(?) 여행을 계속하는 커플.
얼음 도시 앵커리지와 아메리칸 드림을 주장하는 페니로얄 교수, 반견인도시연맹의 급진주의자들인 그린 스톰과 안나 팽의 부활,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던 엉클의 등장, 거대도시 아크에인절의 숨막히는 추격...

이건 뭐 너무 많은 사건,사고 소식에 9시 뉴스 전체가 할당된 느낌.
전편인 모털 엔진도 물론 그닥 단순한 줄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큰 흐름의 이야기가 두세개 정도 섞여있었다면
사냥꾼의 현상금은 그야말로 크고작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면서 정신없는 모험 활극이 계속된다.
그나마 다행인건 우울하고 암담한 느낌은 그나마 좀 덜하다는거.
간혹 가다가 몇가지 말장난을 통해 해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SF모험소설이다.
그닥 깊이가 깊은건 아니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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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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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읽었던 노인의 전쟁(http://blackdiary.tistory.com/678)의 후속편.
후속편이라고는 하지만 등장인물은 대거 바뀌었고, 분위기 역시 상당히 달라졌다.
전편이 새로운 우주를 접하며 벌어지는 전쟁 소설이었다면 유령여단은 그 반대로 개인의 내면세계와 정신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벌어지는 전쟁 소설이라고나 할까.
지구인(우주개척연맹)을 배반한 배신자의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 만든 복제인간이 주인공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렇다고해서 존 스칼지 특유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사라진 건 아니다.
좀 진지하긴 해도 노인의 전쟁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3부작의 마지막인 '마지막 행성'이 빨리 발간되었으면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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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창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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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최고의 악당으로 항상 1위를 지키던 다스베이더를 몰아낸 장본인, 한니발 렉터 박사.
그가 등장하는 소설은 레드 드래곤(1981)-양들의 침묵(1988)-한니발(1999)-한니발 라이징(2006)순으로 출간되었다.
하지만 영화화된 순서는 약간 다른데, 양들의 침묵(1991)-한니발(2001)-레드 드래곤(2002)-한니발 라이징(2007)의 순서다.
더 헷갈리는건, 내용상 사건이 벌어진 순서는 한니발 라이징-레드 드래곤-양들의 침묵-한니발 순서라는거.

개인적으로는 일단 영화를 순서대로 다 훑어보고 소설을 순서대로 읽기를 권장한다.
양들의 침묵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원작 소설이 더 낫다고 생각되는데다가
소설 원작의 영화는 소설을 미리 읽고 보면 왠지 흥미가 덜하기 때문. (영화를 보고 나서 소설을 읽을땐 그닥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게 미스테리)

어쨌거나 이 소설, '한니발'은 내용상 가장 마지막에 속한다.
스탈링은 계속 따돌림당하며 곤경에 처하고, 한니발 렉터 박사는 그의 숙적 메이슨 버저에게 쫓기는 신세.
나름 경악스러운 해피엔딩을 보여주기 때문에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소설이다. (이에 비하면 영화는 확실히 그 수준이 좀 떨어진다)
특히 양들의 침묵에 비해 한니발 렉터의 악마적인 측면과 매력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캐릭터 메이킹에 완전히 성공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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